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늘 서진의 아름다운 외모와 저를 비교하셨죠? 나도 이젠 당당해질거다 [네모 얼굴의 여자] 이연숙 소설 #책읽어주는남자 #오디오북 #책과함께하는하루단잠

책과 함께하는 하루 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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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함께하는 하루 단잠 | 감성적인 이야기로 잠드는 시간 💤
🛏️ 잠들기 전,
🚶♀️ 혼자만의 감성 산책 시간,
🎧 눈은 쉬고 싶지만 마음은 이야기를 원할 때—
언제든 이곳에 들러주세요.
👉 이번에 들려드릴 이야기는 이연숙 작가의 단편 소설 "네모 얼굴의 여자" 입니다.
감상하시면서 편안한 시간되세요.
🎵단잠의 클로징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Mnight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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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
00:00:00 인트로
00:02:58 본문낭독
00:47:30 단잠의 아주 주관적인 감상평
00:50:11 클로징 음악 "그대는 모르죠,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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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어드릴 이쁜이와 용이는 식민지 시대 농촌 출신 두 인물을 통해 조선의 가혹한 현실과 식민지 사람들이 비애
그리고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와 함께 두 사람의 만남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고난에서 사는
이 작품을 감상할 때 재미와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괜히 소설을 분석적으로 설명드린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소설은 그냥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인데 말이죠.
설명은 이쯤하고 낭독을 시작하겠습니다. 포석 조명이 작가의 이쁜이와 용이를 시작하겠습니다.
참 여기서 포석은 조명이 작가의 호라는 거 살짝 알려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함께 감상해 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이쁜이와 용이, 조명희, 기름도 다 타가는데 왜 밤중까지 불을 켜놓고 앉아서 대고 담배만 피워대요?
아랫방에도 벌써 불 끈 지가 오랜데 다 걱정되는 일이 많으니까 그렇지.
나도 인혁같이 잠이나 씩씩 잤으면 좋겠구먼. 누구는 걱정이 안 되남?
하지만 걱정만 되고 하면 내미. 아내는 말끝을 흐리고 휙 돌아 눕는다.
이것은 이 집 윗방에 며칠 전에 이사온 갓난 내 양주가 이익한 밤에 두설두설 하는 이야기다.
음 하고 남편은 목기침 한 번을 길게 하더니.
잠들었어? 갓난 어머니. 응? 응. 아렴풋한 대답이다.
잠 좀 그만 자고 내 말이나 좀 들어봐. 응?
갓난 어머니는 몸을 돌려 누우며 잠을 깬 눈으로 남편의 얼굴을 뻔히 쳐다보았다.
새마을 언덕 박이 해묵은 감나무는 늦은 가을철을 접어들며 붉기도 하다.
지붕 마로터기마다 동굴약에 봉박아 놓은 고추비같이 맵고도 곱고 붉을 수야 있으려마는
그래도 그 크고도 보암직한 품이 이 가을 이 마을의 영화를 저 홀로 거두어서 선 듯 싶었다.
더구나 그 언덕 넘어도 줄줄이 늘어선 뽀뿌라 나무들은 이 감나무의 붉은 빛을 반이라도 달물이 하는 듯이
나날이 더 누르러 가는 듯 하였다. 그러나 이 붉은잎 누른잎이 설잇바람을 맞아 하나씩 둘씩 떨어지기 시작하자
이제는 제법 우수수 우수수 하고 돌려나려 떨어진다.
가여운 일이다. 그 떨어진 잎은 다시 논틀로 밭틀로 뜰로 샘으로 이구렁 저구렁 이리저리 구를 뿐이로구나.
응달 샘뚝성이에 앉은 이뿐이는 바가지로 물 위에 뜬 단풍잎을 이리저리 가르며 물을 한 바가지 떠서는 동이에 담고
어떤 때는 위에서 떨어지는 잎이 일부러 뜬 잎을 가르고 뜬 바가지 물 위에 뚝 떨어질라 치면
그는 얇고 따는 듯이 동그란 눈으로 언덕 위에 선 감나무를 헬끔 쳐다보며
감나무 잎도 떨어지기도 한다. 온. 이런때 빈 동이를 머리 위에 이고 샘뚝길 옆에 서서 말없이 빙글에 웃고 있던 중늙은이 양순어머니는 이 말을 받아.
요새는 낙엽이 어찌 지는지 몰라. 아이고 난 누구라고 양순어머니일세. 언제 거기서 와 섰어요? 오시는 기척도 없이.
내 뒷모양이 하도 태가 나고 이쁘길래 구경 좀 하느라고 그랬지. 아이고 온. 양순어머니도 사람을.
말끝을 더 물지 못하는 이뿐이의 포동포동한 두 볼은 이른 단풍빛 같이 불그레 하여지며 고개를 푹 숙이고 물만 푹이 시작하였다.
내 옷 내가 해 입었니? 네. 치마 저고리 물빛도 곱다. 바느질도 서툴지 않구나. 저고리 물빛이 좀 짙은 것 같아요.
아니 짙을 것 없어. 분홍빛이 그만이나 해야지. 더구나 한창 낯세 말하자면 치마에 남물이 좀 과하게 들었다.
저쪽 대답이 없을 때 그는 혼자 있다라. 내 아버지 홀로 너를 저만큼이나 키워 놓았으니 내가 여부 귀엽겠니? 얼른 사위를 보아야 할 텐데. 좋은 사위를.
이내 이쪽에서는 아무 말이 없다. 그는 무심코 사방을 돌아보다가 뒤에 오는 억수의 어머니를 보며 남이 물을 길러 왔는데 왜 또 와?
당신은 왜 왔어? 이런 재기. 받아치는 말솜씨만 보아도 걱실걱실하고 말이 행락이 아닌 억수의 어머니다.
그는 동의를 샘뚝에 내려놓더니만 한바탕 떠들어 댄다. 아이고 너 이쁜이구나. 옷빛도 곱고 머리도 곱게 빗고 얼굴도 이쁜 이름과 같은 우리 이쁜이.
언제 와서 물을 길나? 어허 절씨구. 우리 이쁜이 서발가옷 삼단 머리 발뒤꿈치 치렁치렁. 어허 절씨구. 음전할씨구. 우리 동네 이쁜이.
손벽 장구를 쳐가며 무당 푸다거리 하듯 주서대는 억수의 어머니 푸년바람에 양순댄 좋아하라고 흥흥 허허허 하는 웃음 따라 내며 야단들이었다.
억수의 내 푸다거리는 따라 나온다. 시집가기도 늦었다. 어허 절씨구. 우리 이쁜이 남중 일색을 얻으려나 헌헌 장보를 얻으려나.
김부자 집으로 가려나 이부자 집으로 가려나. 앞들에도 노적가리 뒷들에도 노적가리 분통같이 꾸민 방에 곱게 단장들이 앉아 시부목 공경하기
남편의 시중들기. 어허 절씨구. 옥동자 금동자 낳고 끊임없는 입술에 부끄러움의 우박이 온몸에 퍼부어 나리는 듯이나 견딜 수 없는 이쁜이는
물동이를 어서 어서 하는 듯이 머리에다 두지 보이고는 그만 뺑소니를 치며 아이고 억수의 어머니는 참 고약도 해 하고는 동이 밑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손끝으로 훔쳐 뿌리고는 또 뿌리며 달아난다. 걸음이 제일수록 몸동작이 잦아질수록 뒤에 땋아 늘어진 머리는 동작의 리듬을 따라 너풀거렸다.
참 좋은 처녀다. 최첨지가 딸 하나 잘 두었어. 뒤에서 들려오는 말이다. 이럴 지음에 엎친 데 덮친다고 난디없는 마을 선 머슴꾼이
산에서 나리는 나무짐을 쥐고는 쟁걸음으로 이쁜이의 옆을 지나치며 들뛰어 놓고 부르는 노래다. 청치마 끝에다 목을 잘 끈 매고서 죽여라 살려라
에헹 에헹 에헤요 노래 끝은 일부러 더 높이 질렀다. 바로 그 뒤 샘터에서는 헤헤 거리는 웃음들이 바그르 끌어올랐다.
이런 것이 모두 다 이쁜이의 몸을 조롱의 샘 속에다 집어쳐놓는 듯하였다. 동이의 물이야 다 넘어 엎질러 없어지든 마하든 손살같이만 닿는 그의 걸음을 보아도 알 수가 있었다.
저의 집 살인문 앞을 접어들자 말자 바람가비 같이 몸을 문 안으로 감추고 말았다. 그는 그 문턱 넘어 땅 위에다 물똥이나 미어때리지 않았는지
용희가 최첨진의 집으로 머슴 오기는 석 달 전이었다. 누구나 머슴을 두려면 대개는 새 전 새 후에 두는 것이지 이같이 뒤늦게 두는 것도 아니요.
더구나 최첨진의 형세쯤으로는 둘 처지가 못 되는 터이며 또한 최첨지가 나이 50이 넘었을 망정 장정 부럽지 않게 아직도 기운이 정정한 터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 까닭은 올 늦은 여름에 최첨지가 하루는 밤을 새어가며 보리방아를 찢다가 무거운 물방아채가 나려 질리는 바람에 몸을 잘못 놀리다가 허리통을 그만 되게 얻어 맞아서 거의 죽을 뻔하다가 간신히 살아나기는 하였으나
아주 병신이 되었으며 아직도 다친 곳이 쾌히 낫지를 못해서 시름시름 아르면서도 자기 집 농사일이 가깝하여 생으로 구부러진 허리를 작대기 힘으로 버치고 문밖 출입을 하루 한 번씩은 하는 터이다.
생애에 가장 중한 농사를 중등이 하는 수도 없고 또한 나무의 품을 이로 사서 댈 수도 없는 터이다.
이리하여 용이를 달머슴으로 두었다가 인해 눌러둔 터이다.
하루하루 품파리로 이골 저골로 떠돌아다니던 떡거머리 총각 용이가 이 마을 앞 주막을 지나다가 우연히 말이 되어 이 최첨지네 집으로 머슴사리를 하려오던 첫날 저녁이다.
어둠으로 한 봉당에 최첨지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최첨지의 마누라라고 생각하였던 부엌에서 밥을 짓던 옆의 내가 밥상을 들이다가 봉당 머리에다 놓고는 돌쳐서며 도망걸음으로 달아나버리고 만다.
돌쳐선 그의 뒷궁둥이에는 따서 날인 머리꼴이 지렁지렁 하였다.
용이의 가슴속에는 희미한 무슨 빛이 번뜩이는 듯이 무엇이 느껴졌었다.
주인 영감의 딸인가? 하며 의심이 들며 얼른 알아맞히고자 하는 생각도 핑핑 돌았다.
그는 또한 속으로 나이도 꼭 들어 보이는데 재기를 할…
이 재기를 할 이란 말의 뜻은 줄인 범위 날고기 덩이를 본 듯 한 총각의 마음 속에 어떤 검은 그림자가 어리댐을 말함이었다.
그러나 배가 고팠던 터이라 한참 밥만 퍼넣기에 딴 생각은 없었다. 밥을 거의 다 먹어갈 판이었다.
물 위에 띄운 바가지 소리가 그릇 전에 부딪히느라고 딸그랑 딸그랑 하고 난다.
그는 무심코 싸리문 쪽을 바라다 볼 때 마주 비친 달빛에 달빛같이 희게 번쩍 뜨이는 얼굴은 아까 보던 그 처녀의 얼굴이었다.
뭐냐 참 괜찮게도 생긴 모양이로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하는 그의 마음 속에는 검은 욕심의 빛이 더 한층 짙어지며
그 검은 마음 속에는 처녀의 얼굴이 둥근 달같이 뚜렷하게 박이게 되었다.
이러고 난 뒤 날이 갈수록 하루에 두 번 혹은 세 번 네 번씩 보이는 처녀의 그림자.
모로도 보일 때 뒤로도 보일 때 또는 바로도 보일 때도 많았다. 분명히 보았다.
기막히게 마음에 드는구나. 그런데 의심 없이 인제는 그의 욕모를 잘 알았다.
마음이 몹시 흔들리는구나. 그러나 마음만 들뜨면 소용있나? 그런데 하는 쌈 싸울 전략을 가만히 생각해 볼 노릇이다.
이 뒤부터 그는 될 수 있는 대로 최참진의 일과 이쁜이의 일을 알려고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만 어느 입에서든지 나오기만 하면 귀가 번쩍 뛰고 번쩍 뛰었다.
언제는 동네 일꾼들과 같이 일들을 하다가 나무 그늘 밑에서 쉴 때이다.
그때도 마침 이쁜이 내 이야기를 하다가 나 젊은 쇳동 아버지가 용희를 놀리는 말이다.
총각, 자네 최참진의 대릴사 위로 들어갔다네 그려. 사람을 공연히 놀리지 마소.
하고 그 말을 부정하였으나 속으로는 빈말이라도 듣는 것이 퍽은아 반가웠다.
이때 옆에 앉았던 중늙은이 먹돌 아버지는 자연스러운 말로
실상이야. 무엇 저 총각 같은 사위만 얻어도 잘 얻는 셈이지.
고맙기 짝이 없는 이 말에는 그만 수줍은 생각이 나서 고개를 돌려 딴전을 아니 볼 수 없었다.
이런 때에 또 그 옆에 앉았던 깎아 머리 면석이 퇴물 통칭 박석이란 자가
질투스러운 눈빛으로 용희를 흘끔 쳐다보며.
뭐 아직 사위 제목을 정치는 않은 모양이 대만 딸이 제법 똑똑히 생겨 그런지 선 머슴꾼은 안 줄 모양이 도구먼.
더구나 불알만 덜컥덜컥 하는 농군에게야 이를 이 있나. 용희는 이 말이 몹시도 귀에 거슬리게 들렸다.
그 자가 미웁게도 생각되었다. 선 머슴꾼, 농군, 불알만 덜컥덜컥 하는 농군 이런 말이 몹시도 뼈에 박이는 듯 싶었다.
그 반대로 놀고 지내며 유식하다는 놈, 무엇 같다고 행세한다는 놈, 돈 있다는 놈들이 미운 생각이 버럭 났었다.
좌우간 최첨지의 사위 제목을 아직 정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히 알았다.
그는 어찌하였든지 정성만은 들여볼 일이라고 생각하고는 최첨진의 일이라면 뼈가 빠지게 일을 하여대며 동네 사람, 더구나 최첨지의 칭찬을 받고 눈에 들도록 힘을 쓰는 터이다.
그것이 그의 먹은 마음을 성공하면은 으뜸가는 효과가 되는 것이므로 사실 용희가 최첨지 마음에 들어가는 것도 분명한 일이다.
그의 사나이다운 품, 농군으로서도 제법 미끈하게 생긴 품, 꺽지고 성실한 품, 이 모든 것이 좋게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위 제목으로 고른다고 하기까지는 아직 꿈에도 생각지 않은 터이다.
이쁜이는 올해 나이 17살, 15살이 먹을 때까지도 털 벗지 못한 중강아지 같이 몸에 잔주름이 달렸더니 작년 봄을 접어들며 붙어 색시태가 나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올해 쯤은 거의도 처녀가 되어간다고 할 만큼 키가 홀쭉 커 올라가며 머리가 치렁치렁 하여진다.
그는 야살 굳인 동네 옆앤네들에게 가끔 가다가 놀림도 받으며 선 머슴꾼들에게 장난도 당하여 보았지만은 그것은 잠깐 잠깐 때일이오.
이때껏 용희 같은 젊은 사나이를 집에다 두고 아침 저녁으로 대하기는 처음일이다.
용희를 대한다는 것이라야 한 끗 먼 빛으로 흘끔흘끔 도적질하여 볼 뿐이오.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와 용희와 같이 앉은 봉당 한구석에다 밥상을 들여다 슬그머니 놓고는 굴밖에 나왔던 쥐 모양으로 얼른 부엌길하는 굴 속으로 몸을 감출 뿐이었다.
처음에 용희를 볼 때에는 그 후리후리한 허우대, 큼직한 눈방울이 보기에 무서운 생각도 났었다.
하나, 날이 가고 눈에 익어갈수록 그 떡 벌어진 어깨마디, 손, 어귀쳐 보이는 두 팔, 가슴, 그런 것이 모두 어떤 무섭고 강한 것을 물리치고 외롭고 약한 것을 얼싸 안을 듯이 그럴듯하게 느끼게 되었다.
어떤 가날핀 물체보다 튼튼한 것이 도리어 든든하고 좋아 보였다.
어떤 때 일이다. 혼자 들밭에 가서 큰 동구미로 둘이나 되게 다홍고추를 따서 놓고는 두 동구미는 고사하고 한 동구미도 머리에 들어 일 수가 없어서 약한 두 팔로 들었다 놓았다 하며 애를 쓸 판이다.
이때 마침 들에서 풋배를 비어 한 짐 잔뜩 짊어지고 주춤주춤하며 밭둑길로 지나던 용희가 이 꼴을 보고는 달려오더니 빙글빙글 웃는 낯으로
네 가져가지 하고는 두 동구미를 한참에 번쩍 들고 일어선다.
수줍기도 하고 미안스럽기도 하여 어쩔 줄 모르는 이쁜이는 햇살에 익은 두 볼이 더욱 붉어지고 눈과 입에는 가난 웃음이 방글방글 돌며 부끄러운 태도로 서 있었을 뿐이다.
만일에 용희가 이때 이 이쁜이의 모양을 눈여겨 보았으량이면 이때 그 글을 보던 가운데서도 제일 귀엽게 보았으리라.
용희가 그 고추 동구미를 들었다가 벼딴실은 짐 위에다 얹으며 다시 지게를 쥐고는 거침없이 산등성이 길로 걸어가 버리고 말았다.
이쁜이는 용희가 산등성이를 넘어서 보이지 않을 때에 비로소 밭에서 나와 걷기를 시작하였다.
그의 바로 뒤를 따라갈 용기는 없었던 까닭이다.
그는 조그마한 산말랑이 오솔 그늘에 앉아 쉬며 그 밑골로 내려가는 용희의 뒤를 우두커니 바라보고는
어쩌면 하는 의미 있는 감탄을 한숨과 한가지 내기도 하였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처마 그늘이 반이나 점령한 마당 한옆에 앉아 먼지 달린 고추 꼭지를 다듬으며
이 생각 저 생각에 마음이 가을볕에 나르는 잠자리 날개같이 가볍게 납신거린다.
내가 시집을 간다면 면석이 다니던 박석이 같은 사람 건너마을 정부자 아들 같은 사람 용희
그는 여기 이름에 더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떤 면이 더 낫다고 작정할 수도 없었다.
생각을 중둥이에서 끊어던지고 말았다.
그는 새삼스럽게 자기의 너무나 외로움을 깨닫게 되었다.
어머니나 살았더라면 용희같은 오빠나 하나 있었더라면
그는 어떤 때 용희를 오빠 오빠하고 부르며 속의 말이라도 하였으면 여북조오리라는 생각이 났었다.
어떤 때는 다만 오빠라고 부르기만 하는 이보다도 용희의 그 힘있는 두 팔로
자기를 힘껏 한번 껴안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났었다.
최첨지의 병이 이쯤에 이르러 날이 추워지는 까닭인지 버썩 더 더치게 되었다.
용희가 앞집 먼 방에서 잠이 곤히 들어서 고라떨어져 있던 어떤 날 밤중이다.
누가 옆에서 벼랑간 흔들어 깨우며 총각 내 주인 영감이
지금 대단해서 깨워보내라는 기별이 왔네.
그는 벌떡 일어나 다짜고짜로 뛰어나가 최첨지 내 집으로 달려갔었다.
에헴 소리와 함께 봉당에다 발을 올려놓을 때
저쪽 방 안사람은 벌써 방문을 열어제친다.
그는 이뿐이다.
불빛에 얼비친 그의 얼굴은 해슥하고 문고리를 잡은 그의 팔은 떨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그 표정은 죽을 고비에 빠진 사람이
자기를 구원하러 오는 사람을 보고 반겨 맞는 듯한 것이었다.
최첨지의 병은 참으로 큰일 날 병이다.
중병인 몸에다 급한 관격이 질린 모양이다.
얼굴은 파랗게 질리고 숨은 금방에 넘어갈 듯이
어 이 이 소리만 연발하며 자기 몸이 이리저리 뒤틀리는 모양이다.
용인은 방문 밖에 선 채 사지를 꽉꽉 주물러
손짓을 하여 가르치고는 동네 집으로 한걸음에 뛰어가
침쟁이를 데리고는 한걸음에 뛰어왔었다.
다만 그동안에라도 이쁜이가 홀로 얼마나 애를 사귈까 하는 것을
닿는 걸음 가운데에서도 생각하였다.
그들은 최첨지 주위에 둘러앉아 사지를 주무른다.
침주는 것을 거들어준다 하였다.
그들은 마치 남매와 같이 또는 그다지 치스럽지 않은 내외와도 같이
옷과 옷이 서로 스칠 때도 많았다.
최첨지가 우연만큼 돌리게 되고 잠까지 솔고시 들었을 때이다.
그들은 번갈아 번갈아 병인을 주무르던 것도 그만두고
이제는 다 각기 자리를 정하고 앉아 쉴 판이다.
이쁜이는 병인 옆에 용인은 앞문 터까지 나와
문을 향하고 앉게 되었다.
이때껏 경황 중에 있으면서도
순간순간 일일이 용인에게 있어서는
어떤 만족과 만족이 줄로 끼워진 구슬 같거든.
하물며 그 앞자리에 고개를 숙이고
이쁜이의 태도를 말없이 옆눈으로 바라보고 앉았을 때에야
이루 말할 수 있으랴.
그는 한참 또 한참 일없이 한정없이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달기 울기도 여러 회째다.
그는 멋없다는 듯이 혼잣말로
이제 가볼까?
숙었던 이쁜이의 고개는 반짝 들리며
말똥한 눈이 용인에게로 올 때
두 눈은 마주쳐 땅으로 떨어졌었다.
용인은 차마 일어설 수는 없었다.
한참 또 한참
달기 또 한 회를 운다.
그는 더 안 잡기는 야릇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자
떨치고 서기도 어렵지만은
더 있을 용기도 없었다.
이제 그만 가지?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슬그머니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사리문을 젖히며 걸어 나오다가
방문 여는 소리에 휙 돌쳐서자
방문 닫히는 소리는 뒤따라났다.
봉당에는 이쁜이가 분명히 나와서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불빛인 방문의 가로막아 서 있는
처녀를 바라보고 있는 총각.
지세는 달빛 아래
우뚝 서 있는 사나이를 바라보고 있는 처녀.
용이가 이쁜이에게 마음을 두고 내려오는
몇 달 동안에
그의 사랑의 대적을 여러 개 발견하였다.
첫째는
보통 학교에 다닌다는 개구진 장난꾼 아이가 하나
이 마을에 있었다.
그 아이는 17,8세 가량 된 아이로서
이쁜이가 밤 저녁으로 물길러 다니는 틈을 타서
장난을 부린다.
돌팔매로 물동이를 맞추어서
남을 놀래주기.
꽃떨기나 단풍잎을 한 주먹 쥐어다가
이 고우는 동이물 위에 들뜨르기.
언젠가
이 광경을 본 용이는 참을 수가 없어서 쫓아가
그 아이를 붙들고
혼꾸녁을 주던 일도 있었고
또 하나는 그 면석이 퇴물이란 자가
낮이 되어
최첨진의 집에 사나이가 없는 꼴을 볼 때에는
뒤 울 너머로 와서
기웃기웃하며 역보는 것이었다.
용이가 두 번째나 그 꼴을 보았을 때에
그만 최첨지에게 일러받쳐서
최첨지와 그 면석이 퇴물이
서로 말썽이 되던 일도 있었다.
또 하나는
건너마을에 사는 부자 강면장이
나이 50에
이때껏 자식을 보지 못하여서
첩장가를 들려고
중간에 사람을 놓아서
최첨지에게 말을 드려보낸다는 것은
얼마 전에 들은 일인데
최첨지가 오전 밤에
그 죽다시 피하고 살아난 뒤
요새와서는 앓던 신병도 그만하게 되니까
그 문제가 다시 대두를 한다는데
최첨지의 의향이
많이 그리로 쏠린다는 말을
용이 제 동무에게 듣고는
낙심 천만에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되었다.
그리하여
용이는 요새 입맛까지 제쳤는지
그다지도 많이 먹던 밥도
이날 아침에도
용이가 봉당에 앉아
밥상을 받고는
몇 숟갈 뜨는 둥
많은 둥 하고
숟갈을 놓아버렸다.
이때
숙륜 그릇을 들고 와
상 앞에 놓던 이쁜이는
몇 발짝
부엌 쪽으로 물러나가 서더니만
우둑허니
용이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얼굴에는
딱하여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을
넉넉히 읽을 수 있었다.
물그릇을 집어든 용이는
전일보다 검은 빛이 더 들고
자유가 더 꺼진 듯한 눈으로
이쁜이의 얼굴을 노략질하여 볼 때
두 시선은 마주쳤다.
이 찰나에
이쁜이의 날카로운 신경은
은침으로 쪼우는 듯
꼭꼭 찔렸다.
용이의 눈은
근심과
원망의 빛으로
가득 찬듯 싶었다.
그리하여
그는 용이의 심사를
가장 잘 짐작하는 것 같았다.
거진 무의식적으로
물그릇을 집어다 입에 댄 용이는
물 한 모금을 입에 물자 말자
마당에서 휙 뿜어버리고는
물그릇을 소반 위에 탁 놓으며
벌떡 일어서
이쁜이의 얼굴을 다시 쳐다볼 때
그 이쁜이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함을 보았다.
그는 마당으로 껑충 뛰어내려와
살인문 밖까지
무의식적으로 걸어나오다가
발길을 탁 멈추고
휙 돌이켜 서며
부엌쪽을 바라볼 때
그때 이쁜이는
부엌 흙실엉
부엌 입구에 있는 토대 턱에다가
이마를 대이고
손으로 치맛자락을 쥐어다
눈에다 가려받치고 서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어깨도 들썩들썩 하였다.
비통한 눈빛으로
한참이나 그를 바라보고 있던 용이는
다시 몸을 휙 돌이켜 걸어나오며
오냐 보자
어느 놈이 죽나
그는 갑자기 증오의 감정이
불붙듯 타올랐다.
그것은
자기가
없다는 것을 한탄하는
그런 소극적 생각이 아니라
지금 세상에서
사람의 참된 모든 것을
그릇 터리고 꺾어놓는
있다는 것
있다는 놈들이
몹시도 미운 생각이 났었다.
건너마을 강부자의 얼굴이
눈에 떠오르자
그 사람이 눈앞에서 서있는 듯이
핏대선 눈알을 굴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용의 분노도
이쁜이의 애처로워함도
아무런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어느 날
이른 아침길에
건너마을에서
꽃가마 한 채가
이 마을로 떠들어오더니만
최첨진의 집에 가서
얼마 동안 지체하다가는
도로 건너마을로
건너갔었다.
가마채 맨
사람들의 다리가
올 때보다
갈 때가 더욱 무거워 보이는 것을 볼 때에는
그 속에다 이쁜이를 담아갔으면
분명한 일이다.
깜빡거리는 등잔
쓸쓸한 방안에
주인과 손은
야위였으나마
긴장한 빛을 띈 얼굴과
마주대하고 앉아서
숭몰 숭몰하는 판이다.
가끔 가끔 나는
문 밖의 기척에는
주의 깊은 눈빛과 귀로
그쪽을 향하게 된다.
별 수 없어.
우리가 다
공장 안으로 기어들어가서
그 주인에게 팔린 놈들과
새로 주워다 놓은 놈들을
모다 내쫓아버리고
다시 우리가 기계를 타고 앉아서
다시 투쟁을 하세나 그려.
우리가 섣불리 굴다가 쫓겨나와서
공연이 밖에서만 얼러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러니
내일 모임에는
모다 다 같은 행동을
이대로 취하자고
작정을 하세.
그야
그렇게 하세마는
까딱하면 희생자가 떠나질 않겠나.
그야
물론 희생자가 나겠지.
나부터라도
당할 각오를 하네.
감독을
우린의 아랫목으로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것이 무서워서야
우리 일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주인 사나이의
꽉꽉 찍어 던지는 듯한 말에
저쪽에서는 착착 맞는 듯한 어조로
나도 그만한 것이야
미리 각오하고 있네마는
감독살이도
쉬운 일은 아니니
고생도 고생이지마는
우선 자네만 보게
저 어린 것들만 보게
이 말 끝은
좀 이상했다.
주인은 나란히
잠들어 누운
어린 아이들을
찌뿌린 눈살로
바라다 보더니
쓰린 입맛을
한번 다셨다.
그 입의 표정은
쓰릴뿐만이 아니라
역증도 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번개같이
고개를 돌이키며
뭐
이 사람
그런 잔말 걱정
그만두세
닥친 일
닥친대로
참고해 나갈 일이지.
그런데
만일에 내가
이를 당하게 된다면
물론 밖에 있는
동무들이
다 힘써서
도와줄 터이지마는
우리 옆에 내라는 것
무슨 직업을 하나
붙들어주어야지
나 없을 동안에
살아나가게
제 얘기를 할
그놈의 처자란 것이
참 큰 두통이야.
지금 앉아 생각하면
처자 없는 사람이
어떻게 부러운지 몰라.
없는 놈은
처자를 가질 수도 없고
또
이 부르주와
사회의
이 계집들 같아서는
가지지 않은 것도 좋아.
없는 놈이라고
다 처자식을
못 가지겠냐만은.
그런데
그것이야
어떻게 되겠는지
나도 여러 사람에게
부탁함세.
자
이제 가겠네.
손은 벌떡 일어나.
오늘은 그 박가가
안 왔던가?
박가라니?
아
그 공장 지배인의
걔 말이야
감동놈.
응
아
그놈
오늘 또 와서
낯짝 뻔뻔하게
하는 말이
이번에 우리를
쫓아내는 데는
자기는 사무소에 가서
극력으로 말렸다고.
그리고
또 언제나 하는
그 소리를
또 하네 그려.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오늘 우리
조선사람 처지에서
오직 하나인
그 공장을
우리의 다 같은
힘으로
붙들어 나가야 하지
않느냐고 하기에.
내 말이
자본가는
조선사람이고
어대사람이고가
마찬가지가 아니냐.
그리고
더구나 지금
이 공장 주인은
일본사람과
조금 더 다를 것이
없다고 하니까
벌쩍 뛰겠지.
그래
내 또 들이댔지.
때때로
이는
그 사람의
짐연회에
그 문간에
모여드는 자동차는
누가 탄 자동차이며
우리가 이 파업을
일으킬 때에
몰려와
우리를 못살게 불며
내쫓던 것은
누구냐고.
그래가지고도
걸핏하면
조선
조선만
앞에다 내세우니
그것이 도리어
우리를 속이는 것이
아니냐고
들이댔더니
우물쭈물하지 않겠나.
그리고
또 들어보게.
나를 살살
꼬이대그려.
그렇게
공요하니
딱쇠를 부리지 말고
자기와 같이
일만 잘하고
참하게 굴어서
주인이나
지배인의
눈에만 들면
살기는 걱정
없으리라고.
아
요 따위
소리를 하겠지.
내 그만
딱장을 주어
쫓아버렸지.
그런
괘씸한 놈 봐.
우리네가
굶어서
고라 죽을지언정.
고놈
다시 또 오거든.
오금을
분질러 보내야지.
에잇
깍정인 놈.
고놈
못 오게 하게.
무슨
탐정을 하러
살살 오느니.
나는
그만 가네.
손은
나갔다.
방문
닫히는 소리에
잠들었던
갓난이가
깨어온다.
그는
토닥토닥
두드려
제울이야
들었으나
아이는 이내
보채기만 한다.
배가 고파서
그럼인가
방이 차서
그럼인가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무릎 위에
들쳐앉고서는
잠을
재운다.
해 있어서
나간
계집년이
이때 안 올 때에는
웬 까닭이야.
저녁이라고는
찬밥 한 수를
두고 나가서
경을 칠련.
아무리
없는데
쪼들려
지내기로 써니
그럴 수가
있는가.
망할 년.
사회 제도가
근본으로
잘못되어
그런 것이니
약한 계집만
남을 할 것도
아니지만은
어쨌든
망한 것은
계집이고
세상도
망한 세상이야.
그런 꼬락선이가
눈앞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
얼른 오도록
하게 해야지.
주리를 할.
그는
품에 잠든 아이를
연해
무의식적으로
토닥토닥하며
역증난
푸념을
입대해야 한다.
나도
제에게 향하는
정이 처음 같지는
않지만은
저도
내게 대해서
그렇게 쓸쓸하여
갈 수가 있을까.
더구나
없고
신선한 살림에
쪼들려서 그만.
사랑이고
무엇이고
다.
그는
아내를
원망하는 생각
세상을
원망하는 생각이
뒤섞여 나온다.
아니다.
그가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할 때에는
아내보다도
사회를
원망하는
생각이
더 났었다.
내가 벌써
자식을
둘째나 낳았구나.
서울 온 지도
그럭저럭
벌써
4년이로구나.
제 얘기를 할.
동무와 같이
큰일을
의논할 때의
억새떨기같이
뻗쳐올랐던 신경은
아내를
원망하는 생각에
한풀이
꺼져가더니
다시 더
회상의 골짜구로
날아갈 때에
바람에 쏠린
풀립떡같이
착
가라앉고 말았다.
거기에는
옛날에 들리던
새소리
물소리도 들리고
가다가는
바위에 부딪히는
폭포소리도
들리게 되었다.
말하자면
그는
묵은 곡조에
다시 귀를 기울이고
묵은 그림을
다시 펼쳐놓는
셈이다.
생각하면
벌써
4년 전 일이다.
그가
새말
최첨진의 집에
들었다가
주인딸
이쁜이와 같이
눈이 맞고
정이 들게 되었다가
그 몹슬
강부자
돈에게
그만
이쁜이를
빼앗기게 되었을 때
그는 떠도는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어서
날과
밤으로
앞 주막에 가서
술 타령만
하게 되었었다.
그러다가
얼마되지 아니하여
최첨진은
그만
죽어버리고 말았다.
1회
8회를
두고 가지 않던
최첨진의
집장사 마당회를
그는
가게 되었다.
자기가
사나이답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책망한 일도
있었지만은
그래도
행연아
마지막으로
이쁜이 얼굴이 남아
한 번 더
보자 함이었었다.
사실
그때
그는
최첨진의
집에서
세경돈을 벌써
찾아들고서는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던 판이다.
가지를
쪽진 이쁜이가
앞에서
스쳐 지나가는 꼴을
보고
위로
치뜨던
그의 눈에는
하늘빛이
처음으로
붉은 줄을
깨달았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도
참았었다.
저녁상식 때
서럽게
고라져 우는
이쁜이 가슴
슬픔 속에는
자기를 생각하는
슬픔도
끼어들어가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였다.
과연
초종날
밤 촬영하던
새벽
모든 사람이
고라떨어졌을 때
그 집
불뚱 모퉁이에서는
새색시
이쁜이가
용희의 품에 안겨
느껴
울음을 볼 수
있었다.
그때
용희가
불덩이 같은
더운 손으로
색시의 등을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떨리는
말소리로
왜
부자 남편을
얻어갔으니
여북 좋을텐데
무엇이 부족해서
할 때
저쪽에서는
더 바싹
붙들고
메어달리며
싫어
나는 부자고
무엇이고
다 싫어
나는 굶어죽더라도
당신을 따라갈테야
하고
더 울었다.
그 이튿날
장사를 마치고 난
밤중에
그들은
40리나 되는
정거장길을
남몰래
걸어와서
서울차를
타고 왔던
것이었다.
처음 와서
살던 그때에는
핏줄이
부풀고
사랑이
뜨거운
그들이라
여간한 고생이
닥치나
가난이
닥치나
그런 것이
그들의 사랑을
덜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참으로
짙은
단꿈에
파묻히고
말았었다.
용의가
날마다 하는
센
날품파리의
고된 짓들은
그까지
것으로는
용의의 생각에
문제거리도
안되는 것이었었다.
그러나
달이 가고
물려올 때
그들이
그 처음에
맛보던
나긋나긋하고
새로 타던
정의 맛은
다 가시고
묵은
된장맛같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 기특하고
텁텁한
된장맛이
평생을
가기로
가셔질리야
있으리야만은
그 몹쓸
가난이란 것이
평화의
보금자리를
뒤집어놓고
그 산돼지의
주둥이같이
함부로 파고
함부로 삼키는
약독한
사회제도 밑에
돈이란 것이
어린 병아리같이
피리피리하는
사람의 마음
더구나
여자의 마음을
통틀어
집어삼킴해야
어찌하랴
그들은
근년에 이르러서는
때때로 싸움을 하고
드잡이까지
하기가
예사다.
더구나
지난날
아내의
거듭하는
해산머리를
당하자
때맞추어
이때껏 다니던
공장에서
쫓겨나게 되어
실직을
하게 되며
켜묵은
가난이
더 한 켜를
얻게 되어
그들은
참으로
기가 질렸다.
아내는
다행히 순산하고
지금은 벌써
나다니게도 되었다마는
입원통에
아주 그만
진절머리가
머리끝을
빼어가도록
났었다.
그래야요
아내의 말을
빌어 한다면
사람이
이러고만
밤낮 살면
무엇을 해
아주 지긋지긋해
죽겠어
할 때
그 지긋지긋이란
소리는
매몰스럽고도
악착스럽게
용의에게
들렸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
참고 살 일이지
새 사회나
올 때나 바라고
벌써 이놈의 세상이
그렇게 된 바에야
말로만 탓하면
무슨 소용이 있담
덤벼들어 뜯어서
엎어놓을 생각을 해야지
아따
제길
밤낮 그런 소리만
오기는 언제 오고
동댕이 치긴
언제 하는 거야
죽을 때
죽은 뒤에
말하지
말로만 참으라면 되나
참을 수가 있어야 참지
살 수가 있어야지
아내의
톡톡 내붙이고
쏘는 소리에
그만 남편은
역정이 더럽나서
이 시대의
계집년이란
천생하는 수 없어
남편을 잘 알거나
모르거나도
고사하고
사람다운 데가 있어야지
망할 계집년들
사람다운 건
무엇이 사람다운 게야
되지 않는 소리
듣기 싫어
사람은
사는 게 사람이지
아무 짓이라도 해서
잘 사는 것만 첫째지
아따
줄이를 할년
그럴테면
또 가려무나
돈 있는 놈에게로
가라면
누가 겁나서 못 가남
걱정 말어
갈 때도 있을 터니
어서 가거라
어서 가
이년
너가 시뿌루조아의
마음씨를
그저 가진 년하고
나 같은 사람하고는
살 수가 없다
아따
똥대가리 같이
뿌루지고 어쩌고
갈테야 걱정 말어
걱정을 말어
저런 처죽일년
이따위 계집년
너와 한 가지
처죽여야겠다
하고 치고
싸우고 할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는 지난 일을
이리저리
쭉 한번
생각해 내려왔다
그러나
이 꿈도
세 살 먹은 아들
우는 소리에
깨어지고 말았다
일어나 앉으며
고사리밥 같은
두 손으로
눈을 부비며
우는 아들을
끌어잡아 다니며
아가
우지 마라
응
갓난이 또 깬다
응
그는 부드러운
아버지의
말소리로 달랬다
그러나
아이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그 바람에
갓난이도
깨서 운다
아주
아우성판이다
용의는
잔뜩 찌푸린 상으로
이런
육시를 할려니
왜 그저
안 와
이년 오기만 해봐라
다리를 분질러 놀터이니
하고는
그는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계집년이
휘련코
무슨 딴일이 있는 모양이지
아마
그 바깥놈의 집에
갔기도 쉽지
그놈이
있는 놈에게
개 노릇을
하여가며
모아 놓은
돈량도 있는 김에
돈 자랑을 하고
슬슬
꾀는지도 모르지
이 제도 밑에서는
어떤 년 쳐놓고
매음 안 할 년이
있게 되었어야지
부자도
시려
굶어죽더라도
당신을 따라갈 터야
이 흥소리만은
입 밖에 내었다
제 얘기를 할
내가 이렇게
집 속에서
속을 상하고
고생하느니
참으로
감옥에나 들어가는 것이
훨씬 낫겠다
그는 훌쩍
훌쩍 울고 있는
아들을 끌어안아 누이며
자기도 따라 누워
아이들의 잠을
재우려 들였다
그러는 동안에
그도
또한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를 잤든지
한숨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앉아보니
어느 겨울에
아내가 와서
갓난아이를 끼고
잠이 들었다
그는 아내가
미운 생각이
벌쩍 나서
주먹으로 내어
갈기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참고 말았다
자리를 물러나와 앉아
담배를 피워 대며
방금 감옥 속에서
꿈꾸던 일을
되풀이 생각하였다
여러 사람과
한 가지 공장에서
야단들을 치다가
경찰놈에게
유치장으로
붙들려 가던 일
그러다가
또 감옥으로
넘어가던 일
감옥 독방 안에서
처자를 생각하고
불쌍한 생각이 나서
눈물을 흘리던 일
그러다가
내쳐 울던 일
그 자기 울음소리에
그만 놀라서
잠이 깨었었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돌이켜
자기 처자를
돌아다볼 때
갑자기 걸린
생각이 났었다
그리고
그는 또
거기다 곁들여
만일에
저것이
참으로 나를
잘 알아준다
할 것 같으면
참으로
노동자의
계집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
계집이라면
하고
그렇다고 가정하고
생각해 볼 때
그는 뼈가 마디마디
으스러지는 듯이
아팠다
불쌍하였다
그는
자기 덮었던
이불을 걷어서
아내를 덮어주었다
아내도 무슨
꿈을 꾸는지
으흥
하고
우는 소리를 내었다
그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어
깨우며
정다운 목소리로
이봐
흐흥
하고
아내는
돌쳐누우며
아이고
이 아이고
소리 밑에는
꿈으로 고약하다
소리를
의뢰할 터이나
꿈이
야릇한 까닭으로
남편 앞에서
말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 꿈은
무슨 꿈이었던가
어떤
분통같이
꾸민 방속에서
박감독과 같이
재미있게
살판에
용희가
칼을 들고 들어와
배를 타고 앉아
칼로 겨누며
너같은 년은
죽어야한다
더구나
남편의
원수놈과
한가지
배가 맞아
사는 년은
용서할 수 없다
죽어보아라
하고
칼로 지르랴
할판에
모서리를 치며
소리친 것이
그 잠꼬대였다
봄밤은
짧다
행길에는
벌써
새벽 구름아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용희는
문을 탁 차고
밖으로 나섰다
이날의
큰일을
위하여 나섰다
그리고
난 뒤
그들은
과연
꿈과 같이
되고 말았다
용희는
감옥으로
이쁜이는
박가에게로
3년의 세월은
또 갔다
찌는 듯한
어느 여름날
낮결이다
암흑의
형무소에서
아침결에
추록하였던
용희는
병인 차에
다시 실려
어느 병원으로
가는 길이다
누르고
희고
부어서
들뜬
그의 얼굴은
눈을 감은 채
죽은 듯이
누워있을 따름이다
앞에서
끄는 이도
그의 동무요
뒤에서
미는 이도
다
옛날
그의 동무였다
그들은
더운 땀을
뻘뻘 흘리며
낙원동 길을
나려올 때
뒤에서
벼랑간
뿡 소리가
요란이 나며
자동차 한 대가
달려와서는
지나간다
그래서 그들은
자동차 먼지를
뒤집었으며
옆으로
비켜섰었다
그 자동차 안에서
잠자리
날개같은
여름옷을
몸에 걸친 여인이
하나 타고
또
옆에는
젊은 양복신사가
하나 붙어 앉았다
그 여자는
옛날의
이쁜이였다
그는 지금
어떤 백만장자 아들의
셋째 첩이라 한다
마지막 부분이
참
씁쓸하죠
제목을 보면
이쁜이와 용이의
고생중에도 빛나는
아름다운
두 사람의 사랑으로
막을
너무나 리얼해서
현실에선
벌어질 것 같지 않은
드라마틱한
결말이었습니다
초반에
그 둘은
어땠습니까
처음에 두 사람이
썸을 탈 때를 생각하면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수줍어서
말도 못하고
이 노래가
갑자기 생각났어요
가수 이승철의
노래였죠
아무튼 수줍어서
고백도 못하던
두 사람이
그렇게 하루하루를
서로 눈치만 보다가
이쁜이가 부잣집
첩으로 들어간다는
상황이 되어서야
용기를 내서
같이 도망을 쳤습니다
그때 이쁜이는
부자도 필요 없고
용이만 있으면
사랑만 있으면
밥을 굶어도
좋다고 하지 않았나요
근데 서울 와서
공장노동자로 살면서
늘상 가난에 찌든
삶을 살면서
두 사람 다 변했습니다
용이는 용이대로
아내가 마음에 안들고
이쁜이는 이쁜이대로
가난한 이 생활이
지긋지긋하니
용이가 좋을 리 없겠죠
사랑은 어느덧
여름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하드처럼
아이스크림은
다 녹아 없어지고
얇은
앙상한
나무 손잡이만
남듯이
사랑 맹세의
기억만 남기고
사라져버렸습니다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가난이 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창문으로
조용히 나간다
어떤가요
이 소설과
딱 맞지 않나요
마지막 장면
참
인상에 남을 것 같습니다
용이는 감옥에서
추락해서
몸이 아팠나 봅니다
동료들에 의해
수레에 실려
돌아오는데
하필 먼지를
잔뜩 피우며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 안에
예쁘게 단장하고
앉아있는
이쁜이를
마주치는 장면
그 장면에서
용이는
이쁜이를 봤지만
이쁜이는 못 봤다고
저는 생각하고 싶습니다
만약
둘이 눈을 마주쳤다면
그 눈빛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아서요
그래야 용이가
조금은 덜 슬플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읽다 보니
제가 그만 열을 내고 있었네요
재밌게 들으셨죠
고맙습니다
오늘 소설 읽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조명희 작가의
이쁜이와 용이를
읽어드렸습니다
끝까지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
보내세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이 눈빛 하나에
세상이 멈춰버려
이 순간만큼은
영원하길
빗소리 너머로 들려와
숨기지 못하는 고백
낯선 우주의 빛에
무너지는 난
이런 순간 올 줄 몰랐어
영화가 현실이 되는 곳
빗소리가 연주하는
새로운 시작
다시 교차하는 시선
미소 짓는 그 얼굴
알 수 없는 중력의 이름
운명의 별자리
너의 눈빛 하나에
온 세상이 물들어
이 떨림만큼은
진실이야
비가 그치면
이 마법도
함께 사라질까
두려워
하지만 지금
이 떨림은
진실을 말하고 있어
너의 눈빛 하나에
모든 게 달라져
이 순간이야
빗소리 너머로 퍼지는 떨림
진실을 말하는 침묵
낯선 별이 궤도를 벗어난
그 순간 중력이 당겨
망설이던 그가 돌아서
천천히 내게 걸어와
비가 오는데
함께 갈래요
우리의 이야기 시작
내 세상이 시작돼
이 순간부터
우리의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