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빠진 WHO...중국, 더 적은 비용으로 영향력 키우나? | 이윤정의 이슈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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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WHO 탈퇴와 재정 위기 속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
최대 의무분담금 납부국 중국의 차기 WHO 사무총장 도전
대만 배제와 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싼 WHO 중립성 논란
차기 팬데믹의 정보와 대응 기준을 둘러싼 미·중 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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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요약
AI 생성미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이유로 WHO를 탈퇴했으나, 오히려 중국이 최대 분담금 납부국으로 올라서고 차기 사무총장 후보를 내세우는 등 보건 거버넌스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 보건 체제의 중립성 훼손과 정보 통제권 장악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를 떠난 지 몇 달 만에
중국이 차기 WHO 사무총장 후보를 내세웠습니다
후보는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현직 관료인 쑹리입니다
미국의 탈퇴로
중국은 이미 WHO 최대 의무분담금 납부국이 됐는데요
이제는 재정적 영향력뿐 아니라
최고 책임자 자리까지 노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을 이유로 WHO를 떠났지만
그 결과 오히려 중국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공간이 열린 것은 아닐까요?
미국 정부는 올해 1월 22일
WHO 탈퇴 절차를 공식적으로 완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1년 전 탈퇴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WHO에 통보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WHO가 중국 측 발표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독립적인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WHO는 2020년 1월 30일에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3월 11일에야 팬데믹으로 규정했습니다
WHO가 이끄는 국제조사단이 우한에 들어간 것도
사태 발생 1년여 뒤인 2021년 1월이었습니다
미국은 미납 분담금 2억6천만 달러도
내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미 국무부는 코로나19 기간 WHO의 실패로
미국 납세자와 경제가
이미 지나치게 큰 대가를 치렀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은 지난 9월 25일 유엔의 팬데믹 대비
정치선언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WHO 탈퇴와 함께 팬데믹 협정 협상을 중단하고
국제보건규칙 개정안도 거부하는 등
기존 국제보건 체제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는 겁니다
WHO는 미국의 탈퇴가 미국과 세계 모두에
손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요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감염병 대응 협력이 약해질 경우
양측 모두의 안전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문제는 재정 충격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WHO 전체 재원의 약 18%를 부담해온
최대 후원국이었습니다
이 돈이 빠지면서 WHO는 관리조직을 절반으로 줄이고
전체 직원의 약 4분의 1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중국은 자연스럽게
WHO 최대 의무분담금 납부국으로 올라섰습니다
중국은 앞으로 5년 동안
5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이걸 다 합쳐도 연평균으로는
과거 미국이 냈던 연 4억5천만 달러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됩니다
쉽게 말해 중국이 미국의 재정적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WHO의 전체 재원은 줄어들지만
중국은 과거 미국이 부담했던 금액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최대 의무분담금 납부국’이라는
정치적 지위를 얻게 된 셈입니다
지난 1월 국제학술지 《세계화와 보건》에 실린 연구도
중국이 WHO에서 미국을 완전히 대체하려 하기보다는
자국에 더 유리한 지위를
적극적으로 추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노리는 것은 재정적 영향력만이 아닙니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2016년 중국의 규칙 제정과 의제 설정 능력을 높이고
국제기구에서 활동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17년에는 중국이
국제사회를 새로운 질서로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고요
2018년에는 세계 거버넌스 체제 개혁을 이끄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중국의 국제적 발언권을
전면적으로 강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지난 10월 8일
쑹리를 차기 WHO 사무총장 후보로 공식 지명했습니다
쑹리는 베이징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대 방문학자 경력도 있는데요
내년 2월 최종 후보 3명이 추려지고
2027년 5월 회원국 투표로 최종 선출됩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WHO 집행이사회에도 합류했습니다
중국이 재정적 지위를 높인 데 이어
WHO의 의사결정 기구에 진입하고
자국 관료를 사무총장 후보로 내세운 겁니다
중국은 이미 WHO 사무총장을 배출한 전력도 있습니다
홍콩 출신 마거릿 챈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WHO 사무총장을 지냈고
퇴임 이듬해 중국 최고 정치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으로 합류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관료가 국제기구에 진출하더라도
중국 당국의 통제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2018년 중국으로 돌아간 뒤
실종됐다가 수감된 멍훙웨이 전 인터폴 총재 사례도
이런 우려의 근거로 제시됩니다
물론 쑹리가 당선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쑹리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벨기에 카타르
보츠와나 인도네시아 스페인 후보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조지타운대 글로벌보건법 교수 로런스 고스틴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후보를
WHO 사무총장으로 받아들일
국제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의 영향력과 WHO의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은
대만 문제에서도 나타납니다
대만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보건총회에 옵서버로 참석했지만
2017년부터 중국의 반대로 매년 배제돼
올해로 10년째 참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초기 대응 과정에서도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짐 오닐 미 보건복지부 부장관은
WHO가 2019년 대만의 코로나19 조기 경고를
무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WHO 코로나19 기술 책임자였던
마리아 판케르코버는 "대만은 경고가 아니라
정보를 요청했을 뿐"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는데요
대만은 2019년 12월 31일
우한의 비정형 폐렴 사례를 파악하고
WHO에 이메일을 보내 추가 정보를 요청했습니다
이메일에 ‘사람 간 전파’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환자들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
전파 위험을 강하게 시사했다는 것이 대만 측 설명입니다
WHO는 이를 공식 경고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고
대만은 위험성을 충분히 알렸다는 입장입니다
브루스 에일워드 전 WHO 사무총장 선임고문이
2020년 화상 인터뷰에서
대만에 관한 질문을 피했던 영상도 다시 주목받았는데요
당시 기자가 대만의 코로나19 대응을
평가해 달라고 다시 묻자
에일워드는 "중국 여러 지역을 보면
실제로 상당히 잘 대응했다"라고
동문서답으로 질문을 피해간 바 있습니다
WHO가 중국식 봉쇄 정책을
권고했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이 바타차리야 미국 국립보건원장은
“WHO가 봉쇄 정책을 권고한 적이 없다”는
WHO 측 해명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는데요
WHO가 2020년 중국에 파견한 조사단이 보고서에서
중국의 봉쇄 조치를 높이 평가했던 것 자체가
사실상 다른 나라에도 같은 방식을
권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입니다
결국 미국의 탈퇴는 WHO의 재정을 축소시킨 동시에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미 2020년부터 유엔 체제 안에서
중국의 '악의적인 영향력'에
대응하는 임무를 맡은 특사를 두고 있는데요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중국이 핵심 직책에 자국 인사를 앉히고
미국에 대항하는 사업에 자금을 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민은
이제 WHO 내부의 중국 영향력에서
한발 벗어날 수 있지만 유럽을 비롯한 나머지 세계는
여전히 그 영향 아래 놓이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누가 다음 팬데믹의 정보를 통제하고
조사 기준을 정하며 어느 나라의 원칙을
세계의 규칙으로 만드느냐는 문제입니다
미국의 탈퇴가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선택이 될지
아니면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세계 보건 질서에서
더 큰 발언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지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