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쟁이 신사 S의 직장 구하기 대소동!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 [앙탈] 채만식 #책읽어주는남자 #오디오북 #책과함께하는하루단잠

책과 함께하는 하루 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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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7:21 단잠의 아주 주관적인 감상평
00:29:26 클로징 음악 "At the end of th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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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채만식의 앙탈이라는 작품입니다.
제목이 참 묘하죠? 이 작품은 채만식이 1930년 신소설에 발표한 단편소설로서
마치 라디오극을 듣고 있는 것 같은 또는 한 편의 짧은 단막극 같은 작품입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양복쟁이 신사 S와
그에게 몇 달이나 밀린 하숙비를 받아내기 위해 채근하는 하숙집 노파와의 신경전이 우스꽝스럽게 표현된 이 작품은
1930년대 직장을 얻지 못해 곤궁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화이트 칼라의 생활을 코믹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연 S는 자기가 원하는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요?
직장을 구해서 보란 듯이 하숙집 노파에게 밀린 하숙비를 턱 하고 내놓을 수 있을까요?
양복쟁이 신사 S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화이트 칼라 몽상가 S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죠.
이제 극장 내의 등이 모두 꺼지고 채만식의 앙탈 연극 공연이 시작됩니다.
재밌게 끝까지 함께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앙탈 채만식
S는 때가 새까맣게 묻은 칼라를 뒤집어 대고 넥타이를 메웠다.
와이샤스 소매도 뒤집어서 단추를 끼웠다.
가뜩이나 궁한 그에게 검정 세로 양복이 칼라 와이샤스를 짜증이 나도록 떼국을 묻혀 주었다.
어젯밤에 요 밑에 깔고 잔 양복 바지는 입고 앉아 조반을 먹느라면 구겨질 것이 맘에 걸리기는 하다.
주인 노파가 밥상을 가지고 올 터인데 잔방이 바람으로 문을 열고 받아들일 수는 없으므로 섭섭은 하지만 할 수 없이 집어 입었다.
혁대를 메며 내려다 보니 줄은 칼날 같이 잡혔으나 좀 비집은 대를 검정실로 얼구 맨 자리와 구두에 닿아 다른 자리에 올바리 톱니같이 내어다 보였다.
바지 까랑이로 내려가서는 엄지발톱에 닿아 구멍이 난 언더 양말이 남에게 보인다면 몹시 창피할 만큼 숭업게 발톱이 내어다 보였다.
S는 한참이나 바지와 양말의 험집을 한심하게 내려보다가 한숨을 내오시며
무얼 양말은 구두를 신으면 보이지 않을 것이고 바지는 누가 쫓아와서 자세히 구버다 보나
이렇게 속으로 단념 반 위안반의 강제 안심을 하고 옷을 집어 방바닥에서 묻은 먼지를 쓸어내렸다.
짜박짜박 발걸음 소리가 나며 뒷말 위에 쿵 하는 밥상 놓는 소리가 들렸다.
S는 가슴이 섬뻑하였다.
어제 해 전에는 귀엽고 밥값을 얼마간 변통해 주마고 해놓고 아침에 일찍 나갔다가 자정 후에야 들어와서 잠을 잤으므로 아침에는 또 한바탕 졸경을 칠 텐데
생각하니 앞이 아득하고 얼굴이 화끈 달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기침도 크게 하지 못하였고 세수를 하면서도 혹시나 말을 꺼내지 아니하는가 하고
부엌에서 밥을 짓고 있는 주인 노파의 눈치를 슬슬 보면서 얼핏 콧등에 물만 쥐어바르고 도망치를 쳐들어와 버렸다.
밥상 갖다 놓아수 하고 주인 노파가 웬일인지 앞말으로 가서 상냥하게 주의를 시켜주었다.
S의 생각에는 밥상을 들여밀면서 돈 하고 손을 벌릴 줄 알았던 것이 아마 어제 아침에 그만큼 단단히 약속을 하였으니까
돈은 어김없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하고 느긋이 수작을 붙이는 모양 같았다.
조반을 먹고 나는 동안이 비록 짧으나 그동안의 유여가 S에게는 퍽도 위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는 밥상을 집어들었다. 만년을 가도 다름이 없는 염생이 똥 같은 콩자반, 기스랑물 같은 간장,
채전밭으로 엉금엉금 기어가는 날깍두기, 구리탄 냄새가 코를 찌르는 새우젓, 다 식어서 민둥민둥한 된장찌개,
이것이 밥상 위에 놓인 찬이요. 밥은 왜수 없이 검붉은 조각팥밥에서 벗어나지 아니하였다.
S는 양복이 구기지 아니하도록 조심스럽게 다리를 뻗고 앉아 숟갈로 밥을 꺼억 꺼억 팠다.
그래도 그렇지 않던 입맛인데 당겨 넘어갈 리가 없었다.
다시 신발 소리가 나며 주인 노파가 한 손에 숭늉 그릇을 들고 문을 방긋이 열었다.
S의 타는 속도 모르고 주인 노파는 천 갈래 만 갈래의 주름살이 잡힌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교태를 띠며
찌개가 식어서 어떡하오? 하고 과분한 근심을 하였다.
S는 제발 그만두어 주었으면 싶게 거북하였다.
뭘요? 괜찮습니다.
아이고, 그래도 자, 이 뜨뜻한 숭늉에 좀 놓아자시오.
네. S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거북하며, 그리고 속이 조여서 가슴이 막히는 것을 그대로 밥그릇만 꺾어 팠다.
노파는 아주 안타까워하는 말시로, 고생이구려. 다 저래도 고향에서는 귀동자 할 텐데.
객지에 나와서 하고 혀를 끌끌 찼다.
잠깐 동안 말이 없이 S는 밥을 먹고 노파는 바라보고,
이 침묵이 S에게는 중죄수가 형의 언도를 받으려는 찰나와 같이 무겁고도 괴로웠다.
물 부어서 다자시오. 하고 노파는 여전히 상냥한 말로 건넸다.
네. 다 먹지요. 그런데... 저... 돈 좀 됐수?
돈문대로 들어갔다.
지금껏 한 것은 연극의 서막이었었다.
S는 고개를 숙인 채 들지를 못하였다.
밥은 그대로 먹고 있으나, S가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이 S의 입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러나 언제까지든지 아무 대답도 아니할 수는 없었다.
대답을 하여야 할 터인데 대답할 말은 없었다.
겨우 고개를 들고 주인 노파를 치여다보는 S의 얼굴에는 괴로운 미소.
아니, 그것은 미소가 아니라 근육의 경련이다.
그 근육의 경련이 무리함하여 상비된 얼굴로 기어올랐다.
저... 거시기... 안 됐수?
주인 노파의 얼굴은 일순간에 와락 변하고 목소리는 무쇠를 깨칠 것 같이 쨍쨍하였다.
S는 고개를 움칫 숙여버리고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였다.
글쎄, 어쩔 셈이냔 말이오? 응?
S는 할 말이 궁하여 푸념을 곱다시 듣고만 있다가
겨우 고개를 들고
하고 사정을 하려는 것을 주인 노파는 톡 쏘며 핀잔을 주어버렸다.
허기야, 역정도 나시겠지만 제 말을 좀 들어보세요.
월급자리를 못 구했네. 뭐 집에서 돈이 오네. 친구한테 취하네.
원사람이? 염체도 좋지.
여보세요, 그러실 것이 아니라 제 말을 들어보세요.
제가 무슨 돈벌이를 허게 된 것을 않고 들어 앉았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는 붙여준다 붙여준다 허기만 하고 안 보내주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까?
글쎄, 그런 사정을 날더러 어쩌란 말이오?
월급자리가 있건 없건 집에서야 돈을 보내주건 말건
나는 밥장사를 해먹는 테니까 밥값을 받아야만 하잖소.
대기야 어찌됐건 먹은 밥값을 주어야 나도 이지 지나면 해먹지.
한 푼이 수입 없이 오른 말이다.
S의 말은 더욱 궁하여진다.
그러나 S는 어서 이 공경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고 싶은 일념밖에는 없었다.
그러니까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세요.
전의 일은 그렇게 된 것이고 어제 돈을 좀 취하려고 친구를 찾아갔다가 만나질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다시 찾아가서 기어코 얼마간 우선 변통에다 드릴 테니 오늘 하루만 더 참아주세요.
오늘은 쉴 수 없겠습니다.
주인 노파는 반신반의하는 듯이 S의 눈치를 살피다가
저흑이 밉기는 하면서도 그래도 한자락은 깔아놓느라고 휙 돌아서서 종종 걸어가며
뭘로 나도 인제 하고 안방으로 들어가서 무슨 소린지 모르게 두덜거리기를 맞이하니 아였다.
S는 한증가마에서 뛰어나오는 것처럼 정신없이 벽에 걸린 양복 저거리를 껴입고
문 밖 길거리로 나서니 쫓아오던 귀신이나 떼어버린 것 같이 마음이 시원하고 깊은 가을의 가벼운 햇살이 무한히 상쾌하였다.
가을은 한참 깊었다.
가회동 막바지의 양편 언덕에는 나무와 풀들이 다 각기 제멋대로 단풍을 갈아입고 맑은 햇볕을 마음껏 쬐고 있었다.
하늘에는 보이리야 말이야 하는 열분 구름이 한두 장 떠 있을 뿐 발도둠을 하여 손으로 만져보고 싶게 감감이 높아 보였다.
거리에도 가을빛이 깊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입은 옷이 벌써 그리하고 가게 앞에 놓인 과실이 그러하였다.
더구나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모두 다 스프링을 입었다.
S는 가회동 막바지에서 제동 내거리까지 내려가는 동안에 스프링 입은 사람을 셋이나 만났다.
그럴 때마다 S는 조끼도 못 입은 데다가 세루가 제철이 아닌 것은 아니나 스프링도 없이 더구나 바싹 굽어다 보면 험집투성이가 된 낡은 양복을 입은 자기의 모양다리에 어깨가 저절로 오므라지는 것 같았다.
그는 벌써 하숙집 일은 생각도 하지 아니하였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굴레 벗은 말같이 허전허전한 자기의 양복 태도요.
뒤쪽이 닳고 볼에다 반창고를 붙인 낡은 로이드식 구두요.
뒤집어댄 칼라였었다.
더욱이 메초로움한 여학생이나 신녀자와 마주칠 때에는 피하였으면 좋기는 하겠으나 눈이 손해이니 그러하기는 싫고
그대로 가까이 다가가서 지나가면서 견눈으로 저편의 견눈을 살펴가면서도 발을 구르고 싶게 마음은 안타까웠다.
S는 제동 내거리에 서서 잠깐 망설였다.
어디로 갈까?
사방으로 헐헐 돌아다니며 쇼 윈도우도 구버다보고 은행으로 가서 아는 친구에게 담배도 얻어피우고 여학생 얼굴 구경도 하고 싶었으나
자기의 꼴새를 생각하고는 발길을 동편으로 돌려 동관에 있는 M이라는 잡지사로 향하여 갔다.
S가 거의 매일 가서 놀고 밤이 깊도록 노는 것이었었다.
M사에서 역시 S와 같이 일이 없이 놀러오는 친구들과 하루종일 대굴대굴 누워 굴며 잡지도 뒤적거리고 신문장도 읽고
여학생평, 기생평, 공연한 사람의 단점 들추기 같은 것으로 해를 보냈다.
다른 사람들이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일어서려는데 따라 일어서기는 하였으나 갈 곳은 없었다.
밖에 나와 빙빙 돌다가 다시 들어갔다.
자정이 되어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헤어져 갔다.
이제는 S 자기도 꼭 가야만 하겠는데 하숙집으로는 덜미를 잡혀도 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갈 데도 없었다.
겨우 한 가지, M사에서 그대로 자는 놀이밖에는 다시 없는데
그러자면 사원인 P에게 전후 사정 말을 하여야지 무턱대고 그대로 잘 수는 없었다.
그러나 곧 죽을지언정 하숙집에 밥값을 주지 못해서 들어가지 못한다고
자기의 궁한 이야기는 남에게 하기가 싫었다.
꾸물꾸물하는 동안에 P는 이부자리를 펴기 시작하였다.
S는 흠연하게 작별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속이 빈데다가 가을밤의 싸늘한 바람이 몹시 추웠다.
뱃속은 염치를 모르고 시장하였다.
관현을 넘어 제동 내거리에 있는 설렁탕집 앞을 지나가려니까
누리탄 냄새가 코로 술술 들어오고 혀밑에서는 신침이 사정없이 궤어나왔다.
그놈을 그저 파양념과 고춧가루를 듬신 넣어가지고 국물을 훌훌 마셔가면서
한 그릇, 아니 두어 그릇 먹었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이 구미가 당겼다.
어느 구석에 눈먼 돈 10전이나 들어있나 하고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만져보았으나
원래 돈이라는 것을 구경한지가 하복을 잡혀서 춘치복을 찾아 입은 때밖에는 더 없는데
웬게 있을 택 없었다.
하숙집에 무엇도 잡혀먹을 것이나 없을까 하여 보았으나
심지어 와이샤스까지 잡혀먹었으니 남은 것이래야 이불밖에 더는 없고
그러나 그것은 가지고 나올 수도 없고 또 가지러 들어갈 수도 없으니까 단념하는 수밖에 없었다.
배가 고픈 것은 고픈 것이려니와 어디 가서 누워 잠을 자야 할 터인데
생각을 아무리 짜도 머리를 두르고 갈 만한 곳은 없었다.
그의 발길은 저절로 가회동 하숙집으로 향하여졌다.
대문은 굳게 잠겼었다.
대문이나 열렸으면 살그머니 들어가서 잠을 잔다든지 이불이라도 짊어지고 나와서 팔아라도 먹겠지만
대문이 잠겼으니 열어달라다가는 공연이 귀신덩어리를 만나 경을 칠 테고
경뿐이 아니라 창피하게 나가란 말까지 들을지 모르는데
차마 문을 쩔뻑거릴 용기가 나지 아니하였다.
그는 문 앞에 서서 두루두루 망설이다가 할 수 없이 취운정으로 올라갔다.
중앙학교 뒤 선원정 담밑 잔디밭 위에 양복 저거리를 뒤집어 펴고 누운 S는
아무리 잠을 자려고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잠을 자려고 애를 쓰나
밉상으로 잠은 오지를 아니하였다.
춥기는 겨울 이상으로 추웠다.
불이라도 한 무더기 놓고 싶으나 될 성량이 없고
또 불을 놓다가는 사람이 쫓아올 테니 그도 못할 노릇이었었다.
배가 아니 고팠으면 그대로 누워서 견딜 대로 견디겠는데
뱃속이 창자까지 쓸어낸 것 같이 시장하여
그 때문에 추위도 한층 더하였다.
오전만 있어도 호떡 한 개에 뜨끈뜨끈한 차를 먹을 수가 있는데
가만있자.
내가 지금 길거리로 내려가서 공교하게도 오전 한 푼이 흘려있어.
그놈을 주워가지고 호떡집으로?
이렇게 생각하니 단침이 꼴딱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가만있자.
10전짜리 두 푼을 줍는다면 설렁탕.
옳지.
설렁탕을 먹는다.
아니 1원짜리를 주우면?
1원 가지고는 셈이 닿지 않고 10원?
아니 10원짜리 10장.
그렇지.
10장 100원.
그 놈이면 우선 무엇보다도 고놈의 여우같은 노파한테
석 달 밥감 60원을 팩 내던져주고
그 굽실거리는 꼴을 좀 보고 청목당에 가서
아차 밤이 늦었지?
그러면 우선 설렁탕이나 두어 그릇 먹고
그리고 양복을 한 벌?
양복은 해 입자면 모자라겠는걸?
500원은 주워야겠는걸?
한 천원만 주우면?
그것도 쓰자면 얼마 못 쓰겠는걸?
지분 한 채 사야지.
한 만원?
만원?
그래도 모자라.
10만원?
100만원?
억만원?
척 버틴다.
찬바람이 오싹 지나가며 S의 공상은 깨어졌다.
억만원을 쓸 공상을 하면서 오전이 없어 창자를 움켜쥐고
한대짬을 자는 자기의 행색이 한심하다 못하여 고소가 나왔다.
그러나 나도 언제나 한 번은 호화롭게 살아보아야 할 텐데
그렇게 될 것도 같은데
누구가 몇백만원만 상속을 시켜주면
그놈을 가지고 사회사업도 하고
그러고 집을 한 채 짓는데
그럼 종상이 그 따위는 어림도 없다.
아쉰 대로 10만원만
아니, 만원만 있어도 위선 옹색은 면하겠는데
아니, 천원만
아니, 백원만
아니, 십원만
아니, 일원만
아니, 위신 오전만이라도
아하, 이튿날 아침
S는 열 깨 든 잠이 찬바람에 흔들려 깨었다.
양복에 묻은 티를 이잡듯이 털어내고
운물에 가서 세수를 하였다.
세수하기가 바쁜 것은 아니나
남보기에 세수를 하러 일찍이 올라온 것처럼 하느라고.
그는 가회동 주인집 앞을 피하려고
중앙학교 뒷산으로 해서 개동으로 내려와
또다시 M사로 갔다.
그는 자고난 입맛이라 배가 고픈 것은 그다지 느끼지 아니하나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M사에서는 피가 아직 이부자리 속에서 자고 있었다.
S는 염치 불구하고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P는 그 서슬에 잠이 깨어 이불 속에서 기지개를 쓰며
꼭두새벽에 이게 웬일이요? 하고 인사 겸 물었다.
S는 얼굴이 화끈하면서도
꼭두새벽? 지금이 몇인데 그러우?
여덟시가 지났는데 하고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여덟시가 새벽이 아니고 뭐야? 아이들 뽀이.
낱말은 잘 허는구려.
S는 속으로 낯이 간지러웠다.
낯이 간지러우면서도
자기가 취운 정에서 잠을 자고 내려온 줄은 모르고
일찍이 일어나서 기동하느니라고만 생각하는 피가
우습기도 하여 허허 하고 한바탕 웃었다.
웃기는 왜?
좀 우스운 일이 있어.
무허이? 아니 나 혼자 우스운 일이 있어서.
P는 이불을 걷어 가지고 일어나 앉았다.
대관절 웬일이요? 오늘은?
열시가 지나야 일어난다는 사람이?
응. 누구 좀 만나려고.
새벽밥을 해달래서 먹고 갔다가 만나지도 못하고.
그래서 치워서 코끝이 저렇게 새파랗구려.
응. 새벽바람이 어찌나 매운지.
무엇? 취직 문제 때문에?
응.
그거 참. 어떻게 허우?
어서 해결이 돼야지.
글쎄. 허나니 그 걱정이야.
하숙밥 값은 어떻게 하우?
좀 조르긴 하지만.
벌써 여러 달일 텐데 그래도 인심이 괜찮은걸?
응. 내가 잘라먹지 않을 줄은 아니까.
대관절. 취직은 어찌되는 모양이요?
안 되는 모양이요?
아마 안 될 모양인데.
그럼 어떻게 하우?
그래 걱정이지.
그게 참 문제야.
하여간 우리에게 꼬리만 헌 상식만 가지고
각 방면으로 대구 구직을 헌다는 것이 잘못이니까.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겠지.
사회의 결함이 아닌 것도 아니지만.
그러면?
P는 S의 눈치를 살피면서 좀 거북한 듯이.
S군 같은 사람은 물론 S군 하나만을 가리킨 말은 아니고
하고 다시 S인 낯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S는 다만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치밖에는 보이지 아니하였다.
모르겠소?
이것은 내가 하필 S군한테 주의를 선전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면 위선 다른 직업을 얻기보단 쉽지 않소?
그래가지고 S군이 거기서 딴 의식을 가지게 된다면
S는 고개를 쌀쌀 내둘렀다.
P는 다시 말을 계속하였다.
물론 S군 생각에는
이처럼 불쾌하게 여기기도 쉽겠지만
나도 실상 이 잡지가 다른 보통 잡지라면
지금이라도 다 내던지고 공장이나 일판으로 가겠소만.
그러나 저러나 이 잡지사도 형편이 아마 얼마 가지 못할 눈치니까
오래지 않아서 나도 그렇게 되겠지.
S는 아무리 하여도 P의 의견을 찬성할 수가 없었다.
그는 속으로 항의하였다.
노동? 괴롭고도 천한 그 짓을?
내가? 연애?
누군지 모르나 어디선지 지금 나를 기다리는 듯
곱게 있을 미지의 애인은 어떻게 하고?
그리고 돈 많은 호화로운 생활은 어떻게 하고?
이 고운 손이 고운 얼굴이 노동판에 가서 썩어?
안 될 말이다.
S는 몸을 녹여가지고 M사를 나섰다.
우연만 하면 P에게 돈을 몇십 점 빌려달라고 하려 하였으나
그러한 이야기가 있은 뒤라 더구나 입이 열리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액구준배는 사정없이 고파 견딜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길거리로 나서기는 하였으나 별로의 갈 곳은 없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을 일일이 치여다보며
이 사람들은 모두 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었으려니 생각하며
누구나 붙잡고 사람을 살리라고 울고 싶게 안타까웠다.
먹을 것이 놓인 가게 앞을 지날 때에는
손이 저절로 그곳을 향하여 뻗쳐지는 듯 하였었다.
그는 시장한 허리를 졸라매면서 거의 무의식 중에
황금정에 있는 직업 소개소에까지 당도하였다.
전에는 거의 날마다 다녀보았으나
S에게는 만족한 것이 없었으므로 얼마 동안은 다니지도 아니하였다.
행여 무엇이나 입에 맞는 떡이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허실삼아 가보았다.
벌써 구직군들이 빽빽이 모여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였었다.
늙은이, 젊은이, 남자, 여자, 어린애, 노동자 해서 한 50명이나 모였는데
모두들 밥을 한 그릇 주워가지고는 고맙다는 말도 아니할 만큼
얼굴빛이 시들어 보였다.
이윽고 소식의 문이 열리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노동자 모집!
한경북도 금광인데 가는 여비는 이 자리에서라도 대어주고
그곳에 가서는 일의 능률에 따라 1급, 1원 50점부터 3원까지
구직군 속에서는 고요하던 물결이 흔들리며 여러가지 소리가 흘러져왔다.
우리 같은 늙은 것이야 힘이 있어야 하지
금전판으로는 잘못 갔다가 죽는다대
삭은 많이 준다만
여기서 그대로 지게뻘이나 해먹지
아무도 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개원은
없어? 갈 사람 없어? 하고 외쳤다.
이때 없는 기운에 힘을 내어
있어! 하고 나서는 사람이 양복신사 S였었다.
구직군들이나 개원의 동그래진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S는 사무실로 유유히 걸어 들어갔다.
재밌게 들으셨나요?
직장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S
석달째 밀린 하숙비를 달라고 매일 아침이면 독촉하는 노파
방세를 못내는 구구절절한 사연은 이러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할일 없이 집에서 나와 잡지사 M사에서 놀다가 집에 다시 들어갈 수는 없어
잔디밭에 누워 눈먼 돈이 자신에게 굴러들어오는 신나는 공상을 합니다.
저는 S가 돈이 생겼으면 바라는 그 공상하는 장면이 너무 웃겼습니다.
허기진 배를 줄여잡고 얼굴은 초췌한 몰고를 해서는
억만원으로 집을 사고 사회사업을 하겠다는 그의 야심찬 포부를 밝히는 부분은
우습기도 하고 애잔해 보이더군요.
그럼에도 화이트 칼라 블루 칼라라는 직업 선택 앞에서 고민하는 모습은
현재의 우리들 모습과도 많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에 직업 소개서로 들어가면서 얘기가 끝이 나는데요.
과연 그 일을 얻었을까요?
그래서 하숙비도 마련하고 배불리 밥도 먹을 수 있었을까요?
저는요. S가 그 일을 얻어서 곱디 고운 그 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야 화이트 칼라 블루 칼라 하면서 구분했지 속으로는 이미 그런 구분은 버리지 않았을까요?
재미있는 작품이었죠?
여러분도 재미있으셨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채만식의 단편소설 앙타를 읽어드렸습니다.
다음에 재미있고 유익한 작품으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들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뵐 때까지 행복하세요.
끝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