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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연못에 도착하여 잠복근무할 포인트를 잡았습니다. 낚시도 포인트가 있듯이 몰래 훔쳐보기도 포인트가 매우 중요하다는 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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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인생은 기다림입니다. 기다림의 연속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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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기다리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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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일엽편주와도 같은 만남, 그리고 번쩍이듯이 휘릭! 지나가버리는 기쁨…그런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저는 별 다른 기대 따윈 없었습니다.

오늘따라 산신령도 경로당 가서 내기바둑이라도 두시는지 기척도 보이지 않네요. 달이 중천에 뜨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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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세는 좀 잡을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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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뒤에 폭신한 자리를 잡아 결가부좌를 하고 두 손을 결인하여 만반의 자세를 잡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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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졸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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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허리를 꼿꼿히 세우고 깊은 숙면에 드는 기술은 서당을 잠깐 다닐 때 숙달한 것이었지만 서당에서 퇴출된 이후로 별로 써먹을 데는 없었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고개가 팍팍 넘어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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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징월드 희망지성에서 절찬 연재중인 서유기의 주연 손오공님이 카메오로 훈장님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생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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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훈장: 절 마 또 짝퉁 삼매 들었다! 요걸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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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연못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리면서 과거의 꿈은 사라지고

​문득 일본 하이쿠 시인 바쇼의 시 한구가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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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연못

청개구리 한 마리

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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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에 눈을 떠보니 과연 보름달이 중천에 있었고 마치 달에서 내려오는듯한 세개의 통통한 무엇이 보였습니다. 덩실덩실 춤추듯 흔들리며 내려오는 돼지 세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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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돼지? 선녀가 아니고 돼지라고? 돼지나라 선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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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세히 보니 돼지 형상을 한 두레박이었고 그 안에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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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진실로 선녀다운 선녀들이 실려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우선 저는 잠시 저주를 퍼부을 뻔 했던 사슴에게 축복을 무한정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침을 꿀꺽 한사발쯤 삼켜가며 그녀들의 행동거지를 주목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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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시절 훈장님의 주목~! 에도 주목하지 않다가 주먹질을 당했던 저가 이렇게 집중력있게 줌업-하여 주목하는 날이 제 인생에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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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모억하라고!​

*카메오 손오공이 자기 분량 너무 적다며 행패를 부리려 하여 한 컷 더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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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선녀는 의상을 시원스레 벗더니 먼저 옷을 탈탈 털었습니다. 하늘나라에도 여군이 있는지 몰라도 군인들 모포 털듯이 잘 터네요!

내려오는 동안에 황사와 미세먼지가 엄청 쌓였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제가 숨어있는 바위쪽을 일제히 쳐다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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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옷을 들고 깡총거리며 뛰어 오는 그녀들을 보고 당황과 환희가 뒤섞여 기절할 뻔 했습니다. 그리고는 포인트를 잘 잡은 제 선견지명에 스스로 소리없는 박수를 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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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리고 바로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영상이 아닌 컷으로만 보여드림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만 약간의 아쉬움 속에 폭발하는 상상력! 이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없나요?

그 곱디 고운 선녀들은 목욕을 시작했습니다. 천상에는 욕탕이 없는 게 분명합니다. 굉장히 집요하게 상당히 많은 량의 때를 미는 것을 보니 확신이 드네요. 하긴 그러니 그 위험을 무릎쓰고 지상까지 두레박을 불법임대하여 심야할증요금을 감수하고 머나먼 길을 와서 목욕을 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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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수고하여 때를 미는지 가끔 가쁜 숨을 토하며 쉬는 모습에 제가 훅 나서서 도와주고 싶은 때밀이 기사도가 발동하곤 했지만 꾸욱 참았습니다. 주인공이 그리 나대면 안 되죠!

저는 우선 계획대로 날개 옷 하나를 숨기려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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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순간! 저는 갑자기 선택장애증세가 발동했습니다.

아…이런! 누구 옷을 챙기지?

다시 선녀들의 모습을 살피면서도 선택의 번민에 사로잡힌 제게 한줄기 빛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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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찜​

물 밑에서부터 쏘아져 올라온 레이저 빔이 그 중 한 선녀를 향해 명료하게 비쳐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그 선녀가 가장 아름다운게 맞네요!

‘아! 산신령님이시닷!’

저는 적시에 중생을 방황의 미로에서 구해주시는 산신령께 감사의 마음으로 절을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그 선녀의 옷을 챙기려 했는데 아뿔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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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내방송을 드리자면 아뿔싸는 원래 아! 不思-로 아! 생각 못했네! 라는 뜻입니다. 이상 타타오 문자인문학에서 알려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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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선녀가 가장 예쁜지는 산신령님 도움으로 알았지만 그 선녀가 벗어둔 옷이 어느 것인지를 모르겠다는…이런 난관이 저를 가로막은 것이었습니다. 참 인생은 산너머 산이요,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렇죠?

저는 심호흡을 한 끝에 어릴적 동네 형아에게 배운 그 비장의 점법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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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선녀들이 목욕이 거의 끝나가고 있네요! 저는 서둘러 왼 손바닥을 펴고 침을 뱉었습니다.

그리고 오른 손 집게와 중지를 모아 힘껏 내리쳤죠. 그리고 침이 가장 많이 튄 쪽의 선녀옷을 얼른 잡아채어 숨겼습니다. 이것이 전통의 침점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갈 길을 제시해주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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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옷 한벌을 챙기자마자 세 선녀들은 목욕을 마치고 몸을 후루루 털고 나더니 옷을 널어둔 바위쪽으로 성큼성큼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오 마이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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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녀는 자기의 옷을 잡았는데 제가 선택하지 않은 한 선녀가 자기 옷을 찾지 못해 울상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건 뭐죠? 뭐긴요. 제가 친 침점이 약발이 다 한 거죠.

하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않는 마음! 이라는 옛 말씀이 제 좌우명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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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타짜 뺨치는 솜씨로 제가 챙겼던 옷을 울상이 된 선녀의 손에 휙-쥐어주고는 제가 찜한 선녀의 손에 들린 옷을 나꿔채서 바위 아래 뚫린 구멍 속으로 던지고는 얼른 제 몸을 들키지 않게 숨겼는데 그에 소요된 총시간은 불과 0.3초였던 거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이런 제가 나무꾼이라니!

직업을 다시 고려해 봐야 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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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긴장을 푸셔도 좋습니다.

그 다음 이야긴 아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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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언니선녀는 더 늦었다가는 하늘문이 닫힌다면서 기숙사 사감님 노처녀 히스테리 발작하면 끝장이라는둥 뭐라는 둥 하며 서둘러 먼저 올라가버리고 자기 손님을 상실한 돼지두레박 하나는 아오! 요금 안주고 튀었네! 하며 투덜거리다가 같이 올라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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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막내선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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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자리에 저는 등을 돌린채 천천히 일어서서 조용히 부드러운 G-마이너의 음률로 속삭이듯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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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자! 뭐 제가…도와드릴 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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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휘청거리면서도 묘하게 기존 스토리 밖으로 튕겨나가지는 않죠?

다음 이어지는 명랑 발칙한 스토리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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