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장기를 적출하자?”…장기이식 금기를 깨려는 이유 | 이윤정의 이슈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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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의 기본 원칙을 뒤집자는 주장이 등장
더 많은 장기를 얻기 위해 죽음을 앞당기자는 논쟁 확산
안락사와 장기기증 결합을 둘러싼 윤리 논란
기증자의 동의만으로 죽음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논쟁
한 사람의 희생으로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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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요약
AI 생성이 영상은 장기 이식의 핵심 원칙인 '사망자 기증 원칙(DDR)'을 폐지하고, 장기 적출 자체를 죽음의 수단으로 삼자는 일부 급진적 생명윤리 주장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학계의 논의가 점차 정당화되어 공공정책으로 굳어지는 과정을 조력자살과 성별 전환 의료 사례로 설명하며, 생명 존중이라는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지켜야 함을 강조합니다.
장기 이식 의료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기증자가 사망한 뒤 장기를 적출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학술지에서
이 순서를 뒤집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장기 적출 자체를 죽음의 수단으로 삼자’는 겁니다
더 많은 장기를 확보해서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이유인데요
과연 사람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다른 사람을 죽여도 되는 걸까요?
고 ‘리처드 존 뉴하우스’ 신부는 생전에
생명윤리 분야의 위험한 생각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스며들고 받아들여지는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처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을 토론의 대상으로 만들고
점차 정당화한 뒤
결국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뉴하우스 신부의 말처럼 급진적인 생명윤리 정책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는 건 아닙니다
처음엔 터무니없고 위험해 보였던 생각을
대중들이 모르게 학계에서 먼저 논의하고요
그러다 학계 안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일이
어느새 정당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결국 아무렇지도 않게 공공 정책으로 자리 잡게 되죠
구체적으로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조력자살’ 법제화입니다
조력자살이란 의사 같은 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환자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끝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한때는 사회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죠
하지만 생명윤리학자들이 합법화를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죽음을 앞당기는 행위는 논쟁의 대상이 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당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실제로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제도로 자리 잡았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성별 불쾌감을 겪는 아동에게
사춘기 억제제를 사용하는 문제입니다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과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이 다르다고 느껴서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아동들의 이야기인데요
2009년 무렵부터 전문 학술지에는
이런 아동에게 사춘기 억제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연구와 주장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10여 년 뒤
미국에서는 사춘기 억제제와 호르몬 치료 등을
미성년자의 성별 전환 의료에 활용하는 정책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됐습니다
일부 진보 성향 주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자녀의 성별 전환에 반대하는 부모의 양육권을
제한하는 법과 정책이 추진되기도 했습니다
미국 디스커버리 연구소 생명윤리 전문가
‘웨슬리 제이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이런 흐름이 장기이식 의료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바로 ‘사망자 기증 원칙’, 영어로는 ‘Dead Donor Rule‘
줄여서 ‘DDR‘이라고 부르는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 장기를 적출하기 위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고
장기 기증은 반드시 기증자가 먼저 사망한 뒤에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인데요
최근 일부 생명윤리학자들이
이 원칙을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학계 논쟁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요
그동안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생각이
학계에서 공개적으로 논쟁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들어 사람들이 중병에 걸리거나 크게 다쳤을 때
“내가 아직 살아 있는데 장기를 적출당하는 건 아닐까?”
또는 “장기를 얻으려고 내 목숨까지 빼앗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을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장기이식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사망자 기증 원칙을 폐지하자는 쪽에서는
어떤 논리를 내세우고 있을까요?
최근 ‘의료윤리학 저널’에 실린
한 생명윤리학 교수의 주장을 보겠습니다
이 교수는 살아 있는 사람이
신장 하나를 기증하는 경우를 예로 들었는데요
신장 하나를 떼어내면 기증자의 신장 기능은 줄어들고
몸에도 분명 부담이 생기죠
그런데도 본인이 충분히 알고 동의했다면
신장 기증은 허용됩니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살아 있는 사람이
자신의 생명에 필수적인 장기를 기증하는 것도
허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신장 하나를 기증한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만에 하나 기증자가 사망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건 장기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사고일 뿐
처음부터 기증자의 죽음을 전제로 한 의료행위는 아닙니다
반면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를 적출하면
그 사람은 반드시 죽게 됩니다
즉, 의료행위에 위험이 따르는 것과
처음부터 기증자의 죽음을 전제로
장기를 적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이 교수는 태아를 살리기 위한 수술도 사례로 들었는데요
태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산모가 수술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죠
산모의 몸에 부담이 가고
경우에 따라 생명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지만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아이를 살리겠다는 산모의 선택은 존중된다는 겁니다
이 교수의 주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기로 한 선택까지 존중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를
기증하는 것도 허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즉, 간이나 심장처럼 떼어내면
기증자가 생존할 수 없는 장기의 경우에도
본인이 동의했다면 허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 두 경우에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죠
산모가 수술을 받다 사망하는 건
원래 의도했던 결과가 아닙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를 떼내면
그 사람은 반드시 죽게 됩니다
즉,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죽을 위험까지 감수하는 것과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의 죽음을 전제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본인이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면 괜찮은 걸까요?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동의만으로
모든 윤리적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장기를 기증해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오히려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거나
죽음을 앞당기게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장기 기증을 전제로 이식 절차가 이미 시작됐다면
나중에 마음을 바꿔 안락사를 포기하고 싶어도
쉽게 철회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스페인에서는 안락사를 선택한
한 여성의 사례가 있었는데요
여성의 변호인은 병원 측이
이미 장기를 다른 환자에게 배정했다는 이유로
여성이 안락사 결정을 번복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주장도 나왔습니다
지난 7월,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가운데 하나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안락사와 장기 기증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자는 주장이 실린 건데요
기존처럼 환자가 안락사로 사망한 뒤
장기를 적출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를 적출하는 과정 자체가
환자의 죽음으로 이어지게 하자는 겁니다
그래야 더 좋은 상태의 장기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학술지의 저자들은 이런 방식을
‘장기 기증에 의한 죽음’이라고 불렀습니다
현재 캐나다와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는
안락사나 조력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장기를
다른 환자에게 이식하고 있습니다
먼저 약물 등으로 환자가 사망하게 한 뒤
장기를 적출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심장이 멈추는 순간부터
장기에도 산소 공급이 끊긴다는 점인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장기 손상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환자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장기를 적출하면
장기 손상을 줄이고
더 좋은 상태로 이식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하면 이식받은 환자의 치료 결과도 좋아지고
기증 가능한 장기도 늘어나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겉으로 보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이유로
한 사람의 죽음까지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의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입니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스미스 선임연구원이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주장이 일부 급진적인 학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장기 기증에 의한 죽음’을 주장한 저자 가운데 한 명은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 주장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장기기증 절차가 진행되던 중
환자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면서
논란이 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2021년 켄터키주의 한 남성은
약물 과다복용으로 위중한 상태에 빠진 뒤
장기기증 절차를 밟게 됐는데요
그런데 장기 적출 수술을 앞두고
환자가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보거나
몸을 움직이는 등 반응을 보였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결국 수술을 맡은 의사들이
장기 적출을 거부하면서 절차는 중단됐고
이 환자는 이후 회복해 병원을 나왔습니다
문제는 당시 장기 기증 절차를 담당했던
KODA 측이 이런 상황에서도 절차를 계속 진행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을 포함해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드러나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플로리다와 켄터키의 장기기증기관 두 곳에 대한
정부 인증을 취소했습니다
장기이식의 윤리적 기준을 생명윤리학자들의 논의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장기이식은 한 사람의 기증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의료 체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켜야 할 원칙은 더 분명해야 합니다
장기를 얻기 위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거고요
이 명백한 원칙은
논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