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애용하는 한자 중에 毒(독)이 있습니다.

이 독은 날 生(생) 아래 행실이 없는 자 라는 뜻의 毐(애)라고 합니다. 누가? 한대의 권위서 설문해자에 그렇게 나와있습니다.

또 날 生(생) 아래 말 毋(무)로도 보는데 역시 행실에 법도가 없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生(생)은 생긴다, 무성해진다-는 뜻이 내포되지요? 사람에게도 독이 있으니 담배와 술이 독입니다.

담배 한대...술 한두잔은 문제가 적으나 이게 누적되어 무성해지면 처치곤란의 덤불이 되고 말지요.

그리고 의식 속에도 독이 있으니 이기적인 사심입니다. 흔히 질투심, 과시심, 쟁투심이라는 사람마음3대장들이지요.

내가 잘난거 뽐냈다고 바로 큰 일 나지는 않습니다. 동창이 잘 사는거 슬적 질투해다고 해서 바로 탈이 날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아보이는 잡초들이 돋아나고 자라는 것을 방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읊어봅니다.

작은 생각이 생길 땐 귀여우나
그것을 방치하면 무성해지고.
마침내 사람의 양심마저 좀 먹으니
그것이 독이 되었구나.

여기서 유사한 뜻을 가진 또 하나의 글자를 볼까요? 바로 蠱(고)인데요. 역시 독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글자는 毒(독)보다 훨씬 연세가 많으니 바로 상나라 은허의 갑골문에 이미 등장하고 있습니다.

재미난 건 그 형상인데요. 벌레들을 그릇 안에 넣어둔 모습입니다.

《諸病源候論제병원후론》의 蠱고를 보면 이런 설명이 있네요.

“벌레와 뱀 따위를 많이 가져다가 그릇에 담아 서로 잡아먹게 하고, 오직 하나만 홀로 남으면 그것을 蠱고라 한다.”

그래서 고는 미혹, 누적된 폐해 등의 뜻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左傳》에 보면 昭公 원년, 진나라 의사 醫和의화가 진후의 병을 진단하면서 아주 중요한 말을 합니다.

그는 병을 단순히 귀신이나 음식 탓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가 蠱를 설명하면서

“惑以喪志혹이상지”

즉 미혹되어 뜻을 잃는 것-이러고 합니다. 오호~!

뜻은 뭘까요? 건실한 의지..라고 봐도 좋은데 저는 初志(초지)初心(초심)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또 《左傳》의 주석에서는 蠱와 관련하여 여러 현상을 함께 설명합니다.

  • 오래 쌓인 곡식에서 벌레가 생기는 것
  • 남녀 관계에서 미혹되는 것....

아, 이제 고라는 글자 속에서 살냄새, 지분냄새까지 나는군요. 이제 고는 무언가가 안에서 오래 쌓이고, 썩고, 뒤틀리고, 결국 사람을 해치는 상태를 이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周易》의 蠱가 있습니다. 오늘 좀 깊이 들어가나요?ㅎ

《周易》 제18괘가 바로 蠱입니다.

괘사는:

蠱:元亨。利涉大川。先甲三日,後甲三日。

蠱 = 세월 속에서 쌓이고 썩어버린 상태, 그것을 다시 고쳐야 하는 상황

利涉大川 =큰 강을 건너니 이롭다...

시험을 극복해내니 크게 이롭다는 뜻입니다.

先甲三日과 後甲三日 “그 일이 왜 썩었는지를 먼저 살피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온당할지를 살핀다.”

그래서 《周易》의 蠱는 의외로 부정적인 괘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첫마디가

元亨 이지요?

크게 형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 썩은 냄새를 느꼈기에 비로소 고칠 기회가 온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고칠까요?

바로 그 다음에 답이 나옵니다.

山下有風,蠱。君子以振民育德。

산 아래 바람...이건 사람에게 풍이 드는 것을 말합니다. 그 다음이 핵심인데요.

“군자는 이를 보고 백성을 진작시키고 덕을 기른다.”

여기까지 알아보고 가만히 차 한잔 마셔봅니다. 그러는 사이 생각은 진주알처럼 맑게 떠오릅니다.

진정 독한 것은 남이 아니다.
그와 나를 가둔 이 좁은 마음이다....

그렇지않나요? 그러니 밖을 보고 남을 보고 미운 사람, 독한 사람 할 것이 없겠네요. 또 하나의 구절이 낙엽처럼 스르르 내려옵니다.

그릇에 가두면 蠱가 되고,
마음을 열면 마을이 된다.

결국 毒(독)이나 蠱(고)라는 이 한자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갈파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적이 두려운가?
질까 봐 무서운가?
뺏길까 봐 염려되는가?

내 벽을 부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