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풍자의 이야기꾼 김유정, 순박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의 이야기 ! [소낙비] 김유정 단편소설 #책읽어주는남자 #오디오북 #책과함께하는하루단잠

책과 함께하는 하루 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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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함께하는 하루 단잠 | 감성적인 이야기로 잠드는 시간 💤
🛏️ 잠들기 전,
🚶♀️ 혼자만의 감성 산책 시간,
🎧 눈은 쉬고 싶지만 마음은 이야기를 원할 때—
언제든 이곳에 들러주세요.
👉 이번에 들려드릴 이야기는 김유정 작가의 단편 소설 "소낙비" 입니다.
감상하시면서 편안한 시간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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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
00:00:00 인트로
00:02:19 본문낭독
00:34:25 단잠의 아주 주관적인 감상평
00:35:49 클로징 음악 "오늘 하루도 괜찮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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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계시죠? 좋은 문학작품은 한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게도 하고
사람들에게 훌륭한 인격에 대해 가르침을 주기도 하며 사람들이 어쩌면 일생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할 인생을
간접적인 체험으로 살게 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더 가치있게 바라볼 수 있게 해서 결국 그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수많은 문학작가들 중에서 특히 우리나라 근대소설가들 중에서 제일 많이 들어본 작가이면서도
그 이름만 들으면 그의 작품은 재미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우리에게 심하게 주는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김유정입니다. 글을 가리켜 저는 해악과 풍자의 명수라고 부르곤 합니다.
아무리 슬픈 이야기라고 해도 웃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의 해악은 별로 웃기지도 않은 상황 속에서 더 잘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저는 벌써 오늘의 작품이 기대가 되는데요. 오늘은 김유정의 단편소설 손학비를 가지고 여러분들과 같이 공감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김유정의 손학비는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1등으로 당선된 작품이죠.
이 소설의 원래 이름에는 따라지 목숨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농민들의 체념적인 생존 방식과 삶에 안착을 하지 못하는 식민지 시대의 유랑농민의 삶을 해악적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작품의 끝까지 저와 함께 하시면서 이 시간을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또 다 들으신 후에는 여러분들의 감상을 댓글로 서로 공유해 주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김유정의 손학비를 시작하겠습니다.
손학비 김유정
음산한 검은 구름이 하늘에 뭉게뭉게 모여드는 것이 금시라도 비 한 줄기 할 듯 하면서도
여전히 직구준 햇발은 겹겹 산속에 묻힌 외진 마을을 통째로 자실듯이 달구고 있었다.
이따금 생각나는 듯 산매들린 바람은 논박간의 나무들을 뒤흔들며 미처 날뛰었다.
뇌 밖으로 농군들을 멀리 푸마시로 내보낸 안말의 공기는 쓸쓸하였다.
다만 맷맷한 미루나무숲에서 거칠어가는 농촌을 읍는 듯 매미의 애 끓는 노래.
매흠 매흠 춘호는 자기 집
올 봄에 5원을 주고 사서든 묵삭은 오막사리 집 방문턱에 걸터앉아서
바른 주먹으로 턱을 괴고는 봉당에서 저녁으로 때울 감자를 씹고 있는 아내를 묵묵히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사날 밤이나 눈을 안 붙이고 성화를 하는 바람에 농사의 고리삭은 그의 얼굴은 더욱 해승하였다.
아내에게 다시 한번 졸라보았다. 그러나 위협하는 어조로
이봐 그래 어떻게 돈 2원만 안해줄테요? 아내는 역시 대답이 없었다.
갓 잡아온 새댁 모양으로 씻는 감자나 씻을 뿐 잠자코 있었다.
되나 안되나 좌우간 이렇다 말이 없으니 춘호는 울화가 터져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타곳에서 떠돌아온 몸이라 자기를 믿고 장리를 주는 사람도 없고 또는 그 알량한 집을 팔려해도
단 2, 3원의 작자도 내닿지 않으므로 앞뒤가 꼭 막혔다마는
그래도 아내는 나이 젊고 얼굴 똑똑하겄다. 돈 2원쯤이야 어떻게라도 될 수 있겠기에 묻는 것인데
들은 채도 안하니 썩 괘씸한 듯 싶었다. 그는 배를 튀기며 다시 한번 돈 좀 안해줄테요?
하고 소리를 뺏질렀다. 그러나 대꾸는 역시 없었다.
춘호는 녹이 충천하여 불현듯 문지방을 떠다밀며 벌떡 일어섰다.
눈을 흡뜨고 벽에 기댄 지게막대를 손에 잡자. 아내의 옆으로 바람같이 달려들었다.
이년아, 기집 좋다는 게 뭐여? 남편의 근심도 덜어주어야지. 끼고 자자는 기집이여?
지게막대는 아내의 연한 허리를 모질게 후렸다. 까불어지는 비명은 모지락스레 찌그러진 울타리 틈을 벗어나간다.
잼처, 지게막대는 앉은 채 꼬꾸라진 아내의 발 뒤축을 얼러 볼기를 내리갈렸다.
이년아, 내가 언제부터 너에게 조르는 게여? 범같이 호통을 치며 남편이 지게막대를 공중으로 다시 올리며 모지름을 쓸 때 아내는
에그머니! 하고 외마디를 질렀다. 연하여 몸을 뒤치자,
거반 엎어질 듯이 싸리문 밖으로 내달렸다. 얼굴에 눈물이 흐른 채 황그리는 걸음으로 문앞의 언덕을 내려 개후를 건너고
맞은쪽에 뚫린 콩밭길로 들어섰다. 너, 내가 날 피하면 어딜 갈 테여?
발길을 막는 듯한 의미 있는 호령에 달아나던 아내는 다리가 멈칫하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싸리문 안에 아직도 지게막대를 들고 섰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어른에게 죄진 어린애같이 입만 종깃종깃하다가 남편이 뛰어올까봐 겁이 나서 겨우 입을 열었다.
쇠돌 엄마 집에 좀 다녀올게유! 쭈뼛쭈뼛 변명을 하고는 가던 길을 다시 횡허케 내걸었다.
아내라고 요새 이돈 이원이 급시로 필요함을 모르는 바도 아니었다마는
그의 자격으로나 노동으로나 돈 이원이란 감히 땅뛸도 못해볼 형편이었다.
벌이래야 하잘것 없는 것. 아침에 일어나기가 무섭게 남에게 두질까 영산이 올라 산으로 빼는 것이다.
조그만 종댕이를 허리에 달고 거한 산중에 드문드문 박혀있는 도라지 더덕을 찾아가는 일이었다.
깊은 산속으로 우중충한 돌 틈박 위로 잔약한 몸으로 맨발의 집신짝을 끌며 강팔은 산등을 타고 돌려면
젖먹던 힘까지 녹아내리는 듯 진땀이 머리로 발끝까지 쭉 흘러내린다.
아랫도리를 단 외겹으로 두른 낡은 치마자락은 다리로 허리로 척척 엉겨 걸음을 방해하였다.
땀에 부른 종아리는 거친 숲에 긁혀메어 그 쓰라림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무거운 흙내는 숨이 탁탁 막히도록 가슴을 찌른다.
그러나 삶의 발버둥치는 순진한 그의 머리는 아무 불평도 일지 않았다.
가뭄의 콩라기로 어쩌다 도라지순이라도 어지러운 숲속에 하나둘 뾰족이 뻗어오른 것을 보면
그는 그래도 기쁨에 넘치는 미소를 띄었다. 때로는 바위도 기어올랐다.
정이 못 기어오를 그런 험한 곳이면 칡동쿨에 메어 달리기도 하는 것이었다.
때꾹의 전 무명 적삼은 벗어서 허리춤에다 꾹 찌르고는 호랑이 숲이라 이름난 강원도 산골에 메어 달려
길을 쓰고 허비적거린다. 골바람은 지날정마다 알몸을 두른 치맛자락을 공중으로 날린다.
그제마다 검붉은 볼깃짝을 사양없이 내보이는 칡동쿨이 그를 본다면 배를 움켜쥐어도 다 못 볼 것이다마는
다행히 그윽한 산골이라 그 골을 비웃는 놈은 뻑구기뿐이었다.
이리하여 해동갑으로 해가를 하고 나면 캐어 모은 도라지 더덕을 얼러 사발 가웃 혹은 두어 사발 남짓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동리로 내려와 주막거리에 가서 그걸 내주고 보리쌀과 사발 바꿈을 하였다.
그러나 요즘엔 그나마도 철이 겨워 소출이 없다. 그 대신 남의 보리방아를 온종일 찌어주고 보리밥 그릇이나 얻어다가는
집으로 돌아와 농토를 못 얻어 뻔뻔히 노는 남편과 같이 나누는 것이 그날 하루하루의 생활이었다.
그러고 보니 돈 2원커녕 당장 목을 딴 데도 피도 나올지가 의문이었다.
만약 돈 2원을 돌린다면 아는 집에서 보리라도 구워 파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그리고 원 동리의 아낙네들이 치맛바람에 팔자 고쳤다고 쑥떡거리며 은근히 시세우는 쇠돌 엄마가 아니고는 노는 보리를 가진 사람이 없다.
그런데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그는 자기 꼴 주제에 재물에 눌려서 호사로운 쇠돌 엄마에게는 죽어도 가고 싶지 않았다.
쇠돌 엄마도 처음에는 자기와 같이 천한 농부의 계집이련만 어쩌다 하늘이 도와 동리의 부자 양반 이주사와 은근히 배가 맞은 뒤로는
얼굴도 모양내고 옷지장도 하고 밥 걱정도 안 하고 하여 아주 금방석에 뒹구는 팔자가 되었다.
그리고 쇠돌 아버지도 이게 웬 땡이냐는 듯이 아내를 내어놓은 채 눈을 살짝 감아버리고
이주사에게서 나온 옷이나 입고 주는 쌀이나 먹고 연년이 신통치 못한 자기 농사에는 한 손을 떼고는 희자를 뽑는 것이 아닌가.
사실 말인즉 춘호 처가 쇠돌 엄마에게 죽어도 안이 가려는 그 속 까닭은 정작 여기 있었다.
바로 지난 늦은 봄 달이 뚫어지게 밝은 어느 밤이었다. 춘호가 보름 개출을 보러 산모퉁이로 나간 것이
이슥하여도 돌아오지 않으므로 집에서 기다리던 아내가 이젠 자고 오려나 생각하고는 막 들어누워 잠이 들려니까
웬 난데없는 황소 같은 놈이 뛰어들었다. 허둥지둥 춘호처를 마구 깔다가 놀라서 으악 소리를 치는 바람에 그냥 달아난 일이 있었다.
어수룩한 시골일이라 별반 풍설도 아닌하고 쓱싹 되었으나 며칠이 지난 뒤에야 그것이 동리의 부자 이주사의 소행임을
비로소 눈치채었다. 그런 까닭으로 해서 춘호처는 쇠돌 엄마와 직접 관계는 없단데도 그를 대하면 공연스레 얼굴이 뜨뜻하여지고
무슨 죄나 진듯이 어색하였다. 그리고 더욱이 쇠돌 엄마가
하며 아주 좋다고 함들대는 꼴을 보면 혹시 자기에게 함정을 두고서 비아냥거리는 거나 아닌가 하는 옥생각으로 무한해서 고개를 못 들었다.
한편으로는 자기도 좆만 잘했더면 지금쯤은 쇠돌 엄마처럼 호강을 할 수 있었을 그런 계륵한 기회를 깝살려 버린 자기 행동에 대한 후회와 애탄으로 말미암아
마음을 괴롭히는 그 쓰라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런 욕을 보더라도 나날이 심해가는 남편의 무지한 매보다는 그래도 좀 헐할게다.
오늘은 한맘먹고 쇠돌 엄마를 찾아가려는 것이었다. 춘호처는 이번 걸음이 헛발이나 안칠까 일념으로 심화를 하며
수양버들이 쭉 늘어박힌 논두렁길로 들어섰다. 그는 시골 안항내로는 욕모가 매우 반반하였다.
좀 야윈듯한 몸매는 호리호리한 것이 소위 동리의 문자로 왜입게나 하염직한 얼굴이었으되
추레한 의복이며 큐큐한 냄새는 거지를 볼지른다. 그는 왼손 바른손으로 격금내기로 치맛귀를 여며가며 속살이 삐질까
조심조심 걸었다. 감사나운 구름송이가 하늘 신폭을 휘덮고는 차츰차츰 지면으로 처져내리더니 그의 산뽕우리에 옮겨 살풍경이 되고 만다.
먼 데서 개 짖는 소리가 앞뒤 산을 한적하게 울린다. 빗방울은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차차 굵어지며 무더기로 퍼부어내린다.
춘호천은 길가에 늘어진 밤나무 밑으로 뛰어들어가 비를 거니며 쇠돌 엄마 집을 멀리 바라보았다.
북쪽 산기승 높직한 울타리로 뺑 돌려 두르고 앉았는 오목하고 맵시 있는 집이 그 집이었다.
그런데 쌀이 문이 꼭 닫힌 걸 보면 아마 쇠돌 엄마가 농군청에 저녁 재누리를 나르러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쇠돌 엄마 오기를 지켜보며 우두커니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뭇잎에서 빗방울은 뚝뚝 떨어지며 그의 뺨을 흘러 젖가슴으로 스며든다.
바람은 지날 적마다 냉기와 함께 붉은 빗발을 몸에 들이친다.
비에 쪼르륵 젖은 치마가 몸에 찰싹 휘감겨 허리로 궁둥이로 다리로 살의 윤곽이 그대로 비쳐 올랐다.
무더니 기다렸으나 쇠돌 엄마는 오지 않았다.
하도 진력이 나서 하품을 하여가며 정신없이 서있노라니 왼편 언덕에서 사람 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그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나 날색의 나무 틈으로 몸을 숨겼다.
동이배를 가진 이 주사가 지우산을 받쳐 쓰고는 쇠돌레 집을 향하여 엉덩이를 껍쭉거리며 내려가는 길이었다.
비록 키는 작달막 하나 숱 좋은 수염이라든지 원 동리를 털어야 단 하나뿐인 탄건이든지 썩 풍채 좋은 오십 전후의 양반이다.
그는 쌀이 문 앞으로 가더니 자기 집처럼 거침없이 문을 떠다 밀고는 속으로 버젓이 들어가 버린다.
이것을 보니 춘오천은 다시금 속이 편치 않았다.
자기는 개돼지같이 무시로 매만 맞고 돌아치는 천덕군이다.
안팎으로 귀염을 받으며 간들대는 쇠돌 엄마와 사람된 치수가 두드러지게 다름을 그는 알 수가 있었다.
쇠돌 엄마의 호강을 너무나 부럽게 우러러보는 반동으로 자기도 잘만 했더라면 하는 턱없는 희망과 후회가 전보다 몇갑절 쓰린 맛으로 그의 가슴을 찌푸뜨렸다.
쇠돌레 집을 하염없이 건너다 보다가 어느덧 저도 모르게 긴 한숨이 굴러내린다.
언덕에서 쓸려내리는 사탯물이 발등까지 게흙으로 덮으며 소리쳐 흐른다.
빗물에 푹 젖은 몸뚱어리는 점점 떨리기 시작한다.
그는 가볍게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당황한 시선으로 사방을 경계하여 보았다.
아무도 보이지는 않았다.
다시 시선을 돌려 그 집을 쏘아보며 속으로 궁리하여 보았다.
아내는 확실히 이주사뿐일 게다.
그때까지 걸렸던 쌀이 문이라든지 또는 울타리에 넣은 빨래를 여태 안 걷어들인 것을 보면
어떤 맹세를 두고라도 분명히 이주사 외의 다른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는 마음 놓고 비를 맞아가며 그 집으로 달려들었다.
봉당으로 선뜻 뛰어오르며
쇠돌 엄마 기슈? 하고 인기를 내보았다.
물론 당자의 대답은 없었다.
그 대신 그 음성이 나자 안방에서 이주사가 번개같이 머리를 내밀었다.
자기 딴은 꿈밭기라는 듯 눈을 두리번 두리번 하더니
옷 위로 벌거진 추노 처의 젖가슴, 아랫배, 넓적다리, 발등까지 슬쩍 음충히 훑어보고는
거나 안나츠로 빙글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도 봉당으로 주춤주춤 나오며
쇠돌 엄마 말인가? 왜 지금 막 나갔지?
곧 온댔으니 안방에 좀 들어가 기다렸으면 하고
매우 이리 딱한 듯이 어름어름한다.
이 비에 어딜 가세유?
지금 요 밖에 좀 나갔지.
그러나 곧 올걸?
있는 줄 알고 왔는디.
추노 처는 이렇게 혼잣말로 낙심하며 섭섭한 나츠로 머뭇머뭇하다가
그냥 돌아갈 듯이 봉당 아래로 내려섰다.
이 주사를 쳐다보며 물 차는 제비같이 산들어지게
그럼 요담에 오겠어유.
안녕히 계시유.
하고 작별의 인사를 올린다.
지금 곧 온댔는데 좀 기다리지.
다음에 또 오지유.
아닐세. 좀 기다리게.
여보게. 여보게. 이봐.
추노 처가 간다는 바람에 이 주사는 체면도 모르고 기가 올랐다.
허둥거리며 재간껏 만류하였으나
앞만 해도 안 될 듯싶다.
추노 처가 여기에 찾아온 것도 큰 기적이려니와
뇌성 병력에 구석진 곳이겄다.
이렇게 솔깃한 기회는 두 번 다시 못 볼 것이다.
그는 눈이 뒤집혀 입에 물었던 장죽을 쑥 뽑아 방 안으로 치뜨리고는
계집이 허리를 뒤로 다짜고짜 끌어안아서 봉당 위로 끌어올렸다.
계집은 몹시 놀라며
하고 몸을 뿌리치려고 앙탈을 한다.
아니. 잠깐만.
이 주사는 그래도 놓지 않으며 허겁스러운 눈짓으로 계집을 달랜다.
흘러내리는 고의춤을 왼손으로 연신 치우치며
바른 팔로는 계집을 잔뜩 움켜잡고
엄두를 못 내어 짤짤 매다가
간신히 방 안으로 끙끙 몰아넣었다.
안으로 문고리는 재빠르게 채이였다.
밖에서는 모진 빗방울이 배춧잎에 부딪히는 소리,
바람에 나무 떠는 소리가 요란하다.
가끔 양철통을 내려 굴리는 듯
거푸진 천둥소리가 방꼬레를 울리며
날은 점점 침침하였다.
얼마쯤 지난 뒤였다.
이만하면 길이 들었으려니
안심하고 이 주사는 날숨을 후 하고 돌린다.
실없이 고마운 빗때문에 바락도 못 치고
앙살도 못 피우고
무릎 앞에 고분고분 늘어져 있는 계집을
대견히 바라보며 빙긋이 얼러보았다.
계집은 온몸에 진땀이 쭉 흐르는 것이
꽤 더운 모양이다.
벽에 걸린 쇠돌 엄마의 적삼을 꺼내어
계집의 몸을 말쑥하게 풀닦기 시작한다.
발끝서부터 얼굴까지
너 열아홉이라지?
하고 이 주사는 취한 얼굴로 얼그니 물어보았다.
네, 하고 맷떨어진 대답.
계집은 이 주사 손에 눌려 일어나도 못하고
죽은 듯이 가만히 누워있다.
이 주사는 계집의 몸뚱이를 다 씻기고 나서
한숨을 내뽑으며 담배 한 대를 턱 피워물었다.
그래, 요새도 서방에게 주리경을 치느냐?
하고 묻다가 아무 대답도 없음에
원, 그래서야 어떻게 산단 말이냐?
하루 이틀이 아니고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있는 거냐?
그러다 혹시 맞아 죽으면 정장 하나 해볼 것 없는 거야.
허니, 내 명이 아까우면 덮어놓고 민족을 가르는 게 낫겠지?
하고 계집의 신변을 위하여 염려를 맞이 안다가
번뜩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너 참, 아이 낳다가 죽었다더구나?
네, 어디 낳은 듯이나 싶으냐?
계집은 얼굴이 홍다무가 되어지며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외면하였다.
이 주사도 그까짓 것 더 묻지 않았다.
그런데 웬 녀석의 냄새인지
무생채 썩는 듯한 시크무레한 악취가 불씨로 코청을 찌르니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야 그런 줄은 소통 몰랐더니
알고 보니까 비위가 좋기 역하였다.
그는 빨고 있던 담배통으로 계집의 배꼽계를 톡톡히 가리키며
얘, 이 살의 때꼽 좀 봐라.
그래, 물이 흔한데 이것 좀 못 씻는단 말이냐?
하고 모처럼의 기분이 상한 것이 앵하단 듯이
꺼림한 기색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계집이 참다 참다 이내 무안에 못 이겨 일어나
치마를 입으려 하니 그는 역정을 벌컥 내었다.
옷을 빼앗아 구석으로 동댕이를 치고는
다시 그 자리에 끌어앉혔다.
그리고 자기 딸이나 체크하듯이 아주 대범하게 꾸지졌다.
왜 그리 계집이 달망되니 좀 듬직지가 못하고
추노처가 그의 집을 나선 것은 들어간 지 약 한 시간 만이었다.
비가 여전히 쭉쭉 내린다.
그는 진땀을 잇는 대로 흠뻑 쏟고 나왔다.
그러나 의외로 아니, 천행으로 오늘 일은 성공이었다.
그는 몸을 소치며 생긋하였다.
그런 모욕과 수치는 난생 처음 당하는 봉변으로
지랄 중에도 몹쓸 지랄이었으나 성공은 성공이었다.
복을 받으려면 반드시 고생이 따르는 법이니
이까지 꺼야 골백번 당한데도
남편에게 매나 안 맞고 의이좋게 살 수만 있다면
그는 사양치 않을 것이다.
이 주사를 하늘같이 은인같이 여겼다.
남편에게 부쳐먹을 농터를 줄 테니
자기의 첩이 되라는 그 말도 죄송하였으나
더욱이 돈 2원을 줄게니
내일 이맘때 쇠돌레 집으로 넌지시 만나자는 그 말은
무엇보다도 고마웠고
벅찬 짐이나 푼 듯 마음이 홀가분하였다.
다만 애켜있는 것은
자기의 행실이 만약 남편에게 발각되는 나자래는
대매에 맞아 죽을 것이다.
그는 일변 기뻐하며 일변 애를 태우며
자기 집을 향하여 세차게 쏟아지는 빗속을
가분가분 내리달렸다.
추노는 아직도 분이 못 풀려
뿌루퉁하니 홀로 앉았다.
그는 자기의 고향인 인재를 등진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해를 이어 흉작에 농작물은 말못되고
따라 빗쟁이들의 위협과 악다군위는 날로 심하였다.
마침내 할 일 없이 집 세간살이를 그대로 내버리고
알몸으로 밤도주하였던 것이다.
살기 좋은 곳을 찾는다고
나 어린 아내의 손목을 끌고
이산 저산을 넘어 표량하였다.
그러나 우정 찾아든 곳이 고작 이 마을이나
산속은 역시 일반이다.
어느 산꼬라일과 호미를 잡아보아도
정은 조그만치도 안 붙었고
거기에는 오직 쌀쌀한 불안과 굶주림이
품을 벌려 그를 맞을 뿐이었다.
터무니 없다 하여 농토를 안 준다.
일구멍이 없음에 품을 못 판다.
밥이 없다.
결국 그는 피폐하여 가는 농민 사이를 감도는
엉뚱한 투기심에 몸이 달떴다.
요사인 며칠 동안을 두고
요 넘어 뒷산속에서
밤마다 큰 노름판이 벌어지는 기미를 알았다.
그는 자기도 한몫 보려고 끼룩거렸으나
좀처럼 미천을 만들 수가 없었다.
수나 좋아서 이 이원이 조화만 잘한다면
금시 발복이 못 된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으랴.
삼사원 따서 동리의 빚이나 대충 가리고
옷 한 벌 지어 입고는
진저리나는 이 산골을 떠나려는 것이
그의 배포였다.
서울로 올라가
아내는 안잠을 재우고
자기는 노동을 하고
둘이서 다부지게 벌면
안락한 생활을 할 수가 있을 텐데
이런 산구석에서
굶어 죽을 맛이야 없었다.
그래서 젊은 아내에게 돈 좀 해 오라니까
요림에 낀 조림에 낀
매만 피하고 곁들어 주질 않으니
그 소행이 여간 괘씸한 것이 아니다.
아내가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하고
집으로 달려들자
미처 입도 벌리기 전에
남편은 이를 악물고
주먹뺨을 냅다 붙인다.
너 이년 매만 살살 피하고
어디가 자빠졌다 왔니
볼지 한 대를 얻어맞고
아내는 오기가 질리어 벙벙하였다.
그래도 직성이 못 풀리어
남편이 다시 매를 손에 잡으려 하니
아내는 질겁을 하여 살려달라고
두 손으로 빌며
괘씬괘씬 입을 열었다.
하며 돈이 변통됨을 삼과 아래는
그의 음성은 절반이 울음이었다.
남편이 반신반의하여 눈을 띄긋 하다가
내일? 하고 목청을 돋았다.
네. 내일 된다유.
꼭 돼요?
네. 내일 된다유.
남편은 시골 물정에 능통한이 많지
난데없는 돈, 이원이 어디서 어떻게 되는 것까지는
추궁해 무리려 하지 않았다.
그는 적이 안심한 얼굴로
방문턱에 걸터앉으며
담뱃대에 불을 그었다.
그제야 아내도 비로소 마음을 놓고
감자를 삶으러 부엌으로 들어가려 하니
남편이 곁으로 걸어오며
측근한 듯이 말렸다.
병나 방에 들어가 어여 옷이나 말려
감자는 내 삶을 깨
먹물같이 짙은 밤이 내렸다.
비는 더욱 소리를 치며
앙상한 그들의 방벽을 앞뒤로 울린다.
천장에서 비는 새지 않으나
집 지은지가 오래되어
고래가 물러앉다시피 된 방이라
도배를 못한 방바닥에는
물이 스며들어 귀축축하다.
거기다 거적 두은잎만 덩그러니 깔아놓은 것이
그들의 침소였다.
석유불은 없어 캄캄한 바로 지옥이다.
벼룩은 사방에서 마냥 스멀거린다.
그러나 등걸잠에 익달한 그들은
천연스럽게 나란히 누워
줄기차게 퍼붓는 밤빛 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었다.
가난으로 인하여
부부간의 애틋한 정을 모르고
나날이 매질과 불평과 원한 중에서
복대기던 그들도
이 밤에는 불씨로 화목하였다.
단지 남의 품에 든 돈 이원을 꿈꾸어 보고도
남편의 왼팔을 베고 누웠던 아내가
남편을 향하여 응석비스듯이 물어보았다.
그는 남편에게 서울의 화려한 거리며
후한 인심에 대하여 여러 번 들은 바 있어
일상 안타까운 마음으로
몽상은 하여 보았으나
실지 구경은 못하였다.
얼른 이 고생을 벗어나
살기 좋은 서울로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다.
곧 가게 되겠지.
빚만 좀 없어도
염려 없어.
이달 안으로 꼭 가게 될 거니까.
남편은 썩 쾌히 승낙하였다.
따는 그는 동리에서 일컬어주는 질꾼으로
투전장의 갑오찜은
시루에서 콩나물 뽑듯하는 능수였다.
내일 밤 이원을 가지고
벼락같이 노름판에 달려가서
있는 돈이란 깡글이 모집어올 생각을 하니
그는 은근히 기뻤다.
그리고 교묘한 자기의 손재간을
홀로 뽐내었다.
이번이 서울 처음이지?
하며 그는 서울바람 좀 한번 쉬었다고
큰 채를 하며
팔로 아내의 머리를 흔들어 물어보았다.
성미가 워낙 겁값한지라
지금부터 서울 갈 준비를
착착 하고 싶었다.
그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둠 구석에서
뇌에 자라먹은 아내를 데리고 가면
서울 사람에게 놀림도 받을 게고
거리끼는 일이 많을 듯 싶었다.
그래서 서울 가면 꼭 지켜야 할 필수 조건을
아내에게 일일이 설명치 않을 수도 없었다.
첫째, 사투리에 대한 주의부터 시작되었다.
농민이 서울 사람에게
꼬라리 라는 별명으로 감잡히는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투리에 있을지니
사투리는 쓰지 말며
합세를 하십니까로
하계율을 하오로 고치되
말끝을 들지 말지라
또 거리에서 어릿어릿하는 것은
내가 시골뜨기요 하는 얼뜬지시니
갈 길은 제게 가고
볼루는 또릿또릿이 볼지니
하는 것들이었다.
아내는 그 끔찍한 설교를 귀담아 들으며
모기 소리로
네, 네
를 하였다.
남편은 두어 시간가량을
셀 틈 없이 꼼꼼하게 주의를 다져놓고는
서울의 풍습이며
생활방침 등을
자기의 의견대로
그럴싸하게 이야기하여 오다가
말끝이 어느덧
화장수레까지 이르게 되었다.
시골여자가
서울에 가서 안잠을 잘 자주면
몇 해 후에는
집까지 얻어 갖는 수가 있는데
거기에는
얼굴이 예뻐야 한다는 소문을
일찍 들은 바 있어 하는 소리였다.
그래서
날마다 기름도 바르고
분도 바르고
벗언도 신고 해서
주인 마음에
썩 들어야
한참 신바람이 올라 주워 섬기다가
옆에서 새근새근 소리가 들리므로
고개를 돌려보니
아내는
이미 고라져
잠이 깊었다.
이런 망할 거
남 말하는데 자빠져 잔담
남편은 혼자 중얼거리며
바른 팔을 들어
이마 위로
흐트러진 아내의 머리카락을
뒤로 쓰다듬어 넘긴다.
세상에 귀한 것은
자기의 아내
이 아내가
만약 없었던들
자기는 홀로
어떻게 살 수 있었으려는가
명색이 남편이며
이날까지
옷 한 벌 변변이 못 해 입히고
고생만 지치킨 그 죄가
너무나 큰 듯
가슴이 뻐근하였다.
그는 왁살스러운 팔로다
아내의 허리를
꼭 껴안아 가지고
앞으로
바트 흙이 끌어당겼다.
밤새도록
줄기차게 내리던 빗소리가
아침에 이르러서야
겨우 그치고
점심때에는
생기로운 볕까지 들었다.
쿨렁쿨렁
논물 나는 소리는
요란이 들린다.
시내에서
고기 잡는 아이들의
고함이며
농부들이
희희낙낙한 메나리도
기운차게 들린다.
비는
춘호의 근심도
씻어간 듯
오늘은
그에게도
즐거운 빛이 보였다.
저녁
제누리 때
되었을걸
얼른 빚고 가봐
그는
갈증이 나서
아내를 대고
재촉하였다.
아직 멀었어요
먼 게 뭐냐
늦었어
뭘
아내는
남편의 말대로
벌써부터
머리를 빗고 앉았으나
원체
달포나
아니가리여
엉큰 머리가
시간이
꽤 걸렸다.
그는
호랑이 같은 남편과
오래간만에
정다운 정을
바꾸어 보니
근래에
볼 수 없는
희색이
얼굴에
떠돌았다.
어느 때에는
맥적게
생글생글
웃어도 보았다.
아내가
꼼지락거리는 것이
보기에
포그나
남편은
아내 손에서
얼레빗을 쑥
뽑아들고는
시원스레
쭉쭉
내려 빗긴다.
다 빗긴 뒤
옆에 놓은
밥사발의 물을
손바닥에
연신 칠해가며
머리에다
번지르르하게
발라놓았다.
그래놓고
위서부터
머리카락을
재워가며
맵시 있게
쪽을 딱
질러주더니
오늘 아침에
한사코
공을 들여
삼아놓았던
집신을
아내의 발에
신기고
주먹으로
작은 작은
고를 내주었다.
이제 가봐
하다가
바로 곧 와
응
하고
남편은
그 이원을
고이 받고자
손색없도록
실패없도록
아내를
모양내어
보냈다.
오늘 작품
어떻게 들으셨나요
가난은
생활에
불편만을
줄 뿐이라는
격언이 있지만
오늘 이 상황에선
가난은
불편만을
불편함 뿐만 아니라
수단의 선택도
제한적으로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돈이 없어
가난하니까
아내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란
결국
쇠돌 엄마가 한
선택과
다르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너무나 가난하면
도덕도 윤리도
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라는
국가는
모든 국민을
부자로 만들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못 먹어서
굶게 되는
가난을 만들어선
안되는 것입니다.
극빈의
가난한 사람들이 없는
사회가 되어야
건강한 시민이
많이 생기는 것이고
그래야
진정
건전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김유정 작가의 소설
손악비를
함께 읽어보셨습니다.
즐거운 감상시간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시간에
좋은 작품으로
또 뵐 것을
약속드리면서
여러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또 봬요.
수고했어요
내일도
함께 할게요
그대는
잘하고 있어요
그대로
괜찮아요
그대는
잘하고 있어요
이대로
충분해요
작은 일에도
웃었나요
누군가에게
위로
받았나요
혼자였던
시간들도
그대는 잘
견뎌냈죠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
그대로의
모습이
좋아요
힘들 땐
기대도
돼요
내가
여기
있잖아요
하루도
잘 지냈나요
힘들었던
순간들은
없었나요
그대의
하루 끝에서
내가 있다는
걸 기억해요
따뜻한
차 한잔처럼
그대 곁에
머물게요
오늘도
수고했어요
내일도
함께
할게요
그대는
잘하고
있어요
그대로
괜찮아요
그대는
잘하고
있어요
이대로
충분해요
매일이
특별하진
않아도
그대가
숨쉬는
하루
하루가
내겐
소중해요
그대가
여기
있어
감사해요
하루도
잘 지냈나요
힘들었던
순간들은
없었나요
그대의
하루 끝에서
내가 있다는
걸 기억해요
따뜻한
차 한잔처럼
그대 곁에
머물게요
오늘도
수고했어요
내일도
함께
할게요
그대는
잘하고
있어요
그대로
괜찮아요
그대는
잘하고
있어요
이대로
충분해요
매일이
특별하진
않아도
그대가
숨쉬는
하루
하루가
내겐
소중해요
그대가
여기 있어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