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이별 통보를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너무 매정한 인간! 그렇다면 내가 위로라도 좀...[밀회] 이반 투르게네프 #책읽어주는남자 #오디오북 #책과함께하는하루단잠

책과 함께하는 하루 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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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58 본문낭독
00:27:10 단잠의 아주 주관적인 감상평
00:28:21 클로징 음악 "Countin little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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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쓴 작가 이반 뚜르견에프는 1818년에 출생하고 1883년에 생을 마감한 러시아의 소설가입니다.
그는 1834년 페테르부르크 대학 철학부 언어학과를 입학해서 철학과 언어학 및 역사학을 공부해서 철학박사 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철학박사 하니까 뭔가 좀 무게감 있는 글을 쓸 것 같지 않나요?
왠지 좀 저는 그렇게 보이는데요?
그런 예상은 어느정도 맞긴 한 것 같습니다.
그는 다른 러시아 문학가들 중에서도 가장 정석적인 작가로서 글에는 큰 특색은 없지만 뭘 읽든 늘 평균 이상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입니다.
작품을 낭독하기 전에 러시아인들의 뚜르견에프에 대한 존경심을 알 수 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하고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침략 때문에 화물칸 열차에 빽빽하게 피난민들이 탔는데
그곳에는 독일군의 손에 훼손될까봐 같이 옮겨지던 뚜르견에프의 소파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열차로 옮겨지던 내내 아무도 그 소파에 앉지 않았다고 해요.
이 정도면 그에 대한 러시아 사람들이 존경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겠죠?
아무튼 대단한 작가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작품 낭독을 시작하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해주실 거죠?
잘 부탁드립니다.
밀회 이반 뚜르견에프
10월 중순 어느 날 나는 자작나무 숲속에 앉아있었다.
아침부터 보슬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때때로 따뜻한 햇살이 비치기도 하는 매우 고르지 못한 날씨였다.
열분 흰 구름이 원똥 하늘을 뒤덮다가 군데군데 구름이 흩어지며 맑게 개어 반가운 파란 하늘이 구름 사이로 간간히 비치기도 했다.
나는 나무 그늘에 앉아 주위를 바라보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 산들거리는 나뭇잎 소리만 들어도 계절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즐거운 듯 속삭이는 봄의 웃음소리도 아니고 부드러운 여름의 속삭임도 아니며 불안한 늦가을의 싸늘한 외침도 아니었다.
마치 들릴락 말락 꿈속에서 중얼거리는 소리와 같았다.
산들바람이 살며시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비에 젖은 숲은 구름 속의 태양이 드러나고 숨는 데에 따라 변화무쌍하였다.
숲속의 나무들은 번갈아 미소짓듯이 찬란하게 비치고 드문드문 서있는 가느다란 자작나무가 흰 명주처럼 반짝이기도 했다.
키가 크고 구불구불한 아름다운 양치풀 줄기는 뒤엉킨 채 무르익은 포도알처럼 가을 햇빛에 물들어 눈앞에 투명하게 드러나 보였다.
그러다가 푸른빛을 띄웠던 숲의 선명한 빛깔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하얀 자작나무가 빛을 잃은 채 싸늘하게 비치며 녹지 않은 겨울눈처럼 하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속삭이듯 보슬비가 소리없이 내렸다.
자작나무 잎은 눈에 띄게 빛을 잃었지만 아직은 푸른 편이었다.
여기저기 서있는 어린 자작나무는 비에 씻긴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며 원통 빨갛거나 노랗게 물들어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면 마치 불타오르듯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방은 고요했다. 낯선 사람을 비웃는 듯 때때로 박새의 울음소리가 방울처럼 울려 퍼졌다.
나는 이 자작나무 숲으로 오기 전에 개를 데리고 사시나무 숲을 지나왔다.
나는 사시나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연보랏빛 줄기의 녹회색 금속성을 띈 나뭇잎이 높이 치솟아 흔들리는 부채처럼 너울너울 공중에 펼쳐있는 모습도 싫거니와 그 기다란 줄기에 둥글고 지저분한 나뭇잎들이 멋없이 건들거리는 모습도 싫었다.
그나마 나은 점이 있다면 낮은 관목들 사이에서 우뚝 솟아나와 붉은 석양빛을 듬뿍 받아 뿌리에서 나무순까지 적황색으로 물들며 반짝반짝 빛나는 여름날의 저녁 무렵이라든가 바람 부는 맑은 날에는 하나하나의 나뭇잎들이 요란스레 너울거리며 푸른 하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것은 마치 나무에서 떨어져 멀리 날아가고 싶은 열망처럼 보였다.
어쨌든 나는 이 나무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므로 사시나무숲에서는 걸음을 멈출 생각도 않고 곧장 자작나무숲으로 찾아왔다.
그중 야트막하게 가지를 벌리고 있어 비를 피할 수 있는 어느 자작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은 후 주위의 경치를 감상하다가 사냥꾼만이 맛볼 수 있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꿈 속에 잦아들어 갔던 것이다.
내가 얼마 동안이나 잠을 잤는지 알 수 없었지만 눈을 떴을 때 숲속은 햇빛이 넘쳐 흘렸고 나무들은 즐거운 듯 속삭이며 나뭇잎 사이로 파란 하늘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구름은 기쁨에 날뛰듯 자취를 감추고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공기는 오히려 쌀쌀해서 사람의 마음을 약간 설레게 했다.
그곳은 온종일 굳은 날씨가 계속된 다음 맑게 개인 고요한 저녁을 짐작해 주는 장소인 것이다.
나는 다시 사냥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때 움직이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 느닷없이 눈에 띄었다.
시골 처녀인 그녀는 넥에서 스무 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생각에 잠긴 듯이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무릎 위에 얹고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그녀의 한쪽 손에 안겨있는 두툼한 꽃다발은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조금씩 미끄러져 바둥무늬 치마 밑으로 흘러내렸다.
목과 손목에 단추를 끼운 새하얀 블라우스는 부드러운 주름을 이루어 그녀의 몸을 감쌌고
그 가슴에는 금빛 목걸이가 두 줄로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다.
숱이 많은 아름다운 은색 머리는 단정히 빗어넘겨 상하처럼 하얀 이마뒤로 깊숙이 동여면 빨간 머리띠 밑에 양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녀의 피부는 매우 얇아서 황금빛으로 그을려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지 않았으므로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가늘고 아름다운 눈썹과 기다란 속눈썹만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속눈썹은 젖어 있었다.
한쪽 볼에서 한 줄기 눈물이 파르스름한 입술까지 흘러내려 햇볕에 반짝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얼굴은 어느 쪽으로 보나 아름다웠다.
약간 크고 둥그스름한 턱까지도 거슬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의 마음을 끈 것은 무엇보다도 그녀의 얼굴 표정이었다.
몹시 서글퍼 보였지만 조금도 구김살이 없었으며 거기에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천진난만한 슬픔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투명하게 보이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겁에 질린 사슴처럼 수정같은 맑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커다란 눈을 두리번거리며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고 귀를 기울이다가 한숨을 지우며 고개를 돌리곤 했다.
그녀는 조금 전보다 더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꽃을 메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눈꺼풀은 바르르 떨리고 입술은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의 속눈썹 아래로 흘러내리던 눈물방울은 볼에 머지며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이럭저럭 꽤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그녀는 꼼짝도 않고 앉아서 가끔 괴로운 듯이 손을 움직일 뿐 여전히 주위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또다시 숲속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자 처녀는 안절부절했다.
바스락 소리가 이어지더니 뚜렷하고 믿음직스러운 발걸음 소리로 변했다.
그녀는 몸을 꼿꼿이 세우며 긴장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조심스러운 눈초리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숲속에서 한 사내의 모습이 얼음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뚫어질 듯이 그를 바라보더니 얼굴을 붉히며 즐겁고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다가 몸을 일으키려다 말고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당황한 듯이 새파랗게 질리는 것이었다.
사내가 그녀 곁에 다가와 걸음을 멈췄을 때에야 그녀는 비로소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나는 나무 밑에 앉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는 어느 모로 보나 부유한 지주댁의 젊은 바람둥이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온매무새는 몹시 화려하고 한껏 멋을 부렸다.
필경 주인에게서 얻었을 짧은 외투를 입고 단추를 단정히 끼웠으며
끝이 보라색으로 물든 장밋빛 넥타이에 금태가 달린 검정 비루오드 모자를 눈썹 밑까지 내려쓰고 있었다.
러시아 남성용 블라우스인 하얀 루바슈카는 두 귀를 받쳐주면서 볼 밑으로 깊숙이 파고들었으며
풀이 빳빳한 소매는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손목을 뒤덮고 있었지만
그 손가락에는 물망초 모양의 터키석 반지를 여러 개 끼고 있었다.
벌겁고 탱탱하여 뻔뻔스러워 보이는 그의 얼굴은 사내들의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여인들에게는 호감을 주는 얼굴이었다.
그는 의젓하게 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
원래 자그마한 잿빛 눈을 더 가늘게 뜨면서 찌푸리기도 하고 입술을 실룩거리며 하품을 하기도 했다.
그는 탐탁지 않다는 듯이 거드름을 피우며 멋지게 구부러진 붉은 관자놀이터를 매만지기도 하고
투툼한 윗입술 위의 노란 코수염을 잡아당기기도 하는 등
한마디로 말해서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거드름을 부리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시골 아가씨를 보자 이 아가씨 과장된 몸짓으로
두 손을 외투 주머니에 찌르고서 무심하게 처녀를 바라보더니 옆에 앉았다.
그는 딴전을 피우며 한쪽 다리를 흔들거리고 하품을 하면서 말을 냈다.
그녀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그녀는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모자를 벗고 눈썹 곁에서 자라기 시작한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나서
거만하게 주위를 둘러본 후 다시 모자를 써서 머리를 감추어버렸다.
나는 깜빡 잊었었어. 게다가 비가 그렇게 쏟아지니 그는 다시 하품을 했다.
이릿 해상같이 밀려 잣짓하면 잔소리를 듣게 돼.
그건 그렇고 우린 내일 떠나게 되었어.
내일이라뇨? 처녀는 이렇게 말하며 놀란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몸을 떨며 말없이 고개 숙이는 것을 보자.
그는 불쾌한 어조로 다급하게 말했다.
사내는 이렇게 말하며 뭉툭한 콧등에 주름을 모았다.
네, 울지 않겠어요. 아쿨리나는 꿀꺽꿀꺽 울음을 삼키며 재빨리 말했다.
정말 내일 떠나시는 거예요? 그녀는 잠시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젠 언제나 만나게 될까요? 빅토르 알렉산드리치.
만나게 될 거야. 내년 아니면 그 후에라도.
주위는 페테르부르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
그는 약간 코맨 소리로 무뚝뚝하게 말을 계속했다.
어쩌면 외국에 갈지도 몰라. 당신은 저를 잊어버릴 테지요?
아쿨리나는 서글픈 표정으로 말했다.
잊어버리다니? 난 잊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너도 좀 철이 들어서 바보 짓은 하지 말아야지.
아버지 말씀도 잘 듣고. 어쨌든 난 너를 잊지 않을 거야.
잊지 않고 말고.
그는 이렇게 말하며 허리를 펴고 다시 하품을 했다.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 빅토르 알렉산드리치.
그녀는 애원하는 어조로 말을 계속했다.
저는 어쩌다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세상에 모든 것이 당신을 위해서만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은 아버지 말씀을 들으라고 하지만 제가 어떻게 아버지 말씀을 들을 수가 있겠어요?
아니, 왜?
그는 팔베개를 하고 누워 뱃속을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이유는 당신도 잘 아시잖아요?
아쿨리나, 나도 네가 그렇게 바보는 아닌 줄 아는데.
사네는 말을 이었다.
그런 바보 같은 소리는 하지도 마.
난 너를 위해 그러는 거야.
너도 아주 시골 촌뜨기는 아니잖아.
내 어머니도 농사꾼만은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넌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 남이 가르쳐주면 그 말을 잘 들어야 해.
어쨌든 무서운걸요?
글쎄, 실없는 소리 마.
대체 무엇이 무섭단 말이야?
그런데 그건 뭐지?
처녀 곁으로 다가가며 그가 말했다.
꽃인가?
네, 꽃이에요.
아쿨리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들에서 모과 잎을 따왔어요.
그녀는 약간 생기있게 말했다.
이것은 송아지에게 먹이면 좋아요.
그리고 이것은 금잔화예요.
습진에 잘 듣는데요.
자, 보세요.
얼마나 예쁜 꽃이에요.
이것은 물망초고요.
이것은 향기나는 오랑캐꽃.
또 이것은 당신 드리려고 꺾은 거예요.
드릴까요?
그녀는 노란 모과잎 밑에서
가는 풀로 묶은 파란 들국화 따발을 꺼내면서 말했다.
빅토르는 천천히 손을 뻗어
이것저것 냄새를 맡은 다음
생각에 잠긴 듯한 거만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꽃다발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아쿨리나는 사내를 물끄럼이 바라보았다.
그녀의 슬픈 눈길 속에는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신처럼 숭배하고 복종하겠다는
개하륵한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작별해야 할 사내를 두려워하면서도
슬금슬금 바라보았다.
그러나 사내는 술탄처럼 거드름을 피우며
드러누워서는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길을 외면한 채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그 붉어죽죽한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는 사람을 멸시하는 듯한 위장된 무표정 속에
자기 만족의 자만심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정렬에 불타는 표정은
자신의 애절한 사랑을 숨김없이 호소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내는 꽃다발을 풀 위에 던져놓고
외투주머니에서 청동태를 두른 둥근 유리알을 꺼내어
한쪽 눈에 끼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눈썹을 찌푸리고
볼과 코까지 움직여가며 끼우려고 애썼지만
안경은 자꾸 빠져나와 손바닥에 떨어지는 것이었다.
아쿠리나가 놀라워하며 입을 열었다.
빅토로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아쿠리나에게 안경을 건네였다.
아쿠리나는 조심스레 안경을 눈으로 가져갔다.
그녀는 천진하게 말했다.
마치 학생을 가르치는 스승과 같은 어투로 그는 말했다.
아쿠리나는 안경을 대고 있는 눈을 가늘게 떴다.
빅토로는 이렇게 외치면서
아쿠리나가 미처 안경을 고쳐주기도 전에 빼앗아버렸다.
아쿠리나는 얼굴을 붉히며 수줍은 미소를 띈 채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아쿠리나가 말했다.
가엾은 아가씨는 입을 다물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물었다.
빅토로는 옷자락으로 안경을 닦은 후
다시 외투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마침내 사네는 입을 열었다.
빅토로는 안 됐다는 듯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넌 정말 착한 아가씨야.
그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너도 잘 생각해봐.
주인 날이나 나나 여기 그대로 남아있을 순 없어.
너도 알다시피 이제 곧 겨울이 될 거야.
시골의 겨울이란 정말 견딜 수 없거든.
그렇지만 페테르부르크는 달라.
그곳에 가면 모두 신기한 것뿐이지.
아마 너 같은 시골뜨기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거야.
근사한 집이며 멋있는 거리.
교양 있는 상류사회 사람들 정말 눈이 돌 지경이거든.
아쿨리나는 어린애처럼 입을 벌린 채
그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었다.
빅토로는 풀밭에서 몸을 뒤척이며 말을 계속했다.
네게 이런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 텐데 말이야.
저도 알아요. 알아들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아쿨리나는 눈을 내리떴다.
예전 같으면 당신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으실 텐데.
빅토로 알레산드리치.
그녀는 눈을 내리깐 채 계속 말했다.
예전이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예전이라니?
빅토로는 성난 말투로 말했다.
그들은 잠시 말이 없었다.
이젠 그만 가봐야겠어.
빅토로는 일어서려고 팔꿈치를 세웠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아쿨리나는 애원하듯이 말했다.
뭘 기다려? 작별 인사도 끝났는데.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아쿨리나는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빅토로는 다시 벌렁 들어누워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아쿨리나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가 점점 흥분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입술은 바르륵 경련을 일으키고
팔이 한 두 볼은 통조를 띄었다.
빅토르 알레산드리치.
그녀는 분명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당신은 너무해요. 정말 너무해.
뭐가 너무해?
사내는 미간을 찌푸리고 이렇게 말한 다음
약간 몸을 이렇게 세워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너무해요. 빅토르 알레산드리치.
떠나는 마당에 단 한 마디라도
좀 따뜻한 말을 해주시면 안 되나요?
단 한 마디라도. 의지할 데 없는 가엾은 저에게.
아니, 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
몰라요. 그런 건 당신이 더 잘 아실 텐데요.
떠나는 마당에 한 마디쯤.
내가 왜 이런 말을 해야 한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군.
날들은 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
단 한 마디라도 좋으니.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벌떡 일어섰다.
화낼 건 없잖아요. 빅토르 알레산드리치.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
화난 건 아니야.
내가 바보 같은 소리만 하니까.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야?
그렇다고 너하고 결혼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그런데 날들은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는 얼굴을 들이대고 손가락질하며 그녀를 윽박질렀다.
전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그녀는 떨리는 두 손을 빅토르에게 내밀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저 작별하는 마당에 한 마디만이라도.
아쿨리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비오듯했다.
또 우는군.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면서 말했다.
이곳에 남을 제 심정을 헤아려 보세요.
저는 어떻게 하죠?
네? 마음에도 없는 사람에게 시집을 가야 하나요?
아, 난 왜 이렇게 불행하죠?
쓸데없는 소리만 하는군.
빅토르는 걸음을 옮기며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단 한마디, 한마디쯤은 말해줄 수 있을 텐데.
그녀는 서럼이 북받쳐 올라 말을 맺지 못했다.
그녀는 풀밭에 얼굴을 파묻고 애절하게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물결치듯 온몸을 들먹거렸다.
오랫동안 참고 참아온 슬픔이 드디어 폭포처럼 터지고 만 것이다.
빅토르는 잠깐 아쿨리나를 내려다보았으나
어깨를 으쓱하고는 곧 돌아서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잠시 후에 아쿨리나는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더니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그를 뒤따르려고 했지만 다리가 휘청거려 넘어지고 말았다.
나는 보다 못해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는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았는지
벌떡 일어나 가냘픈 비명을 지르며 나무 뒤로 황금피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풀밭 위에는 꽃잎들이 쓸쓸히 흩어져 있었다.
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이윽고 그 꽃다발을 주워들고 숲을 지나 볼판으로 나왔다.
푸른 하늘에 나직히 걸려있는 태양의 햇빛마저 파리하고 싸늘한 느낌이 감돌았다.
태양은 이제 빛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푸른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것 같았다.
해가 지려면 약 반 시간 가량밖에 남지 않았지만
저녁노는 서쪽 하늘을 천천히 물들이고 있었다.
거센 바람이 추수를 끝낸 누런 밭두렁을 거쳐 정면으로 휘몰아쳤다.
그 바람에 조그마한 가랑립 하나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내 곁을 지나 큰 길을 건너 숲을 따라 날아갔다.
들판에 병풍처럼 우거진 숲은 수선스럽게 흔들리면서
저녁노를 받아 반짝이며 물결치고 있었다.
나는 서글픈 생각이 들어 걸음을 멈추었다.
시들어가는 대자연의 슬픈 미소 속에는
우울한 겨울의 두려움이 스며들고 있는 것 같았다.
겁많은 까마귀 한 마리가 요란스럽게 날개짓을 하면서 머리위로 날아올라갔다.
까마귀는 고개를 돌려 나를 힐끗 바라보더니
날색의 하늘 높이 솟아올라 까악 까악 우지지며 숲속으로 사라졌다.
정미소에 수많은 비둘기떼들이 날아와서는
낮게 무리지어 맴돌다가 들판으로 산산히 흩어졌다.
이제는 가을빛이 완연했다.
빈 달구지를 끌고 언덕을 지나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가련한 아쿨리나의 모습은 좀처럼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의 들국화 꽃다발은 이미 오래전에 말랐지만
나는 그 꽃다발을 아직까지 고의 간직하고 있다.
재미있게 감상하셨나요?
이야기가 제법 짧지만 짧은 이야기만으로도
숲속에서의 애달픈 한 장면을 그러내는 데에는 충분해 보입니다.
서두의 제가 빅토르에 대해 묘사하면서
참 얄밉게도 생겼다 했죠?
역시 관상은 과학이라는 말이 딱 맞지 않나요?
얄밉게도 생긴 것 같더니 하는 짓도 얄밉네요.
아, 아쿨리나가 불쌍해서 어쩌죠?
제발 부탁하건데
아쿨리나는 좋은 사람 만나서
뺀질이 빅토르가 아쿨리나 놓친 걸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죠?
재미있으셨나요?
즐거운 시간이셨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이반 뚜루겐에프의 밀회를 읽어드렸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시간에 또 재미있는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안녕.
끝까지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영상에서 만나요.
안녕.
끝까지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영상에서 만나요.
안녕.
끝까지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영상에서 만나요.
안녕.
끝까지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영상에서 만나요.
끝까지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영상에서 만나요.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