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뱃 속의 아이는 어찌하라구요' 못된 서방님과 오월이의 잘못된 만남! [생명] 채만식 #책읽어주는남자 #오디오북 #책과함께하는하루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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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채만식의 생명이라는 작품입니다.
채만식은 일제의 수탈로 인해 조선 민중이 겪었던 쓰라린 삶을 잘 묘사한 소설가이며 극작가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1924년 조선문단에 세길로라는 작품을 발표해 등단한 후 장편 탕류, 태평천화, 치숙, 쑥국세 등을 썼습니다.
해악과 패러디 유머를 통한 풍자소설을 주로 썼고 1945년 인피로 낙향했다가 1950년 익산에서 폐결액으로 생을 마쳤습니다.
오늘 읽어드릴 소설 생명은 1937년 백광지에 실린 작품인데요.
결혼을 하는 아씨의 몸종으로 따라간 오월이라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몸종으로 따라갔던 때의 오월이의 나이는 겨우 12살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오월이가 겪은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12살 때 아씨를 따라갔던 오월이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몸종으로 따라간 오월이의 삶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제 채만식의 단편소설 생명 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서방님은 이부자리 속에서 잠깐 부스럭하더니 이내 아무 귀척도 않고 죽은 듯이 누워있다.
방안은 바스락 소리도 없이 조용하다.
밤이 아직 깊지 않건만 집안은 교교하다.
다만 멀리 텃놀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가 새삼스럽게 아득히 들린다.
오월이는 입술까지 나와서 뱅뱅 도는 말을 도로 삼킨다.
그래도 송구스러워 말이 와락 나와지지를 않던 것이다.
만일 밝은 대낮이라든지 또 불을 켰다든지 해서 사방이 환하고 얼굴이 마주 보이고 한다면
오월이도 누이 앞이라고 조심스러운 상전한테 입을 벌려 말을 할 그런 생심이야 언감이 먹지도 못했을 것이다.
미상불 그새 여러 날을 두고 조용히 만날 틈이 있으면 말을 해야 하겠다.
알려드려야 하겠다고 걱정을 했지만 딱 잡아 그리하리라고 결심은 하지 못했었다.
그리하던 차에 오늘 밤에 마침 또 나왔다가 이렇게 물러앉으면서 문득 생각하니
어두운 것이 졸지의 기운을 돋구어주는 성 싶어 그래 다부진 마음을 먹어본 것이다.
서방님 오월이는 마침내 쥐어짜듯 가느다랗게 소리를 낸다.
그러면서 손은 무심결에 도도히 불러오른 배를 만진다.
포태한지 이미 넉 달 넉 달이나 된 깐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은 편이나
그래도 손으로 만져보면 옷 위로 망정 완구이 부른 것을 알 수가 있다.
왜 냉큼 들어가 버리지 못하고 저 년이 멀리 들릴까 봐서 숨죽인 목소리지만 무섭게 거세웠다.
오월이는 그만 무참해서 몸을 움칠 하고 황망히 뒷문으로 나가버린다.
서방님은 성냥을 더듬어 확 그어 석유좌 등에 불을 켜면서 뒷문으로 나가는 오월이의 치마 꼬리를 힐끔 돌아다 보다가
이마살을 찡그리면서 캭 하고 노타기에 마른 침을 뱉는다.
서방님은 그새 반년이나 두고 십여 차례나 이 오월이를 품짜리 속에 끌어들였지만 그런 족족 한 번도 이뻐한 법은 없었다.
이뻐하기는커녕 그러고 나서는 구역질이 나게 불쾌해했다.
서방님은 아시와 공방이 들었었다.
그는 열여섯에 장가를 들었는데 아시는 네살 맞이인 스무살이었고 오월이는 그때 열두살에 아시의 몸종으로 따라왔었다.
처음 서방님과 아시는 금실이 퍽 좋았었다.
혼이 난 지 4년 되던 해 딴살림을 나앉았다.
그해 늦은 가을에 아시는 외목불아리 대롱대롱하는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그때부터 서방님은 드는 칼로 벤듯이 싹 돌아앉아버렸다.
지금 그 아기가 거진 새돌을 바라보게 되었어도 서방님은 공방이 풀리기는커녕 점점 더해서 요새는 밥상까지 사랑으로 내어오려다가 먹고 난다.
아시며 큰댁에서는 금실 좋던 끝에 옥동자를 낳은 기쁨이나 막내 손자를 본 경사로운 생각은 잠시후 근심에 쌓여
공방풀이하기에 겨를이 없었다.
영하다는 부당이며 점장이며 명두며는 다 찾아다니고 불러오고 해서 하라는 대로는 죄다 해보았다.
그래도 공방은 풀리지 아니하고 점점 더해갔다.
서방님은 아시가 애기를 뵌 때부터 보기 싫은 생각이 나기 시작했었다.
더구나 만삭이 되어 북통같이 큰 배를 보고는 몸서리를 쳤다.
아시는 얼굴도 밉게는 생겼었다.
말처럼 기다란 얼굴이 바탕은 푸르족족한게 표독스럽고 입술은 상스럽게 두꺼웠다.
이러한 얼굴이 임신을 해서 만삭이 되자 마구 뒤틀리고 부숭부숭한게 보기에도 차마 숭했다.
서방님도 그때의 어찌하다가 아시와 마주치면 얼굴을 돌렸다.
그 뒤 해산을 하고 나서 배는 없어졌어도 머리가 쏙 빠져 가뜩이나 산후에 추한 얼굴은 더욱 꼴숭없게 해놓았다.
1년이 지나고 이태가 지나 아시의 본얼굴은 회복되었어도 서방님의 돌아앉은 마음은 되돌아앉지 않았다.
본얼굴이라는 것이 우원이 별수 없는 그 얼굴이지만 서방님은 나이 이제는 스물한 살이다.
16살에 갓 장가를 들어 멋이라는 것은 모르고 아내를 한편 동무처럼 여겨 미출을 분간 안하고 대할 나이는 지나갔다.
그러니 공방풀이를 한다고 아무리 무당이며 경장일을 시켜 귀신으로 하여금 그 마음을 돌리게 하잔들 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서방님은 팔팔하게 젊다.
그런데다가 어려서 이성을 알았다.
또 부모의 덕택으로 용과 삼을 많이 먹었다.
정력이 전신에 차고 넘쳤다.
그러나 아직 외입을 하러 나갈 담보는 생기지 않았다.
돈도 어느 만큼까지는 마음대로 쓸 수가 있고 보통 학교를 2-3년이나마 다니느라고 머리도 깎기는 했고
또 마을에서 매일 다니는 자동차로 50리만 나가면 기생이며 무어묘가 있는 대처가 있다.
그렇게 멀리 나가지 않아도 마을의 술장수 옆엔데가 시글시글하다.
그러나 자라기를 단순히 자랐기 때문에 그는 이 다음에는 몰라도 아직은 그런 곳으로 발을 두를 단복 없다.
덜어 그리 해볼까 생각해 본 적도 있었으나 겁이 나고 무서워서 주저앉아버리곤 했다.
그래서 5월이가 액구지 그 밥이 된 것이다.
작년 겨울이었었다.
서방님이 사랑채에서 기침을 콜록콜록 하는 것을 아시는 행여 자기의 정성을 알아줄까 하고 알심을 부리느라고
부랴부랴 식혜를 다려서 일부러 이슥한 뒤에 5월이를 시켜 사랑으로 내어 보냈다.
서방님은 깊어가는 겨울밤에 잠을 잃어버리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던 판이다.
그는 들어오는 5월이를 힐끔 보았다.
그는 아시만 못지않게 추물로 생긴 5월이를 그새까지는 한 번도 눈 거듭 떠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사람이 들어오는 인기척에 그렇게 힐끔 한 번 보았으면 그만이었을 텐데 다시 한 번 짜짜시 바라보던 것이다.
5월이가 식혜 그릇을 들고 바깥 옆으로 와서 놓는 것을 서방님은 손목을 잡아 끌었다.
5월이는 처음은 놀랐고 다음은 바르르 떨었다.
그러나 털억 하나만한 힘으로도 한 거는 안 했다.
서방님은 석유주화 등의 불을 입으로 훅 불어 껐다.
5월이는 영혼 모를 순간을 겪었다.
서방님은 5월이를 내보내고 나서 아직도 퀘퀘하고 쩝쩝한 냄새가 이부자리에 밴 것이 비위가 역해 연신 침을 뱉었다.
그 뒤로도 영 아쉰 때면 5월이가 사랑방에 나온 틈에 잡아 끌었다.
도무지 말 한마디 하는 법 없었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거듭해 갈수록 그는 불쾌한 생각에 다시는 그리 하지 않으려니 하고 퉤퉤 침을 뱉으면서 마음을 도살해 먹었다.
그러나 그새 반년이나 두고 십여 차례나 그 짓을 해왔다.
5월이는 처음에는 놀랐으나 차차 길이 들기 시작하면서는 도리어 속이 느긋해졌다.
그는 해맑고 선비다운 서방님을 낮으로나마 불 안 껐을 때의 넌지시 보느라면 솔깃하게 정다웠다.
그는 그렇게 정다운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는 서방님이 처음부터 이내 말 한마디 안 해주고 냉랭한 것이 섭섭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포퇴한 줄을 알고 그는 우선 아씨가 알까 봐서 겁이 났다.
그러나 일변 또 자랑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 밤에는 그 말을 하려고 가까스로 입을 벌렸다가 그만 냉갈령을 맞고 쫓겨나온 것이다.
아씨는 처음 두어 달 동안은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다.
5월이가 저녁상을 내 가든지 또 밤에 심부름을 나가서 오래 있다가 들어오는 때 무심코 물어보면
다리를 쳤다고 혹은 자리를 보았다고 그 밖의 그럴듯이 핑계되는 것을 그대로 꼬지들어 봤었다.
그러다가 요 한 달 지간 5월이의 몸이 이상해진 것을 보고 자기의 포퇴해 본 경험으로 어려운 푸식 기술을 채게 되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각별히 5월이의 태도를 여살펴 보았다.
보니 미상불 수상한 것만 드러났다.
아씨는 마침내 오늘 아침에 약을 다려 짜가지고 사랑으로 나가는 5월이의 뒤를 밟아 중문 뒤에서 엿을 들었다.
5월이가 사랑방 뒷문으로 들어가자 방에서 불이 꺼질 때 아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래도 그새까지는 의심은 하면서도 그게 아니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졌었는데
급기야 의심이 정말이 되고 마는 순간 그는 부르르 치가 떨렸다.
그는 와락 사랑방 뒷문 쪽으로 몸이 쏠려 나가는 것을 겨우겨우 억눌렀다.
아내는 남편이 어떠한 일을 하든지 그와 마주쳐서 더욱이 사랑에 뛰어나가서 야려를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배우기도 했거니와
그는 남편이 그럴수록 거슬려서는 이롭지 못하는 침착한 타산을 할 수 있는 여인이었다.
그는 차마 견디기 어려운 것을 일부러 견디면서 기다렸다.
이었고 문이 다시 환해지면서 이어 열리는 문으로 오월이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이때 어둠 속에서 오월이를 노리는 아씨의 얼굴을 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장정이라도 기색이 되었을 것이다.
아씨는 오월이를 지나쳐놓고 훨씬 있다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러한 경우에 몸종을 어떻게 다스린다는 것은 시집 오기 전 친정에서 그의 어머니가 또는 월아비되게 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그는 성냥과 손칼을 참겨 가지고 집 후원으로 가서 무광나무 가지를 여나무 개나 골라 끊었다.
침척으로 잡한 기럭지만큼씩 한 무광나무 가지는 본시 회초리로 많이 쓰이기도 하지만 마침 물이 올라 회창회창한 게 감칠맛이 있다.
아가씨는 회초리를 방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찬찬하게 둘씩 둘씩 잡아 꼬아가지고 양끝은 풀리지 않게 붉은 실로 창창 동여맨다.
그냥 미끈한 것도 아니오 군데군데 오돌토돌한 혹이 도쳐가지고 두 개씩 마죽 꼬인 게 매를 맞아본 사람이면 보기만 해도 떨릴만하다.
아씨는 마죽 꼰놈 다섯 개를 장만해서 옆에다 딱 놓는다.
그러고는 방 안을 한 번 퀵 둘러본다.
방 안에는 자기 혼자뿐이다.
아기는 벌써 침몰을 시켜 건너방으로 자는 놈을 안아다가 누이게 했었다.
아씨는 그저 천연스럽게 건너방으로 대고 부른다.
네, 오월이의 역시 천연스러운 대답 소리에 뒤이어 문소리가 들린다.
오월이는 아까 사랑해서 그렇게 무렴을 당하고 쫓겨들여서 이 생각 저 생각에 그다지 영리하지 못한 머리로 막막한 공리를 하고 있던 참이다.
말을 좀 해보려고 하는 것을 서방님이 그렇게 마구 머스려버리니 이 다음에도 다시 더 입을 벌릴 기운은 나지 않는다.
그러니 염치 없는 배는 더럭더럭 불러올 테고 그래서 자연 아씨가 먼저 알고 말게 될 테니 그 일을 어째하나.
서방님이 미리 알아서 어디로 보내주든지 무슨 조처를 취해주었으면 그 위에 덮을 일이 없으련만 그것은 이제 영영 바랄 수 없는 것.
그렇고 보면 아씨뿐인데 차라리 아씨한테 다 고해받치고 말까.
아무래도 꾸질함과 매는 타둔 것이니 미리서 그래버릴까.
아씨는 역정도 내고 매질도 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말이 종이요 상전이지.
말하자면 동기간 진비 없는 사이니까 숭어물이 적어서 혹은 지금 걱정하는 대로 그렇게 어려운 고패는 없게 해주실 인지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차마 어떻게 아씨 앞에서 입을 벌려 말을 하나.
더욱이 아씨는 전과도 달라 시방은 그런 애군을 겪고 계시는데
이렇게 목마른 생각을 하면서 무심코 옆에 누인 채 색색 숨소리 곱게 자고 있는 어린아기를 구버다 보느라니 손은 저절로 배가 만져지고 빙글에 입술이 벌어지던 것이다.
그러자 아씨의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들어 총총히 마루를 지나 안방으로 건너왔다.
안방으로 들어서서 처음에는 몰랐다가 아랫목 가까이서 그는 아씨 옆에 놓인 매를 보고 주춤했다.
웬일일까? 알았나? 그는 더러 의심이 났다.
건문 다 닫고 안으로 고리 걸어 잠거라. 다! 나직하고 심상한 듯 하면서도 아씨의 말소리는 엄하고 안색도 결코 평온하지는 않았다.
오월이는 떨리는 다리를 끌고 다니면서 건문을 일일이 닫아 문고리를 안으로 걸었다.
오월이가 문을 다 걸어 잠그고 문목에 가 넌짓이 서 있는 것을 아씨는
여기 와서 앉아라! 하면서 회초리 하나를 집어 자기 앞에 똑똑 두드린다.
오월이는 가리키는 자리에 가서 한 다리를 꿇고 한 다리를 무릎 세워 쪼글트리고 앉는다.
바른대로 말해라! 아씨는 팽팽한 눈살로 속옷한 오월이의 앞니마를 노려본다.
오월이는 귀가 칵 찔렸다. 만일 아씨가 매를 보이지 않고
그러고 좀 더 보드라운 목소리로 물었다면 그는 서슴치 않고 활활 불었을 것이다.
하기야 순순히 실토를 했댔자 아씨의 심정이 그대로 사그라질 리는 없는 것이고
차라리 그러한 또렷한 자백이 도리어 아씨의 노염을 더 돋구기는 했을 것이지만
잠긴 목에서 마른 침 넘어가는 소리만 꼴깍하고 오월이는 말이 없다.
휙! 짧게! 그러나 쟁그랗게 회초리 두르는 소리와 함께
매는 오월이의 볼을 귀까지 열러 찰싹하고 모질게 패어든다.
요년! 아이쿠! 두 입에서 한꺼번에 나오는 두 소리다.
하나는 얼핏 다시 매를 겨누고 하나는 볼을 우디러 올라가던 손이 바르르 떨고 만다.
여인의 모질게 먹은 마음은 매끝에 가 사무쳐 오월이의 볼때기는 단번에 손가락같이 물큰 불켜오르고
검붉은 피가 주르르 흐른다. 일찍이 인류는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을 요대도록 모질게 미워함을 겪은 적이 드물 것이다.
아시는 만일 집정관이었다면 그는 오월이를 단두대로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희광이, 즉 단두이는 직업적으로 오월이의 목을 자를 뿐일 것이요.
아시도 원수를 이처럼 오밀조밀하게 미워하는 쾌미를 맛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바르르 떠는 오월이의 손을 겨누어 갈기는 매는 헛나가서 다시 볼을 파헤친다.
오월이가 앞으로 푹 엎드려질 때에 아시는 일어서면서 왼손으로 오월이의 머리채를 감아주고 잡아챈다.
아씨! 요 년! 무슨 말을 하려고 부르는 것을 가로막고 매는 또 얼굴을 내려 갈긴다.
아이고! 오월이는 뼛속에서 우러나는 비명을 길게 빼어 우짖는다.
아씨! 살려주세요! 이 소리가 어디서?
매는 사뭇 쏟아진다.
아씨! 아씨! 다 사로여! 다 사로여!
이제? 요 년! 소리도 한결 높고 매도 더 힘을 주어 내리 갈기면서 아씨는 뇌인다.
이제 겨우? 요 년! 내 입으로 불 잦는다고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이 년! 아씨는 오월이가 말로라도 끝까지 아니라고 버티었으면 그래도 조그만치는 마음이 편할 텐데.
바른대로 토한다는 데는 더욱 분이 치올랐다.
필경 회초리가 다 못 쓰게 되자 아씨는 손을 잠깐 멈추고 이번에는 두 개를 한 대 준다.
이 년! 옷 다 벗어라! 아씨! 살려주세요! 아씨! 아이고! 아씨!
창자가 녹아서 우러나오는 울음소리다.
위아래를 활씬 벗고 엎드려 매가 아직 내리기 전에 있고 찰나에 재웅은 떨며 애원하는 것이다.
수없이 내리쳐 살을 으끄리고 피를 터뜨리되 털억 하나의 빈자리도 피할 길이 없이 된 매서운 매 밑에 엎드린 그 순간은
지옥의 영검의 고통보다도 차라리 더 클 것이다.
매는 마침내 쏟아져 내린다. 아씨는 이제는 넋두리도 없이 위아래를 악물고 내리치기만 한다.
휙! 휙! 하는 맷소리 아씨의 가쁜 숨소리 그리고 오월이의 얕은 신음소리
이 속에서 오월이의 온 몸뚱이는 회치듯 바수워진다.
등어리, 엉덩이, 팔, 다리, 젖가슴 그리고 유독 배 모두 굵은 지렁이처럼 툭툭 불켜 올라서는 터진 자리로 피가 솟아오른다.
맞는 오월이도 정신이 없거니와 때리는 아씨도 정신이 없이 때린다.
그는 더욱이나 발가벗은 오월이의 몸뚱이에서 그 위에 덮친 남편의 몸뚱이의 환영을 보면서 독기찬 힘을 주어 때린다.
무강나무 매가 다 피고 부러지자 두껍지 위에 얹힌 화류 침척을 내려들고 때린다.
화류 침척이 웬만해서 부러지자 아씨는 달려들어 물어뜯고 꼬집고 머리채를 잡아 내박지른다.
마침내 오월이는 개거품을 뿜고 기절이 되어 털쳐졌다.
피투성이가 된 큰 알몸뚱이는 그들목하게 방 가운데 내던져진 채 꼼틀하지도 않는다.
오월이의 뱃속에 자리잡고 앉은 미미한 한 개의 생명은
어미의 두드룩한 살로다가 무서운 매를 방패삼아 모락모락 자랐다.
아씨는 결코 오월이를 남편에게서 빼앗아 어디로 치우려 하지 않고서 그대로 두어두고는 질투와 분노를 매질로써 오월이의 살더미에다가 풀곤했다.
서방님은 아씨가 아무리 매질을 해도 도무지 모른 채하고 참견을 하지 않았다.
그 뒤에도 세 번이나 오월이를 품자리에 끌어들였지만 여전히 어둠 속에서 말이 없이 자기 할 일만 하고 말곤 했다.
그럭저럭 여덟 달이 지나고 아홉 달이 거진 되어오는 달이 되었다.
오월이의 배는 이제는 주체할 수 없이 불렀다.
그는 아씨의 무서운 매와 구박을 받으면서 아씨가 그러면 그럴수록 깊이 깊이 뱃속의 생명에 커다란 애착을 느꼈다.
그는 매를 맞을 때에도 배만은 두 팔로 안고 돌면서 안 다치려고 애를 썼다.
그리하다가 마침내 아홉 달이 넘어서 산삭을 한 달쯤 앞두게 되자 그는 더욱 조심과 위협을 느꼈다.
매가 무서운 바는 아니나 만일 그 몸을 해가지고 한 번만 더 매를 맞으면 뱃속의 생명은 성취 못할 것을 경험이 없더라도 어머니의 본능으로 예감이 되던 것이다.
오월이는 마침내 마음을 굳게 도사려 밤들기를 타서 사랑으로 나갔다.
서방님은 커다랗게 숭어온 배를 안고 들어오는 오월이를 미심쩍게 거들떠보더니
왜? 하고 이마살을 찌푸린다.
오월이는 지금 새삼스럽게 받는 냉대는 아니지만 오늘 밤이야 말고 그것이 뼈에 사무치게 고깝고 안타까워
그 자리에 푹 엎드려서 가추가추 울며 넋두리라도 하고 싶은 것을 끄읕 참았다.
또 매를 맞다가는 뱃속의 것이 성하지 못하겠어요.
오월이는 겨우 이마를 하고는 주먹으로 눈물을 씻는다.
서방님은 눈을 흘기듯이 뻔하고 바라보더니
내일 버튼 큰 댁에 가서 있으렴 내가 노마나님께 여주어줄테니 하고는 할 말 다 했다는 듯이 쾍 돌아 누워버린다.
오월이는 그것만도 다행해서 물러나왔다.
안중문에는 아씨가 엿을 듣고 있다가 그대로 말없이 오월이의 머리채를 끌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씨는 단지 이 말 한마디만 하고 두껍집에서 새로 개비한 침척을 꺼내내려 매질을 시작한다.
딱 딱 소리가 너무 요란하니까 아씨는 침척을 내던지고 달려들어서 물어 뜯고 꼬집어 뜯고 무릎으로 재 끼고 한다.
그러면서도 유난스럽게 주먹으로 옆구리며 배를 퍽퍽 지른다.
오월이는 배를 부둥키고 구불트리고 앉아서 한참 맞는데 갑자기 진통이 일어났다.
그는 무심결에 빠이고 배야 소리를 질렀다.
그는 맨 처음 번 말고는 인에 맞으면서 아프다고 소리를 내거나 잘못했다고 빌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혀를 깨물면서 소리 없이 맞는 걸로 형용없는 안가품을 해왔었다.
아씨에게 대한 존경 대신 그만큼 그는 적의를 품었던 것이다.
오늘도 그렇게 소리 없이 맞고 있었다.
그러다가 배가 아프자 그는 놀란결에 소리를 지르고 만 것이다.
아씨는 오월이가 숨을 쓰는 줄 알고서 그대로 물고 뜯고 하다가 필경 기절에 넘어져 입으로 개거품이 피어나는 것을 보고서야 손을 멈춘다.
한참 만에 깨어난 오월이는 몸을 뒤틀고 신음소리를 지르면서 쩔쩔매기 시작한다.
아씨는 비로소 그것이 무엇인 줄 알고 얼결에 건너방의 침몰을 불러댄다.
그 판이 어느 판일 것을 가릴 줄도 모르는 배 속의 새생명은 때아닌 격동에 흔들려 부득부득 머리를 들이밀고 나오기 시작하던 것이다.
이것은 천마디 만마디의 말이 머금켜있는 선언 이후 주장이다.
웅장하기로 치면 하늘에 찢어질 듯한 우레소리보다도 더할 것이고
마지막 힘을 다 들이보는 정신을 놓았던 오월이는 애기 울음소리에 빠듯이 눈을 뜬다.
아들이다.
친모는 처음 이 방에 들어와서 본 놀라운 광경에 정신이 따로 혼란하면서
그래도 손을 재게 돌려 삼을 가르고 하다가 급한대로 오월이의 치마에 방금 받은 아기를 안아 가까이 대어준다.
오월이는 무슨 의사인지 모르게 입술을 가느다랗게 벌리고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눈은 다시 아씨를 찾는다.
장승같이 우두커니 서서 있던 아씨는 오월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이미 싸늘한 사색이 내려 헬끔해진 오월이의 눈에서 사무치는 원안의 빛을 보았다.
보고는 무서움의 몸을 부르르 떤다.
오월이는 그때에 벌써 정신이 혼미해서 원망이고 앙심이고 그런 차근차근한 사료를 가질 힘이 없었다.
다만 의미 없이 마지막으로 아씨를 한 번 본 것을 따릅니다.
그런 것을 아씨는 걸리는 데가 있는지라 그렇게 보고만 것이다.
더구나 오월이가 그렇게 아씨에게로 돌린 눈을 감지 못하고 그대로 힐끔하게 뜬 채 목구멍에서 고르르 소리가 나면서 숨이 딸꾹지자
아씨는 푸른 얼굴이 더욱 푸르러 가지고 사지를 와들와들 떤다.
그때 마침 아이가 다시 응애하고 우는 소리에 아씨는 정신없이 달려들어 덤쑥 안아불렀다.
그 뒤로 아씨는 마치 범의 새끼한테 젖을 물리는 것 같이 서먹서먹해서 마음을 놓지 못하면서도
유모도 정하지 않고 자기 젖으로 그것을 길렀다.
무심한 그 생명은 그렇게 해서 아씨의 젖을 빨아가며 모락모락 자라갔다.
어떻게 들으셨나요? 겨우 12살에 아씨의 몸쪽으로 따라와서 겪은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참혹하고 안타깝습니다.
남편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씨의 마음이야 10분 이해가 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동기간 같이 지내왔던 아이에게
그렇게까지 모질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아마도 그것은 자신이 받지 못하는 사랑을 빼앗아갔다고 생각되는 오월이에 대한 막연한 분노에서 였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상 오월이도 아씨 마냥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였는데 말이죠.
지금까지 채만식의 단편소설 생명을 읽어드렸습니다.
끝까지 같이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재미있고 유익한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다음에 또 뵐 때까지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