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이무기와 말 못하는 화공

SOH 희망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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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비디오 조회수·2026. 2. 18.
문화부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뱀이 천년을 수행하면 뭐가 될까요?
마침내 구름을 뚫고 올라가 용이 된다죠.
어느 뱀이 있었습니다.
천년을 착실히 닦아 용으로 승천하려고 날까지 잡았는데
먹장구름 사이를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뱀은 하늘로 몸을 솟구쳤겠지요.
그런데 하필 아래에서 그걸 우연히 본 아이가 손가락질하며 말해버렸습니다.
그 바람에 뱀은 떨어졌고 뱀도 아니고 용도 아닌 이무기가 되고 말았지요.
그 이무기는 사람이 꼴도 보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동굴 속에 들어가 살다 보니 점차 눈도 멀어버렸지요.
세월이 수십 년 흘렀습니다.
어느 날 그 동굴에 한 수염난 남자가 바람을 매고 찾아왔습니다.
이무기는 기척을 느끼고 물었지요.
넌 뭐냐?
하지만 그 사내는 벙어리였기에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말없이 바람을 푸는데 종이도 벼루도 없이 붓 한 자루만이 들어 있었지요.
그는 붓을 척 들어보여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 걸 알렸습니다.
하지만 이무기는 눈이 멀었으니 못 알아들었을까요?
아닙니다. 그래도 그 이무기가 나름 천년이 넘도록 수행을 하지 않았겠어요.
그래서 마음의 눈으로 알아듣고는 물었습니다.
보이는 걸 그린다고? 보인다는 게 어떤 거지? 듣는 것보다 수승한 건가?
사내는 그 이무기를 찬찬히 보더니 말없이 붓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허공에 붓을 긋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물소리가 들려오고
또 붓을 드니 먹구름이 모이며 번개가 번쩍였습니다.
그리고 붓을 내려놓고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그 역시 오래 그림을 그려 완성의 문턱에 이르렀으나
한 가닥 업력이 발목을 붙들어 침필에 이르지 못하는 중이었습니다.
이무기가 그 소리와 진동에 놀라더니 묵묵히 있다가 말했지요.
난 보는 걸 미워했기에 이렇게 눈이 멀었네.
사내는 무슨 실언을 했길래 말을 못하는가?
사내는 말없이 붓을 들어 천천히 이무기의 눈에 눈동자를 찍었습니다.
그 순간 이무기는 눈이 번쩍 트이더니 날아올랐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내려와 사내를 보더니 손에 생긴 작은 여의주를 사내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그러자 사내는 문득 입이 트이더니 말했지요.
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