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려서 본 수호지를 기억합니다.
여러 영웅이 매력적이지만 특히 무송이라는 인물 때문인데요. 그가 경양강고개마루를 넘기 전에 주막에서 술을 청하는데 주인이 내놓은 술이 하필 삼완불과강(三碗不過岡)이라 하는 술이었다지요. 석잔을 마시면 고개를 못넘는다..라는 뜻의 독한 술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송이 누굽니까?
그는 보란듯이 열여덟잔이나 비우고 비틀비틀 고갯길을 가기 시작한 겁니다.
주인은 당황하여 말해줍니다.
“요즘 경양고개에 식인호랑이가 나타나서 사람을 잡아먹는다오! 그렇게 취해서...더구나 혼자선 절대 안됩니다요!”
하지만 무송은 기걸차게 한마디 합니다.
“대장부가 호랑이 무서워서 갈 길을 못가서야 되겠소?”

그 뒷이야기는 아시지요?
무송은 과연 호랑이를 만나는데 결국 호랑이를 맨주먹으로 때려잡아 등에 울러매고 고개를 내려오니 그는 일약 영웅이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습니까?
“와! 무송 대단한 사람이네!”
저는 그 무송이 단지 힘센 무인을 넘어선 무언가를 보여주는듯 합니다.
고전스토리는 미묘한 내포가 있습니다. 상징이 풍부하고 심볼이 농울치며 이중울림이 있단 말씀입니다. 볼까요? 고전을 쓴 이가 그 내포를 의도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고전문화 자체가 신적인 향기를 품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고전은 천천히 재삼 음미해봐야 하며 제가 꿀고전이라는 이 주제를 천착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자, 그 술 독주는 무엇일까요?
석잔 마시면 고개를 넘을 수 없다는 그 독주는 뭘 떠오르게 하나요?
탐(貪), 진(嗔), 치(癡)라는 삼독(三毒)이 오버랩되지않습니까?
인간이 삼독에 취해서는 저 피안의 고개로 넘어가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사실 이 미혹의 안개 속에 살면서 누구나 많든적든 탐진치의 삼독에 취하지않았던 사람이 없을겁니다. 그래서 거의 다 이곳 사바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안주하거나 더욱 미끌어져내려가곤 하지요. 슬픈 시지푸스의 운명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무송과 같은 용자가 있습니다. 무엇이 진정한 용자인가요?
자기 가고자 하는 길을 끝까지 가는 자가 용자입니다. 두려움이 있고 위험이 출몰할지라도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고 마는 이! 그래서 결국 가장 무서운 자신의 근본집착 식인호랑이를 때려잡고 공성원만에 이르는 이의 심볼이 바로 무송일 수 있습니다.
저 무송의 곁에 뭐라고 써있는지 봅시다.
明知山有虎 (명지산유호) 호랑이 있는 줄 알면서도
偏向虎山行 (편향호산행) 굳이 호랑이 산으로 간다.
내포를 알면 싯귀가 주는 감동도 더 저릿하게 다가옵니다.
여러분! 우리가 호랑일 두려워 움추리고 있으면 나중엔 어떻게 될까요?
호랑이가 우릴 잡아먹으러 마을로 내려옵니다. 그래서 노래도 있지요.
범 내려온다~!
차라리 이참에 우리 각자의 속에서 호랑이 한마리 잡으러 갈까요?