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지금 국가 총동원 체계를 강화했나?…전쟁 준비의 신호일까 | 이윤정의 이슈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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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16년 만에 국방동원법을 전면 개정
병력부터 민간자원까지 국가 총동원 체계 강화
출입국·교통·인터넷까지 전시 통제 범위 확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장기전 대비
대만 전쟁 임박보다는 다양한 위기 대응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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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16년 만에 국방동원법을 대대적으로 손질했습니다
평시의 경제와 사회 전체를 신속하게 전쟁 체제로 전환하고
단기전을 넘어 장기전까지 버틸 수 있도록
국가동원 체계를 다시 짠 겁니다
중국은 왜 하필 지금 이런 준비에 나선 걸까요?
대만해협 전쟁을 염두에 둔 걸까요?
아니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약점을
보완하려는 걸까요?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되는 중국 국방동원법의 핵심과
그 안에 담긴 의도를 짚어보겠습니다
국방동원법은 국가가 유사시에 경제력과 사회 자원을
국방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법입니다
2010년 후진타오 집권기에 처음 제정된 이 법은
이번에 14장 82조로 전면 개정됐는데요
새 법은 국방동원을 “평시와 전시의 신속한 전환을 보장하고
경제력과 사회 역량을 국방력으로 전환하는 활동”이라고
처음으로 정의했습니다
원래 법과 비교해 병력만이 아니라 경제와 산업
기술까지 아우르는 훨씬 넓은 개념으로 바뀐 겁니다
중국공산당의 영도를 견지한다거나
총체적 국가안보관을 견지한다는 문구도 추가됐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여러 공식 문건에서
관행적으로 등장하는 표현들이라
이번 개정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의 ‘예비역 인원’이라는 표현을
더 넓은 개념인 ‘동원 가능 병력’으로 바꾼 겁니다
여기에는 정식 예비역뿐 아니라
예비역에 편입되지 않은 퇴역 군인과
병역 요건을 갖춘 일반 시민까지 포함됩니다
일반적으로 퇴역 군인은 모두
예비역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국에서는 군 복무를 마쳤더라도
예비역에 정식으로 편입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요
유사시 소집할 수 있는 인력을 폭넓게 관리해
현역부대를 더욱 신속하게 보충하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이렇게 되면 예비군과 현역 사이의 간극이 크게 줄어들고
유사시 병력을 끌어모으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폭 단축될 수 있습니다
18세에서 60세 남성, 18세에서 55세 여성이
국방근무 의무를 진다는 조항 자체는 새로운 내용이 아닙니다
다만 주목할 부분은 오는 9월 15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출입국 관리 규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공산당이 앞서 발표한 새 규정은
중국의 출입국 관리를 한층 강화한 건데요
첨단기술 인력과 일반 국민에 대한
출국 통제가 더욱 광범위하고
자의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죠
이 때문에 병력을 국내에 묶어두려고
출국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양광망은 “동원령이 내려지면
소집 대상자가 등록지를 임의로 떠날 수 없고
외지에 있으면 즉시 복귀하거나
대기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소셜미디어에서는 실업 상태의 청년들뿐 아니라
친지 방문차 중국을 찾는 해외 화교들까지
이런 동원 대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민간자원과 관련한 변화도 있습니다
기존의 징용 및 보상이 수용·징용 및 보상으로 확대됐습니다
징용은 일시적으로 쓰고 돌려주는 개념인 반면
수용은 소유권 자체가 넘어갈 수 있는 더 강한 개념인데요
대만 국가정책연구기금회 연구원 '리정슈'는
징용은 거부할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수용에는 강제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가가 우선 가져가고
처리는 나중에 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거죠
개정된 국방동원법 64조는 “모든 조직과 개인이
민간자원의 수용과 징용을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라고 명시했습니다
공장의 생산능력은 물론이고
기업이 축적한 데이터와 기술인력까지
동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용 범위가 상당히 넓어졌다는 평가입니다
대만 공군 예비역 대령 출신 '마이샹'은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을 예측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중국 내 자산도
전쟁에 동원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대만 기업의 경우 중국 본토에 투자한
자산, 기술, 생산능력까지 중국의 국방동원 체계에
편입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개정법에는 동원이 시행되면 해당 지역의 교통과
인터넷, 에너지, 식품 유통, 인력과 물자 이동까지
통제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지금 이 법을 대대적으로 손질했을까요?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쑤쯔윈' 소장은 국방동원법 그 자체보다
이 법을 운용하는 중국공산당 정권의 본질이
침략적이고 팽창적이라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전쟁 대비 법률은
정상적인 국가에선 대개 방어를 위한 것이지만
중국공산당 정권 아래서는 대외 팽창의 수단으로
바뀔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쑤쯔윈은 민간자원 수용 조항에 대해서도
민주국가에는 보상 절차와 함께
의회 같은 민의기관의 추인 절차가 있지만
중국은 공산당이 결정하면 그만이고
별도의 감시·감독 장치가 없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시사평론가 '차이선쿤'은 이런 수용 방식이
중국공산당이 정권을 수립한 직후
사회 각 계층을 상대로 벌였던 몰수와 강제매입
국유화 조치와 본질적으로 닮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개정법 관련해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주목하는 배경이 있는데요
바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리정슈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가장 크게 직면한 압박 가운데 하나가 경제제재였다는 점을
베이징 당국이 눈여겨봤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차이선쿤은 중국이 러시아가 예비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청년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중국이 러·우 전쟁을 통해
현대전이 장기전으로 번질 수 있고
병력 부족과 경제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중국은 여러 성에 국방동원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식량과 물자를 비축하는 등 유사시 즉각 가동할 수 있는
상설 동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이번 법 개정만으로 전쟁이 임박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선밍스' 연구위원은 이번 법이 국지적 동원과
특별조치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대만해협에서 국지적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중국 전역을 전시 상태로 선포할 필요 없이
관련 지역만 부분 동원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이번 개정이 대만해협 전쟁만을 겨냥했다기보다
앞으로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비해
제도적 수단을 갖추려는 성격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리정슈는 지금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에게는
내부 문제가 가장 시급한 사안이라
당장 대만과 전쟁을 벌여야 할 긴박성은 크지 않다고 봤는데요
경제 둔화와 지방 부채, 부동산 시장 침체 같은
국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대규모 전쟁까지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진단입니다
선밍스는 한발 더 나아가, 적어도 2028년 이전에
시진핑이 대만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중국이 고려해야 할 대내외 변수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차이선쿤은 조금 다른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중국공산당이 현재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고
청년 실업이 늘면서 사회적 불만도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는데요
이런 정권일수록 내부 갈등이 격화될 때
외부의 적을 찾는 경향이 있고
대만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정리하면, 이번 법 개정만으로
전쟁이 임박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병력과 민간자원, 지방조직을 아우르는
국가 총동원 체계를 구축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흐름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이를 운용하는 공산주의 정권의 팽창적 성격을 고려할 때
이러한 준비가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