이란의 ‘최강 카드’는 왜 예상만큼 통하지 않았나…미국은 ‘이것’을 먼저 노렸다 | 이슈브리핑 주간통합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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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영상은 8월25일부터 8월29일까지 방송된 ‘이윤정의 이슈브리핑’ 5편을 묶은 주간 통합본입니다. 시청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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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력한 압박 카드도 반복하면 힘이 약해진다
2. 왕이 방한, 미북 대화 가능성에 중국도 촉각
3. 국유기업 약진이 부동산 회복을 의미하진 않는다
4. 미국이 군수산업 개혁에 나선 뜻밖의 이유
5. 중국과 홍콩, 가기 전 위험부터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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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으면
세계 에너지 시장이 흔들릴 거라는 전망이
몇 달 동안 끊이지 않았습니다
세계 석유의 약 5분의 1이 오가는 길목인 만큼
이란이 이곳의 통행을 막거나 방해하면
미국도 쉽게 손쓸 수 없을 거라는 분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면서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는 데 필요한 군사 능력을
하나씩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우선 현재 상황을 간단히 살펴보면요
미국은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 주요 항로에 설치된 기뢰를
모두 제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란이 다시 기뢰를 설치할 경우
관련 선박을 파괴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여기에 이란군과 무기 조달망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고요
혁명수비대 주요 지휘관 5명의
신원이나 위치를 알려주는 제보에는
최대 1천만 달러의 포상금까지 내걸었습니다
반면 이란 내부에서는 대응 수위를 놓고
입장이 갈리고 있는데요
강경파는 추가 대응을 주장하는 반면
실용·개혁파에서는 휴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어떻게 봤을까요?
몇 달 동안 전쟁을 둘러싼 분석을 보면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이 가진
가장 강력한 압박 수단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세계 석유의 약 5분의 1이 오가는 길목인 만큼
이란이 이곳을 막거나 통행을 방해하기만 해도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곧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고요
호르무즈 해협을 막는 데
모든 선박을 공격할 필요도 없다고도 했습니다
일부 선박만 드론이나 미사일, 기뢰 등으로 공격해도
보험료가 크게 오르고
선사들이 운항을 꺼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란은 해협을 직접 장악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선박이 다니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판단은 올해 처음 나온 것도 아닙니다
이란은 오래전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군사적 수단이자 정치적 압박 카드로 활용해 왔습니다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세계 에너지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수단이었던 겁니다
서방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특히 선박들이 위치 정보를 끄고 운항하면서
실제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선박이 몇 척이나 되는지
외부에서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 이란의 봉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해협을 다시 열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결국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호르무즈 해협을 막을 수 있고
미국도 이를 막아내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하지만 실제 전개는 달랐죠
이란의 탐지·공격 체계를 무너뜨리려면
대규모 확전이 불가피할 거라는 예상부터 빗나갔습니다
이란이 어떻게 선박을 찾아내는지부터 보면요
트럭에 실어 이동할 수 있는 레이더와 드론
순항미사일, 이란 혁명수비대 고속정
그리고 해군 기뢰 등을 동원했습니다
케슘섬과 라락섬, 아부무사섬 같은 곳의 높은 지형에
전자광학·적외선 센서 (EO/IR) 카메라를 설치해
선박 움직임을 감시했습니다
이렇게 선박의 위치를 먼저 파악한 뒤
공격에 나서는 방식이었죠
이동식 레이더는 잠깐씩 전파를 쏴서 선박 위치를 파악하고
미군의 대레이더 미사일이 날아오기 전에
전원을 끄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과정에서 약점이 드러났습니다
이동식 레이더가 전파를 내보내는 순간
미군도 그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던 건데요
미 중부사령부는 해군 5함대와 공군 전력을 투입해
이란이 선박을 찾아내는
감시망을 하나씩 무력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거나 각종 정보 자산을 활용해
레이더를 피해 숨어 있던 감시 장비까지 찾아냈는데요
작전에 참여한 일부 관계자들은
이 과정을 ‘늪의 물을 빼는 작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란도 감시 장비를 여러 겹으로 갖춰놨지만
그 숫자에는 한계가 있었고요
정밀 타격이 수백 차례 이어지면서
이란의 감시망이 점점 약해졌고
선박을 찾아내는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공격의 효과도 떨어졌죠
미국은 감시망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무인 선박을 투입해 기뢰를 제거하는 작업도 진행했고요
이후 오만 인근 남쪽 항로의
대부분 구간에서 안전을 확보했다고 선언했습니다
상선들은 호위함의 보호를 받으며 이동했고
밤에는 자동선박식별장치, AIS를 끈 채
운항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미 해군의 주력은 이지스 레이더와 SM 계열 요격미사일을 갖춘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이었습니다
여기에 드론과 레이저 유도 로켓을 장착한 아파치 헬리콥터도
추가로 투입돼 선박들을 보호했고요
미군 함정은 호송 대열에 접근해오는
혁명수비대 고속정과 직접 교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상선들이 실제로 운항할 수 있도록
보험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됐는데요
3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에
해상 운송에 필요한 정치적 위험 보험과
보증을 제공하도록 지시했습니다
DFC는 미 재무부, 중부사령부와 함께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재보험 기금을 만들었습니다
이후에는 글로벌 보험사 ‘처브(Chubb)’를 비롯한
민간 보험사들도 참여하면서 보험 지원 규모도 커졌습니다
이 기금은 선박 자체와 기관
그리고 화물에 대한 보험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처음에는 이용하려는 선박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란의 공격 성공률이 떨어지면서
점점 더 많은 선박이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부사령부는 봄부터 지금까지
1천 척이 훨씬 넘는 상선의 운항을 지원했고
수억 배럴의 원유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독립적으로 선박 움직임을 추적하는 자료에서는
이보다 적은 숫자가 잡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상당수 선박이 AIS를 끄고 운항했기 때문입니다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원유는
하루 2천만~2천100만 배럴 수준이었습니다
지금도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전쟁 전보다 적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아부다비에서 푸자이라로 이어지는 송유관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홍해의 얀부로
연결되는 송유관까지 활용되면서
전체 공급량은 다시 어느 정도 회복됐습니다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90달러 안팎까지 올랐지만
최근에는 80달러대로 내려왔습니다
가격이 여전히 높은 건 사실이지만
당초 예상했던 대규모 에너지 공급 대란과는
거리가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공개된 자료만 보면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는데요
여기에는 기술적인 이유도 있었고
사람들이 기존의 전망을 쉽게 바꾸지 않으려 했던
심리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선박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때 AIS를 끄더라도
통과한 뒤에는 다시 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원칙적으로는 나중에 운항 기록을 맞춰보고
몇 척이 지나갔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았는데요
밤사이에 여러 선박이 동시에 움직이고
위성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거나
중간중간 신호가 끊기는 경우도 있었죠
선박끼리 화물을 옮겨 싣는 경우까지 겹치면서
운항 기록을 정확하게 맞추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민간 선박 추적업체들도 위성사진 같은 다른 자료를 활용해
빠진 선박을 보완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료를 보완해도
확실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만 집계하다 보니
실제 호위 작전에서 미군이 확인한 선박 수보다
적게 잡히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돌고 있었는데요
‘이란은 성공했고 미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라는 겁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다른 증거가 나오면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거죠
이럴 때 흔히 나타나는 반응은 기존의 생각을 바꾸기보다
그 생각에 맞지 않는 정보부터 의심하는 겁니다
반대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성과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넘겨버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정보가 뒤섞이면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보다
자신이 원래 믿고 있던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더 오래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진 일은
국제정치에서 압박 카드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줬는데요
상대방에게는 실제로 쓰지 않은 카드가
오히려 더 위협적일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할 수 있다”라는 가능성만으로도
상대방은 행동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카드를 실제로 꺼내는 순간부터
상황은 달라지죠
상대방도 그 위협을 현실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대응책을 찾기 시작하고요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통하지 않았던 방법도
하나둘 생겨납니다
결국 강력해 보였던 카드도
계속 사용할수록 그 힘이 조금씩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 카드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커지면서
처음보다 더 쓰기 어려운 카드가 될 수도 있거든요
이런 사례는 호르무즈 해협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1973년 아랍 산유국들은
석유 수출을 줄이고 가격을 올렸습니다
당시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각국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전략비축유를 마련하고,
OPEC에 의존하지 않는 산유량을 늘렸습니다
그리고 훗날 미국의 셰일 혁명까지 이어졌습니다
러시아가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줄였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유럽은 LNG 수입을 늘리고
가스를 비축하고, 수요를 줄이는 한편
다른 공급처를 찾았습니다
그 결과 러시아가 유럽 가스 시장에서
차지하던 비중은 크게 줄었습니다
중국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요
2010년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자
일본을 비롯한 각국은 대체 광산을 찾고,
희토류를 재활용하고요,
아예 다른 소재로 바꾸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도 이런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CHIPS법*’에 따른 지원은 물론,
전쟁부의 기업 지분 투자와 대출, 최저가격을 보장하거나
생산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방식까지
다양한 정책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를 통해
주요 생산업체에 직접 투자하고
전략적 핵심 광물 비축량도 확보하고 있고요
호주를 비롯한 동맹국들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카드의 효과가
이미 떨어지고 있다면,
이란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남아 있을까요?
가장 파급력이 크면서도 아직 충분히 사용하지 않은 카드는
걸프 지역의 에너지 생산시설 자체를
보다 체계적으로 공격하는 겁니다
유전과 가스전은 물론이고
정유시설과 각종 에너지 처리시설
관련 산업시설까지 공격하는 건데요
이란은 이미 이런 에너지 시설들을
여러차례 공격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나라를 상대로
에너지 생산 능력 자체를 장기간 마비시킬 만큼
지속적으로 공격한 적은 아직 없습니다
그밖에도 이란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있습니다
대리세력을 통한 공격을 더 늘리거나
사이버 공격을 강화하고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통행을 압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핵 문제를 다시 꺼내 긴장 수위를 높일 수도 있고
미군 기지나 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더 강하게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카드들 역시 여전히 일정한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같은 문제가 따라붙습니다
공격을 더 큰 규모로 이어갈수록
상대방의 대응도 빨라지고 강해진다는 겁니다
그만큼 공격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게다가 이란 정권은 이미 미 해군의
봉쇄와 원유 수출에 대한 압박,
그리고 이른바 ‘경제적 왕따 작전’으로 불리는
대규모 제재까지 겹친 상황입니다
이런 압력 속에서 갈등을 더 키우면
이란이 치러야 할 대가는 훨씬 커지고
버틸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짧아지죠
그리고 전혀 다른 곳에서
관심을 돌리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공산당의 영향에 크게 의존하는
이른바 새로운 축의 국가들, 러시아나 북한
또는 중국이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싸움이
이번 전쟁의 전부는 아닙니다
다만 이번 사례는 전략에서 반복되는 한 가지 특징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리적 위치나 자원처럼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는
실제로 사용하기 전까지 가장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카드를 계속 꺼내 쓰기 시작하면
상대방의 대응을 불러오고
결국에는 처음에 가졌던 힘마저 약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 공산당 외교부장 왕이가
5년 만에 다시 서울을 찾았습니다
왕 부장은 8월 19일부터 20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조현 외교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을 잇달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번 방한은
단순한 한중 외교 일정으로만 보기에는
시점이 상당히 미묘합니다
중국은 왜 지금 한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 걸까요?
왕이가 서울에 도착하기 직전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에서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잇따라 나타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6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상당히 줄이라"고 전쟁부에 지시했습니다
훈련 비용뿐만 아니라 북한에 불필요하게
적대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는데요
한국이 이란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도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북한을 계속 압박하기보다는
김정은과 다시 대화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겁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8월 18일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올가을 김정은과의
대면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을
참모들에게 주문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과 만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미국에서 다시 북한과의 대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움직임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
중국의 외교 수장 왕이가 서울에 온 겁니다
한미 군사협력의 변화,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
그리고 왕이의 방한
서로 따로 떨어진 사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지금
북한과 다시 대화를 모색하려는 걸까요?
이춘근 국제정치학 박사는
보다 큰 전략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미국에게 북한의 군사적 중요성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겁니다
미국의 주적이 이제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건데요
그렇게 보면 최근 미국의 움직임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북한을 계속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위험은 줄이고
북한과는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관리하면서
미국의 전략적 역량은 중국에 집중하려는 겁니다
물론 이것이 한미동맹의 약화를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미 연합훈련과 대북정책을 바라보는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는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중국의 계산도 시작됩니다
미국이 북한과 다시 대화하기 시작하면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입장에서 가장 불편한 상황은
두 방향에서 동시에 공간을 잃는 겁니다
한쪽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와 더욱 가까워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과 북한이
다시 직접 대화를 시작하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가까워질수록
중국이 북한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거든요
그런데 미국과 북한이 직접 협상하기 시작하면
이번에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개입할
명분과 공간이 더욱 줄어들 수 있습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선밍스‘ 연구위원은
중국이 현재 가장 우려하는 부분으로
바로 이 점을 꼽았습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러시아에 빼앗기는 것도 부담스럽고
미국과 북한이 직접 관계를 개선해
중국을 우회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 거죠
그렇다면 중국은 이 상황을 어떻게 움직이려는 걸까요?
선밍스 연구위원은
왕이의 방한이 갑작스럽게 결정된 행보라기보다
현재의 상황을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봤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이란 관련 군사작전 불참과
국방비, 대미 투자 문제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을
중국이 주목하고 있다는 겁니다
선밍스 연구위원은
중국이 이런 상황을 활용해 한미 관계의 틈을 벌리고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계산은
한국 하나만을 바라본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에도 동시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건데요
중국이 여전히 한국과
전략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북러 관계가 지나치게 밀착되면서
동북아의 세력 구도가
중국이 통제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즉 왕이의 서울행은 한중 관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러시아까지 함께 바라본 행보일 수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미북 대화가 실제로 시작되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부터는 한국 입장에서도
조금 복잡한 문제가 생깁니다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를 시작하면
한국이 협상 과정의 중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과거부터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선호해왔습니다
국민의힘 ‘김금혁‘ 미디어 대변인도
미북 협상이 본격화될 경우
북한이 한국을 협상에서 배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한국을
주요 협상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이
정작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화에서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건데요
이것이 미북 대화 재개가
한국에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북한 역시
2018년과 2019년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당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경제적 지원과 관계 개선을 얻어낼 필요성이 컸는데요
김정은 역시 집권 초기였기 때문에
외교적 성과를 주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크게 가까워졌고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크게 가까워졌고요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통해
상당한 경제·군사적 보상을 얻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미국에 기대지 않아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상당 부분 버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겁니다
여기에 북한 경제도 장기간의 침체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일정 부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과 협상에 나선다고 해도
과거보다 훨씬 절박한 상황에서
협상장에 들어가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조금 더 여유 있는 입장에서
미국에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북 대화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2018년과 같은 방식의 협상이
그대로 반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합니다
미국은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를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고
북한은 핵무기를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는
핵심 수단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양측 모두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조건을 이미 갖고 있는 겁니다
대화가 시작되는 것과 합의가 만들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북 대화를 반대할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북 관계가 지나치게 가까워져
중국을 배제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는 건
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반도에서
다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것도 중국에는 큰 부담입니다
북핵 위기가 다시 고조되면 중국의 안보와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중국이 원하는 것은
미북 관계가 완전히 끊기는 것도 아니고
중국을 배제한 채 미북 관계가 급격하게 가까워지는 것도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은 그 사이에서 자신이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을 계속 유지하려 할 겁니다
그래서 왕이는 서울에서
한국이 '진정한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영 대결을 피하면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동시에 한반도 긴장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이 직접 미북 정상회담을
주선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이 대화할 가능성은 막지 않으면서
그 대화가 어떤 조건과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변화 가능성이 생깁니다
만약 미북 관계가 실제로 개선된다면
북한의 대외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의 ‘린즈하오‘ 연구위원은
미북 관계 개선이 북한에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면서
경제와 외교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반가운 시나리오가 아닌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미북 관계가 악화돼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것은
중국에게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국 역시 미북 대화 자체를 막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큰 겁니다
이제 시선을 한국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린즈하오 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가 지금 추구하는 외교를
'친중'이라고만 규정하기에는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군사·안보 지원이 필요하고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외교 관계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갖고 있는 영향력을 활용해
한반도 평화정책의 공간을 넓히려는 계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균형 외교에는 분명한 위험도 있습니다
중국과 가까워지는 모습을
미국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입니다
‘쑤쯔윈‘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소장은
이재명 정부가 대선 당시와 비교해
외교·안보 정책에서 상당 부분
조정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한일 간 군사정보 대화를 다시 시작했고
주한미군의 존재를 강하게 배척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실제로 원하는 건
중국으로 기우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도 종속되지 않으면서
한국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을 넓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워싱턴이 이것을 똑같이 해석하느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전략적 자율성'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동맹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립니다
정치군사평론가 ‘마크‘는 이재명 정부의 균형 외교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과거 대만 마잉주 정부와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식으로
두 나라를 나눠 상대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고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산업에서도
미중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을
경제와 안보로 나눠 각각 상대하는 방식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거죠
특히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미국이 한국과의 군사협력을 조정하거나
아예 한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과 직접 대화를 선택할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바로 이 점이 한국이 균형 외교를 추진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 두 진영으로 나뉘게 될까요?
꼭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밍스 연구위원은 앞으로의 한·미·중·러 관계가
단순한 양 진영 대결로 굳어지기보다는
각국이 사안에 따라 서로 다른 관계를 맺는
보다 유동적인 구조가 될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같은 국가들이 모든 문제에서
한편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에서는 협력하고
다른 문제에서는 경쟁하는
복잡한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쑤쯔윈 소장은
현재의 상황을 '두 개의 삼국지'에 비유했는데요
중국·러시아·북한이 한 축을 이루고
미국·한국·일본이
또 다른 축을 이루는 기본적인 구도가 있지만
실제로는 각국이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한국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이 미국 쪽에 얼마나 가까이 서느냐
중국과 어느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느냐
그리고 미북 대화가 시작됐을 때
한국이 협상 과정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느냐에 따라
전체 구도의 균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왕이의 서울 방문은 하나의 외교 일정이라기보다
앞으로 한반도에서 누가 어떤 공간을
차지할 것인지를 둘러싼
전략 경쟁의 한 장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이 네 나라의 움직임 사이에서
자신의 선택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결국 미국의 대북정책,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그리고 한국의 외교적 선택이 서로 맞물리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4자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최고 부호가 무기징역수가 됐습니다
헝다그룹 창업자 ‘쉬자인’의 이야기입니다
쉬자인의 개인 재산은 모두 몰수됐고
두 아들을 포함한 관련자 56명도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헝다 사태는 이것으로 끝난 걸까요?
학자들은 오히려 더 큰 변화가 시작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민영기업이 떠난 자리를 국유기업이 채우고 있고
그 과정에서 민영기업이 안고 있던 부채와 위험까지
중국 당국 쪽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변화는 중국 부동산 시장에
어떤 위험을 만들고 있는 걸까요?
지난 8월 20일 중국 선전시 중급인민법원이
헝다그룹 창업자 ‘쉬자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개인 재산을 모두 몰수하고
정치적 권리도 박탈했습니다
헝다그룹에는 벌금 88억20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조700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됐습니다
헝다는 1996년 설립된 뒤
중국 전역에서 천 개가 넘는
부동산 사업을 벌이며 몸집을 키웠습니다
한때는 세계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는데요
그런 만큼 헝다의 몰락이
중국에서 큰 충격이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부동산과 관련 산업이 오랫동안 중국 GDP의
최대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중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헝다의 파산은
다른 대형 민영 부동산 기업으로도 번졌는데요
2022년에는 중국 4대 부동산 기업 가운데 하나였던
‘룽촹중국’이 채무불이행에 빠졌고요
이듬해에는 ‘비구이위안‘까지 채무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렇게 중국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에 빠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이 중국 경제의
기반 역할을 해왔다는 겁니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재정을 마련하는
중요한 수입원이었고요
기업에는 사업과 투자를 위한 자산이었습니다
특히 중국 가계에게 부동산은
사실상 가장 중요한 재산이자
노후를 준비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헝다 사태는 한 기업이 무리하게 빚을 늘린
사건으로만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부동산에 의존해 성장해 온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쉬자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만으로는
헝다가 남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의 ‘선밍스‘ 연구위원은
이번 판결을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봤습니다
헝다 사태의 책임을 쉬자인 개인에게 집중해
사회적 불만의 방향을 돌리고 있다는 건데요
재산을 몰수해 자금을 확보하면서
헝다 사태의 책임이
당의 정책이나 감독 실패에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동시에 다른 민영기업가와
금융기관 고위 관계자들에게도
강력한 경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업이 아무리 커도 당의 통제에서 벗어나면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헝다처럼 규모가 큰 기업은
정부가 결국 구제해 줄 것이라는
이른바 ‘대마불사’에 대한 기대를
중국 당국이 차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선밍스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에 담긴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봤습니다
‘당이 자본보다 우위에 있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겁니다
그런데 중국 부동산 시장을 보면
이런 변화가 헝다 한 곳에만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불과 몇 년 사이 중국 부동산을 이끌던 대형 기업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주인이 바뀌면서
시장 전체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결국 부동산 시장의 판도는 실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중즈윈’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매출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9곳이 중앙기업이나 국유기업이었습니다
민영기업은 9위인 빈장그룹 한 곳뿐입니다
불과 7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는데요
2019년에는 상위 10곳 가운데 6곳이 민영기업이었고
1위부터 4위까지도 모두 민영기업이었습니다
대표적인 민영기업이었던 ‘진디그룹’도
올해 상반기 약 30억 위안의 손실을 기록했고
매출 순위는 36위까지 밀려났습니다
민영 부동산 기업의 쇠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토지 시장에서는 더 뚜렷한데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토지를 가장 많이 사들인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민영기업은 역시 ‘빈장그룹’ 한 곳뿐이었습니다
나머지 9곳은 ‘중앙기업*‘과 ‘국유기업*‘이었죠
지금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을 얼마나 파느냐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땅을 확보하고
어떤 개발 사업을 가져가느냐에서도
국유기업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 전체가 침체된 상황에서
왜 국유기업과 중앙기업만
오히려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걸까요?
중즈연구원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중국100대 부동산 기업의 매출은
약 1조8000억 위안에 그쳤습니다
매출 1000억 위안을 넘긴 기업은 5곳뿐이었고요
100억 위안을 넘긴 기업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곳이나 줄었습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자체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국유기업은 오히려 살아남았습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국유기업의 매출이 늘어난 게 아니라
민영기업들이 하나둘 무너지는 사이
그 빈자리를 국유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말하자면, 민영기업이 내놓은 토지와 사업을
국유기업이 넘겨받으면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키우고 있는 건데요
중국 자본시장 전문가 ‘쉬전’은
그 배경으로 국유기업과 민영기업 사이의
자금 조달 격차를 꼽았습니다
대표적인 계기가 2020년 시행된 ‘3대 레드라인’입니다
당시 헝다를 비롯한 민영 부동산 기업들은
이미 빚이 크게 늘어난 상태였습니다
‘3대 레드라인’은
부동산 기업의 부채 수준과 현금 여력을 따져
기준을 넘긴 기업의 신규 대출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고부채 기업일수록 새로운 대출이 막히는 순간
기존 빚을 갚기도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건데요
결국 헝다 같은 민영기업부터
자금난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위기가 본격화된 뒤 중국 당국이 내놓은 지원책은
민영기업을 직접 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습니다
특별대출과 인수·합병 대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등을 통해
미완공 주택의 공사를 마무리하고
주택 구매자에게 집을 넘기는 데 지원이 집중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금과 사업을 넘겨받을 수 있었던 쪽은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쉬운 국유기업들이었습니다
중앙기업과 국유기업은 국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민영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런 차이는 주택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줬습니다
민영기업이 무너지면 내가 산 집까지
완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국유기업의 아파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는데요
민영기업이 무너질수록
국유기업으로 돈과 수요가 몰리는 구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중국 당국의 대응도 이런 흐름을 강화했습니다
중앙 국유기업과 국유 부실채권 관리회사 등이
재정난에 빠진 부동산 기업의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 겁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중앙 국유기업 등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고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해
다시 대출하도록 하는 3천억 위안 규모의 재대출 기금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미분양 주택을 줄이고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민영기업이 떠안은 부실 자산을
국유기업이 넘겨받으면서 결국 민영기업의 부실을
국유기업과 국가 금융 시스템이
대신 떠안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국유기업의 약진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로 봐도 되는 걸까요?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황’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장 회복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구조가 왜곡되고 있다”
주택은 여전히 잘 팔리지 않고
새로운 개발도, 이미 분양된 주택의 인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중앙기업과 국유기업이 자본력과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민영기업이 빠져나간 자리를 대신 메우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국유기업이 무너진 민영기업의 자리를 대신하면
당장 연쇄 부도를 막고
미완공 주택 문제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민영기업이 안고 있던 부채가
국유기업으로 넘어가고
다시 그 부담이 지방정부와 국유은행
정책금융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부실을 막는 대신
부실의 부담이 국가 쪽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거죠
데이비드 황은 이를
‘기업의 위험을 국유화하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시간을 벌고 있을 뿐이라는 건데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채권 발행과 정책금융에 의존하게 되면
국유기업의 부채가 늘고
지방정부의 숨은 빚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기업이 떠안던 위험을 국가가 대신 짊어지게 되고
그 비용은 중국 인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위험은 줄어들지만
부채가 국가의 장부 안으로 옮겨가면서
오히려 드러나지 않는 위험이 쌓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른바 ‘국진민퇴’ 국유기업은 커지고
민영기업은 위축되는 현상인데요
이 변화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민영기업 간 경쟁이 줄어들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도 좁아지고
기업들이 주택의 품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동기도 약해질 수 있거든요
여기에 국유기업의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이
분양가나 관리비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황은 소비자들이 더 많은 돈을 내면서도
오히려 품질이 낮은 주택을 받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부동산 산업은 건설과 인테리어, 건축자재 등
수많은 업종과 연결돼 있는데요
이 시장까지 국유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
민영기업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서민들의 소득과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지금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국유기업은 커지고, 민영기업은 위축되는 현상’은
부동산 위기가 끝나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더 크고 보이지 않는 위험이 시작되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이란 전쟁이 늘어지면서
예상치 못한 미국의 약점이 드러났습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막대한 국방예산을 가진 미국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번 전쟁에서 드러난 이 약점이
오히려 미국에는 뜻밖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군은 막대한 비용과 첨단 무기를 투입해
이란의 공군과 해군 전력을 대부분 파괴했습니다
하지만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 능력까지
완전히 무력화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란은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와 동맹국을 상대로
보복 공격을 계속했고
미군 역시 이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때는 이란이 국제 유가에
영향을 끼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는데요
그렇다면 이번 전쟁에서 드러난 미군의 진짜 약점은 무엇일까요?
이는 무기가 부족했던 것도
병사들의 용기가 부족했던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필요한 무기를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미국의 군수 시스템에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 온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번 이란 전쟁을 두고
미국 정부가 수십 년 만에 내린
최악의 결정 가운데 하나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전쟁에서 미국 국방 시스템의
취약한 부분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겁니다
그런데 한 걸음 물러나 미국의 국가안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미·이란 전쟁이 오히려 미국에는
뜻밖의 전략적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건데요
미국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대가를 치르면서
기존의 군사전략과 군수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할
기회를 얻게 됐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현대전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줬다면
미·이란 전쟁은 고강도 소모전이 길어질수록
미국의 무기 조달 방식과 생산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더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이제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전쟁부의 무기 조달 시스템을 개혁하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안보의 핵심 과제가 된 겁니다
이번 전쟁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미군은 불과 몇 달 만에
수년에 걸쳐 비축해 온 정밀유도무기와 방공 요격미사일을
위험한 수준까지 소모했다는 겁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사드와 토마호크 미사일의
비축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패트리엇 미사일은
약 3분의 2가 소모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에이태큼스와 최신형 정밀타격미사일도
상당량이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처럼 핵심 무기의 비축량이 빠르게 줄어든 것은
미군이 무기를 대량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소모되는 무기를 생산이
제때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결국 이번 전쟁은 미국의 군수 생산 능력이
어디에서 막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셈입니다
전쟁이 가장 치열했을 당시
연합군의 방공 진지에서는 하루에 약 225발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하지만 이 요격미사일을 조립하는 핵심 시설은
록히드마틴이 운영하는 미국 캠던 공장 한 곳에 집중돼 있고
이 공장의 하루 생산량은 고작 1.7발 수준입니다
말 그대로 무기를 사용하는 속도를
생산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겁니다
그 원인을 들여다보면
미국 군수산업의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납니다
핵심 부품 생산을 특정 공장 한 곳에 의존하는
취약한 생산 구조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패트리엇 미사일의
능동 레이더 탐색기입니다
목표물을 찾아 추적하는
말하자면 미사일의 ‘눈’에 해당하는 장치인데요
이 부품을 생산하는 곳은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있는 보잉 공장 한 곳뿐입니다
2025년 이 공장의 해당 부품 생산량은
고작 650~700개에 불과했습니다
미사일을 조립할 시설과 인력이 충분하더라도
이 부품의 생산이 늦어지면
패트리엇 미사일 완제품을 만들 수 없는 겁니다
이처럼 경제적 효율성을 우선하고
중복 생산시설을 최소화하는 방식은
평상시에는 미국 전쟁부의 예산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전쟁이 벌어져 무기 사용량이 급증하면
특정 공장의 생산 차질 하나가
미국의 전쟁 수행 능력과 전략적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약점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미국의 군사 시스템은 여전히 냉전 이후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스텔스 전투기의 정밀타격 능력과
압도적인 전자전 우위를 활용해 원거리에서 적을 공격하면
미국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최근 전쟁에서는 또 다른 능력이 중요해졌는데요
저렴한 무기를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겁니다
이란은 약 2만 달러 수준의 자폭 드론을 대량으로 투입했고요
미군은 이를 막기 위해 수백만 달러짜리 패트리엇이나
사드 요격미사일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공격은 저렴한데 방어에는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겁니다
결국 현대전의 승패는 누가 더 첨단이고 비싼 무기를
가지고 있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누가 필요한 무기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보충할 수 있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군수 생산을
단기간에 늘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냉전이 끝난 뒤 방산업체가 줄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미국 방위산업은
해외의 원자재와 부품, 제조장비에 크게 의존하게 됐습니다
특히 희토류와 흑연 같은 핵심 원료는
중국의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국가안보를 위협할 정도로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군수업체인 레이시온의 전 최고경영자도
중국에 수천 개의 공급업체를 두고 있어
단기간에 공급망을 분리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했습니다
중국의 작은 장비업체인 '인터컨티넨털 테크놀로지'가 만든
고정밀 조립장비가 IBM이나 L3해리스 같은
미국의 핵심 방산업체에서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지적처럼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미국 내 광산 3,400여 곳이 문을 닫았고요
결국 미국의 첨단 무기 생산이 경쟁국인 중국의 공급망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까지 온 겁니다
현대전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정밀유도무기가 중요해질수록
희토류 같은 핵심 광물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도 군수산업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8월 7일에는 배터리와 영구자석, 특수합금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최대 30억 달러 규모의 금융지원 계획을 발표했고요
미 전쟁부도 전략자본국(OSC)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산 흑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의 실라가 개발한 실리콘 기반 음극재 기술을 지원하고요
희토류 없이 자석을 만드는
미국 기업 나이론 마그네틱스에도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공급망 관리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주요 방산업체에 부품과 원자재의 공급처를 추적해
6개월 안에 보고하도록 한 겁니다
기업들은 제품의 공급망을 거슬러 올라가 모든 부품은 물론
원자재의 최초 공급처와 외주업체까지 추적해야 합니다
무기 개발 과정도 손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의 민간 방산업체들은
군 시험장에서 실사격 시험을 한 번 하려면
길게는 12개월에서 18개월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복잡한 승인 절차와 부족한 시험 일정 때문이었는데요
아무리 뛰어난 무기를 개발해도
시험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 실제 생산으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이에 미 육군은 군이 보유한 시험장을
민간 방산업체에 적극적으로 개방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이 신청하면 30일 안에 미국이나 해외의 무기시험장을
확보해 주겠다는 방침도 내놨습니다
실제로 세인트 커버넌트 인더스트리스라는 한 방산 스타트업은
미국에서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했던 시험을
모로코 무기시험장에서 13일 만에 마쳤습니다
미국 전쟁부가 무기시험장을
민간 개발자들에게 전면 개방하는 이유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나타난 빠른 무기 개발 속도를
미국의 무기 생산 과정에 도입하기 위해서입니다
전자전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무기
방공망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드론
레이저 무기와 극초음속 무기 등이
더 빠른 속도로 전장에 투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개혁의 중심에는 월스트리트 출신인
스티븐 파인버그 미국 전쟁부 부장관이 있습니다
파인버그는 2025년 전쟁부에 들어오기 전까지
사모펀드 세르베러스 캐피털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였습니다
경영난에 빠진 기업을 인수한 뒤 비효율적인 사업을 정리하고
성과를 높이는 방식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그는 이런 방식을
거대한 관료조직인 전쟁부에도 적용하고 있는데요
복잡한 무기 조달 절차를 줄이고
중소 기술기업과 방산 스타트업이
국방 조달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겁니다
기존 방산업체에는 생산량을 늘리고
납기를 지키라고 강하게 압박함과 동시에
장기 계약과 대규모 자금 지원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록히드마틴은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고
레이시온도 중거리 공대공미사일과
토마호크 미사일의 생산 확대에 나섰습니다
파인버그는 정부 사업으로 돈을 벌면서
비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사업 기한을 지연시켜온 군수업체들에게
분명한 경고를 내놓았습니다
“우리와 함께 변화하려는 업체는 성장할 것이다
변화하지 않고 저항하며 과거의 방식에 집착하는 업체는
철저하게 정리되고 퇴출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식 ‘당근과 채찍’ 정책이
미국 군수산업의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미·이란 전쟁은 미국 무기의 성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강력한 무기라도
필요한 만큼 빠르게 만들어낼 수 없다면
장기전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쟁은 더 큰 전쟁이 닥치기 전에
미국이 군사 시스템의 약점을 발견하고 고칠 수 있는
뜻밖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미 이 문제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장기전에서 필요한 무기를 제때 공급할 수 있도록
미국의 군산복합체도 전시 생산체제로 다시 바뀌고 있습니다
시사평론가 ‘에드워드 친’은 에포크타임스 기고문에서
중국에서 일주일가량 구금됐던
한 기독교 선교사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 선교사는 지난해 초 중국 본토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약 일주일 동안 구금됐습니다
선교사의 말에 따르면 옷이 벗겨진 채
24시간 내내 밝은 전등이 켜진 곳에 갇혀 있었고
이른바 ‘호랑이 의자*’에 묶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선교사는 간첩도 아니었고
첨단 기술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중국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한 부유한 사업가도 아니었고요
그저 중국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겠다는 믿음으로
선교 활동을 하러 중국에 갔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을 찾는 외국인은
누구나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걸까요?
앞서 말씀드린 선교사는 당시
‘이러다 중국에서 영영 나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풀려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풀려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최소 5년 동안 중국에 다시 들어오지 않겠다는 내용의
자백서에 서명한 뒤였습니다
그에게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과였죠
하지만 이 사례를 통해 한 가지 알 수 있는 점이 있습니다
중국에서의 위험은
내가 무엇을 했느냐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당국이 내 행동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중국을 찾는 모든 사람이
같은 위험에 놓이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상업 목적의 여행자들에게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고
좋은 사업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중국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위험의 수준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민감하게 여겨지는 분야가 있는데요
기술과 전략 정보, 희토류와 핵심 광물
사이버보안과 데이터, 정치 활동과 종교
그리고 국가안보와 관련된 분야입니다
특히 반도체나 인공지능, 통신, 첨단 제조업
희토류 같은 전략 산업에 종사한다면
중국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어떤 정보를 가지고 중국에 들어가는가?”
“중국에서 어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가?”
그리고 “내 사업 파트너는 누구인가?”
이런 부분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출국이 제한될 가능성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중국에서 본인이나 가족, 고용주
사업 관계자 등이 법적 분쟁에 연루될 경우
출국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현지 사업 파트너와 분쟁을 벌이다
캐나다인 사업 출장자가 구금되거나
여권을 압수당한 사례도 있습니다
미 국무부 역시 미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에게
중국의 출국금지가 적용될 수 있으며
사업이나 가족 분쟁, 민·형사 관련 조사 등이
출국금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중국에 들어갈 수 있다면
원할 때 언제든 중국에서 나올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이 반드시 통하는 게 아닐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런데 중국 본토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한 가지 새로운 변화도 알아둘 필요가 있는데요
오는 9월 15일부터
새로운 ‘출입국 관리 규정’이 시행됩니다
이번 규정은 중국의 출입국 관리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국가안보와 기술안보에 관련된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도 이번 규정을 두고
‘중국 당국이 국가 기술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중국인의 출국을 막을 수 있게 됐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이 규정이 외국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외국인의 출국 문제는 기존 출입국 관련 법이나
민·형사 사건, 사업 분쟁 등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흐름이 있는데요
중국에서는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문제와
기술, 정보, 국가안보가 점점 더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민감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단순히 “내가 중국에 들어갈 수 있는가?”
이것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 되면
내가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는가?”
이번에는 시선을 홍콩으로 돌려보겠습니다
홍콩은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한데요
지금도 홍콩은 겉으로 보면
국제 금융 중심지의 모습과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은행들이 있고, 다국적 기업들도 있죠
전문 서비스 회사들도 많고
금융시장 역시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익숙한 모습 때문에
오히려 안전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정부는
홍콩에서 현지 법이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
여행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미국 역시 홍콩 여행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체포될 가능성보다 더 신경 써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행동이고
어디서부터 문제가 될 수 있는지
그 경계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홍콩 민주화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사람이라면
상황은 더욱 달라질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정치 단체에 후원금을 냈거나
시위에 참여했거나, 관련 글을 썼을 수도 있습니다
활동가들을 지원했거나
공개적으로 중국 당국을 비판했을 수도 있습니다
2019년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었을 당시에는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홍콩 인구가 약 750만 명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많은 숫자입니다
참가자 가운데는 그저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2020년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법적 환경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 법이 2019년에 자신이 했던 모든 행동을
자동으로 범죄로 만든다는 뜻은 아닙니다
국가보안법 자체가 과거의 행위를
무조건 소급해 처벌하는 방식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이후의 행동이
새로운 사건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또 국가보안법에는
홍콩 밖에서 이루어진 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는
역외 적용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는데요
다른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홍콩 영주권이나 다른 형태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있다면
더 신중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나 미국, 한국 여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홍콩 영주권자 신분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사용해 온 홍콩 신분증을 가지고
홍콩에 들어가는 거니까요
하지만 중국과 홍콩 당국은 국적을 다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나 미국, 한국 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홍콩이나 중국의 법적 관할에서
자동으로 보호받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거죠
따라서 이중국적이 있거나, 홍콩 영주권을 가지고 있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과거 이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홍콩에 가기 전에 전문가에게
법률 자문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오해가 많은 부분이 있습니다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것 자체를
베이징이 불법으로 간주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인데요
실제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중국 정권을 비판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자동으로 범죄자가 되는
그런 포괄적인 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베이징을 비판했으니까 자동으로 범죄자가 된다”
이렇게 이해해서는 안 되고요
보다 현실적으로 우려되는 것은
정치적 발언이나 활동, 모금, 특정 단체와의 관계 등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행객들이 한 가지 더 알아둬야 할 변화가 있습니다
중국의 ‘민족단결·진보 촉진법’이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제63조입니다
이 조항은 중국 밖에 있는 단체나 개인이
중국을 대상으로 민족단결과 발전을 훼손하거나
민족 간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를 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티베트나 신장, 소수민족 문제나 분리주의
국가 통합과 관련된 활동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관여하고 있다면
이번 변화를 가볍게 볼 수만은 없습니다
“내가 중국 밖에서 한 행동이 나중에 중국이나 홍콩에
들어갔을 때 문제가 될 수 있을까?”
여행객 입장에서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해 보면요
홍콩에서 정치적으로 활동한 적이 있거나
공개적으로 민주주의를 지지한 경우
또는 2019년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었다면
상황을 좀 더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글을 썼거나
활동가들을 지원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현지 당국이나 사업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내가 불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면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 사업 기회가 개인적인 위험까지
감수할 만큼 가치가 있는가?”
그리고 최악의 경우
중국을 떠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는 건 아닌지
이런 부분을 미리 생각해봐야 합니다
중국과 홍콩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위험이 똑같은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정치적 이력이나 민감한 기술
사업상 이해관계처럼 위험 요소가 여러 가지 겹쳐 있다면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현명한 선택은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습니다
아예 가지 않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