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도와드릴까요?

Gyu's 아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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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비디오 조회수·2026. 9. 3.

며칠 전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최백호씨의 데뷔 50주년 기념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후배 가수들이 최백호 씨의 노래를 부르며 경연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평소 좋아하던 가수라 채널을 고정하고 끝까지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노래보다 제 눈길을 끈 것이 있었습니다. 최백호 씨가 후배 가수들에게 반말하지 않고 경어를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사회자가 그 이유를 묻자 최백호 씨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후배나 아랫사람이라고 해서 말을 함부로 하다 보면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요.”
참 깊게 다가왔습니다.
평소에도 생각이 깊은 가수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삶의 철학을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좋아 보였습니다. 선배라면 후배들에게 쉽게 말을 놓는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인데, 말 한마디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존중심을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한마디의 말은 참 묘합니다. 반말이 아닌 경어를 쓴다고 해도 용어선택이나 말투에 따라 상대방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그런 미세한 차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 제가 수요일마다봉사하고 있는 원각사 무료급식소입니다.
홀서빙을 하는 봉사자들은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자리로 안내하거나 식판나르는 것을 도와드릴 때가 많습니다. 그때 사용하는 표현을 가만히 들어보면 대여섯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따라오세요.”, “이리 오세요.”, “갖다 드릴게요.”, “도와드리겠습니다.”등입니다.
자원봉사자가 많아서 조금 여유가 있을 때는 각각의 표현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이 어떤지 유심히 지켜보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도와드릴까요?”라는 표현을 가장 자주 사용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두 표현 사이에도 작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에는 내가 상대방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겠다는 나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반면 “제가 도와드릴까요?”에는 상대방의 의사를 먼저 묻는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그분의 의사까지 대신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입니다.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도 선택할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모임의 성격이 다양한데, 대부분의 경우 연장자는 후배들에게 반말을 합니다. 평소 분위기가 좋을 때는 서로 친근감을 느끼고 화기애애합니다. 그러나 갈등이 생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던 반말이 어느 순간에는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불씨가 되고, 급기야는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고향 친구나 중·고등학교 동창처럼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구 사이에서는 오히려 경어를 쓰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에서 맺어진 관계라면 연장자라는 이유만으로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존댓말이 아니어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말투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최백호 씨의 말처럼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투를 조심한다는 의미를 넘어, 상대방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하겠다는 마음의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내가 옳다는 생각은 강해지고, 상대방에게 쉽게 충고하거나 지시하고 싶은 마음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말을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